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그래픽 노블을 읽고 있자니 나 홀로 청량한 숲길을 거니는 기분이다.
2018년 출간된 독립출판물을 표지와 장정을 바꾸어 8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다.
작년, 변영근 작가의 <버드와 처>를 구매한 뒤, 뭐지? 이 작가는?
이 뛰어난 작가를 왜 이제야 알게 되었지?라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수채화로 자연을 표현하다니.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그의 전작을 찾아보니 <낮게 흐르는>이라고 이미 절판이 되어 안타까워했었더랬다.

<버드 와처>가 반응이 좋았는지 <낮게 흐르는>이 재출간된 것이 아닌가!!
참고로 변영근 작가의 책에는 대사가 없다. 전부 그림으로만 채워져 있다.
그렇기에 그림 그 자체로만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사실, 처음엔 한번 둘러보고 응? 이게 무슨 이야기? 하면서 다시 읽고
출판사 설명 보고 이해하고 또 보고, 좋아서 또 펼쳐보고 하면서 벌써 여러 번을 감상했다. (이 책은 읽었다는 이야기보다 감상했다는 평이 더 맞는다.)

여러 번 읽을수록 좋다. 한여름 땀을 흘리며 녹음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사실, 처음에는 후속작인 <버드 와처>에 비해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어 실망했다.
그런데 한번 보고 또 볼수록 숲속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마음에 불었다.
아마 이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일 것이다.
그는 이런 길들을 가고 이런 여행들을 했구나란 생각이 들며 작가의 여정에 조용히 동참한 기분도 든다.
목적지에 다 함께 도착해 사진만 찍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지만,
내가 그 길을 찾아 나서고 예상치 못한 풍경도 만나는 과정은 더 힘들지라도 그렇게 어떤 순간을 만나는 경험은 온전한 나만의 여행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혼자 배낭 하나 메고 그날 목적지를 정해 여행하던 시기가 있었기에 여행 중 헤매다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되던 순간이 떠올라 좋았다.
변영근 작가의 작품들은 내가 아는 그래픽 노블 중 가장 서정적이다.
말이 필요하지 않아서 더 집중하게 되고 그림과 색을 살펴보게 된다,
수채화 특유의 투명도는 자연이 가득한 그림에 잘 녹아든다.
AI와 온갖 화려한 디지털 그림들을 모니터로 접하다가
종이로 수채화 가득한 책을 펼치지 눈과 마음이 쉬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