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이상하리만큼 친구가 좋았던 때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엄마보다 친구와 대화하는 게 더 즐겁고, 친구와 놀러 가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느껴지던 시기 말이다. 어쩌면 하늘의 별도 따다 줄 수 있을 만큼 단단한 우정이라고 믿었던 순간들이었다.
다현은 은따에서 구해 준 설아를 완전히 신뢰하며, 설아 덕분에 들어간 무리 ‘다섯손가락’ 안에서 고민이 있을 때마다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하필 그 무리가 싫어하는 아이, 은유와 같은 모둠이 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다현은 은유와 말 한마디를 나눌 때마다 친구들이 볼까 봐 전전긍긍한다.
이 작품은 거대한 사건 대신, 말 한마디를 할지 말지 망설이는 아주 미세한 순간들을 포착한다. 바로 그 사소함이 이 소설의 힘이라고 느꼈다. 청소년기의 폭력은 종종 주먹이 아니라 침묵과 눈치 속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다현이 우정과 과제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지 따라가 보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읽는 내내 여러 면에서 공감이 되었다. 학교를 떠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중·고등학생 시절 친구와 멀어지지 않으려 애쓰던 모습, 난감한 부탁도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들이던 ‘예스 맨’이었던 나 자신이 떠올랐다. 나를 지키지 못해 다현처럼 상처받았던 기억도 다시 떠올랐다.
이 책을 청소년 시절에 만났다면 나는 주인공처럼 달라졌을까. 아마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리 속 시원한 답이 있다 해도, 그때의 나는 아직 미성숙했고 우선순위는 쉽게 바뀌지 않았을 테니까. ‘학교’라는 작은 세상의 암묵적인 규칙은 나에게 너무도 거대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오래 남았을 것 같다. 마음 한구석에 작은 용기라는 씨앗이 심어졌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 그 세상을 벗어났을 때 ‘그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혼자가 되는 일을 덜 두려워하는, 조금은 단단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어울리는 노래가 떠오르기도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Opalite」라는 곡이다. 사랑 노래로 들릴 수도 있지만, 다현을 떠올리며 듣는다면 또 다른 결로 다가온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함께 들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