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 : 우종열 33세 중국집 오너셰프(-.-;;) 초졸? 중졸? 오다가다 만난 사이였던 부모가 낳아놓은 자식. 폭력과 카드빚만 남기고 사라진 부모를 대신해서 일찍 숙식이 제공되는 중국집에서 배달을 하며 몇년간이나 빚을 갚았다. 그의 이력의 근간을 세워준 하림각 사장딸의 친구였던 지안을 본 적이 있다. 오래전 그녀를 다시 마주치게 되자 냉큼 자기 집으로 데려온다. 부모의 빚을 갚으며 보였던 초 근검절약이 그의 지금을 있게 했다
여주 : 정지안 29세. 중국집 보조. 살인미수로 6년을 복역.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우애좋던 남동생의 투신자살 이후, 차례로 부모마저 세상을 뜨고나서 하루하루를 살던 그녀. 아르바이트 하던 술집에 술을 마시러온 학폭 가해자에게 칼을 휘둘러 상해치상을 입히고 복역한다. 다시 나온 세상에서 느닷없이 만난 그에게 붙잡혀 그의 중국집 허드렛일을 하며 함께 살게 된다.
워낙 유명했다던, 소문이 낭자한 책이였어서, 호기심이 대단히 끓어올랐어요.
출판사가 열었던 이벤트(무슨 책이 나오는 걸까요 하는 호기심 마케팅?)로 궁금하기도 했고요. 워낙 로설 카페에서 이 책은 언제 나오나고 간간히 사골 우리듯 올라오는 글들 볼때, 나오면 보고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프롤로그에, 우애 좋은 남매와 너그러운 부모 단란하던 한 가정이, 학교폭력에 시달린 아이의 자살로 인해 어떻게 망가져가고, 해체되어 가는지, 그래서 마지막에는 어떤 상황이 되는지, 여주인공의 싯점으로 담담하게 말해가는 그 파트가 굉장히 강렬했습니다. 그렇게 혼자 남게된 여주가 꾸역꾸역 살다가 가해자를 만나 한순간 폭발해서 가해자에게 해를 입히는 장면도 납득이 갈 정도였고요. 그렇게 자기를 버리듯 복역하고 사는 동안 교도고 밖의 세상을 볼 수 있는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보던 장면도 인상적이였어요.
법 없이도 살 그녀가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어 다시 세상에 내던져지고. 오래전 중국집 배달부 일을하며 간간히 보았던 다른세상 사람인듯했던 자신의 첫사랑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초라하게 자기 옆에 와 있는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남주도 이해됐어요.
남주가 계속 욕하고 구박하고 좋은 소리하지 않지만 그게 그가 보이는 진심이고, 또 그걸 그녀가 알았음 좋겠다, 책을 읽으며 바라게 되었습니다.
자격지심 같아 보이는 남주의 욕이 왜그렇게 안쓰럽던지요.
그가 하는 불퉁한 언사와 행동이 마취(?)가 안풀린 그녀를 단련시키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중반부 이후에 나오는, 여주의 대사 "살아야겠다"
이 한마디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그 퉁명스럽고 험한 언행이 자극제가 되어 그녀를 깨우고 일으켜세웠다고 생각했어요. 천애고아나 다름없는 그녀가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이유, 의지를 단단하게 하는데에는 그의 그 거칠고 투박한 언행,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그의 진심이 제일 큰 몫을 하지않았나 싶었어요.
그런데요.
남주가 여주를 향해 던지는 투박한 핀잔과 하대가 너무 많습니다.
남주 캐릭터이기도 하고, 또 그를 잘 설명하는 표현들이긴 하지만 너무 많아서 지쳐요.독자인 내가 남주에게 계속 핀잔듣고 구박당하는 느낌이라서 읽는데 괴로웠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며 여주가 존중받는 느낌을 받기를 원합니다.
그 기저에 사랑이 깔려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계속 비난과 타박을 받는건 심정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요.
게다가 정사장면이 전혀 아름답지않아요 -.-;;
네.. 저의 로망입니다. 그들의 관계는 아름다웠음 좋겠습니다. 세상에 딱 한사람, 내가 육체관계를 맺는 순간의 상대는, 딱 한사람인데 그 사람이 상대를 정말 사랑해주는 다정하거나 열정적인 모습을 봤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 책은 그런게 진짜 1도 없었습니다. 읽는 내가 화 날 정도로요.(나 이 책 왜 읽고 있는거지? 하는 회의도 들었습니다.)
먼 훗날 이 책을 기억할 때, 남주가 내내 여주를 구박하고 핀잔주고 그래서 여주는 늘 주눅 들어있던 이미지만 기억날듯 합니다.
글은 굉장히 건조하고, 담담하고 저런 인생을 살지않은 사람이라면 생각도 못했을 상황에 대한 감상들 이런게 잘 묘사되어 있어서, 글은 참 좋은데, 남주와 여주의 캐릭터의 극명함이 저를 좀 지치게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