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 : 김도훈 33세 항공사 부기장. 어려서 부모의 이혼으로 홀로 외국으로 버려저 호주에서 컸다. 키워준 아버지(?)가 계시지만 기본적으로 혼자만 아는 고독함이 있다. 그를 찾아온 형으로 인해 귀국해 국내에서 일하며 형이 마련해둔 집으로 이사하기로 하다가 세입자였던 그녀를 만난다.
여주 : 구윤하 30세. 경력 7년차 작가. 그녀의 20대를 온통 함께했던 남자친구와의 헤어짐. 매너리즘에 빠진것 같은 직장생활, 끝맺음과 또한 시작을 위해 직장에 사표를 내고 여행을 하기로 한다. 우연찮게 만난 남주와 뜻하지않은 동행을 하는데...
왜 이제 읽었을까요?
어쩌면, 지금 읽었기 때문에 더 좋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어요. 책이 시들해지는 때, 나랑 주파수가 맞는 책을 찾지 못해서 '내게 좋은 책'에 대한 갈증이 일때 만난 책이라 더 좋은 느낌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주는, 자신의 20대를 다 가져갔던 남자친구와 헤어졌어요. 경력이 7년인 작가일도 일상의 반복같은 느낌을 받게되자, 살던 집을 빼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어요. 남주는 전셋집 주인이자, 친구남편의 동창인 관계. 우연이 겹쳤다 생각했는데, 여행겸, 여행에세이 집필을 위해 떠났던 미국 서부 여행중에 그와 동행하게 됩니다.
두 사람이 떠난 미국 남서부 여행. 특히나 건조하고 뜨거운 애리조나, 뉴 멕시코, 유타에 걸쳐 미국 서부의 여러곳의 풍경이 그들의 여행의 무대였어요.
건조하고 뜨거운 늦여름의 여행지를 일주일간 동행하며 여행지가 주는 광활함을 경험하고 스스로에 대해, 상대에 대해, 그리고 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대화하고 그러면서 서로 위로받고 의지되고 상대방을 바라보는 마음이 변하게되는 둘의 여정이 담담하게 또 잔잔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너무나 좋았어요.
이 두 주인공에게 여행이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고, 지나온 과거와 화해하고, 펼쳐질 미래에 대해 기쁘게 맞을 시간이 되어줬다면, 제게는 이 두사람의 여행을 하며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삶에 대한, 또 인생을 대하는 스스로의 자세에 대한 묘사들이 내 인생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게 해준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만큼 좋았어요...
두사람의 여행을 통해, 살짜쿵 시작된 사랑을 통해 내가 여행하는 것처럼, 사진이 없을 뿐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내가 위로받고 다독거려진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한겨울에 읽은 늦여름의 사막여행.
바늘로 찌르는 듯한 강한 햇볕과 불에 달궈지는 듯한 열기. 애리조나 만큼은 아니겠지만, 여름의 미국 남서부가 어떤지 잘 알기에, 저 둘의 여행묘사가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랜드 캐년, 아리조나와 뉴멕시코의 사막.
두 주인공이 여행지를 통해서 받았던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저도 가서 언젠가 꼭 다시 받아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책을 통해서 사람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볼수 있음과 동시에, 여행지를 함께 하는 듯한 글들. 오랫만에 참 좋은 책을 만나서 기뻤습니다...
책에는 '시차'라는 표현으로 나오는데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위해서는 서로의 시차가 맞아야 한다고. 아마 인생의 모든것은 타이밍이라는 이야기와 상통하는 것이겠죠? 저는 독자인 저와 책이 잘 맞는지 아닌지 '주파수'가 맞는다고 표현하는데요, 가끔 이렇게 나에게 너무 붕 뜨지않게, 어느정도 거리감을 주면서 내가 책 속으로 빠져들수 있는 여유를 주는 책들을 만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이 책이 그랬습니다.
제가, 요즘 종이책을 안샀던데다가, 이 책이 벌써 재작년에 나온거라, 이북으로 읽었어요...
책을 사야 할까봐요. 꼭 소장하고 싶었던 책이였어요... 실물책이였다면 막 쓰다듬어 주고싶은, 그런 책이였어요.
가끔, 밑줄을 그어놓고 싶은 책들이 있습니다.
글자 하나하나 줄어드는게 아까워서 찬찬히 읽게되는 책.
로맨스 강하게 나오지 않아도 이 두사람이 얼마나 진지하게 서로를 생각하고 있는지 그런 순간들이 서로에게 어떤 기쁨이고 가슴이 충만해지는지 내가 느껴지는 것같아서, 제게는 오랫만에 만나는 보석같은 책이였어요.
앞서 읽었던 사랑을 하다보면이 참 좋아서, 덮어놓고 이 책도 읽었는데, 이책도 좋네요.
이렇게 아주 간간히 좋은 책을 만납니다...
오랫만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좋은 책 써주신 작가님. 감사해요..
앞으로도 내시는 좋은 책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좋은 글들 많이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