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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 도서관 🪐
  • 파주
  • 김남숙
  • 12,600원 (10%700)
  • 2024-11-13
  • : 1,150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처받은 마음을 끌어안고 사소한 슬픔 속을 묵묵히 견뎌내는 사람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기를, 헤치고 나아가기를.

🌿 김남숙 작가의 소설집 <파주>의 표제작 [파주]의 도시 ‘파주’는 모든 일의 발단이 되는 배경이다. 소설 속 ‘나’는 평범해 보이지만 한때 누군가에게는 지옥과 같았던 남자친구 ‘정호’를 엷게 경멸하는 동시에 그에게 시시한 복수를 하러 나타난 군대 후임 ‘현철’에게 왠지 모르게 눈길이 간다. 현철은 포켓몬고를 열심히 하는 등 언뜻 보기에는 그 나이 또래 남자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어딘지 모를 상처를 지닌 인물이다. 작중 서술상, 아마도 군생활 동안 정호가 현철에게 그런 트라우마를 주었을 것이다. 정호는 다들 그 안에서는 그렇다며, 내가 도대체 뭘 얼마나 했길래 나에게 이러느냐며 억울해하고 어이없어한다. 반면 끝끝내 정호가 현철에게 가한 폭력의 실체는 그 명암조차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쯤에서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기억도 하지 못할 아주 평범한 폭력에 발밑이 무너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현철의 요구는 너무도 사소하고, 복수의 방식 또한 그렇지만, 정호는 그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몇 달을 노력하더니 나중엔 그냥 다 잊어버린 것처럼 산다. 모두 털어냈다는 듯. 처음부터 모르는 사이였던 것처럼.

🕊️ 크나큰 행복에도 이상할 정도로 무감한 마음은 티스푼만큼의 아주 작은 불행에도 갈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모두가 각자의 아픔을 소금자루처럼 짊어지고 살아가는 시대, 김남숙 작가의 작품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기를 권한다. 평범한 우리 주변의 화자들이 평범한 폭력에 평범하게 몸서리치면서도 신물이 날 정도로 환한 세상에서 도망치지 않는 것은 작품들이 뜻하는 바를 명확하게 한다. 어쩌면 따끔한 조언이나 틀에 박힌 힐난의 말보다는 뻔한 위로가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싶다.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언제나 그렇다. 그래, 살아야지. 너와 나 손을 잡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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