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 : 윤찬영 38세 USM전자 전무. 이혼남. 계모에 의해 해외로 내쳐져 컸다. 회사로 컴백후 아군과 적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주를 비서로 삼는다. 아버지가 보낸 스파이? 로 생각했으나 아님을 알게되고, 맺고끊음 확실하고 똑똑한 여주를 좋아하게된다.
여주 : 김현수 32세. USM전자 비서. 국숫가게를 하던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죽고, 고모가 키웠다. 병약하던 고모도 고교시절 사망후, 고아처럼 컸다. 똑똑하고 유능한 비서. 친구남편이 된 비서실 실장과 회사에서 야릇한 소문이 나는 바람에 전무실로 좌천된다. 성격지랄맞은 전무의 손발을 맞추다 그에게 끌린다.
여주와 남주.
현실감있는 캐릭터가 좋았던 책이예요.
발톱을 숨긴 맹수같은 느낌을 주는 남주가 표현만 그럴싸하게 되어있는게 아니고 행동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게 좋았어요. 회사내에서, 사주의 큰아들이지만 아버지와 적대관계여서 아버지 비서실 소속이였던 여주를 어디까지 믿을것인지 과연 내 사람인지 몰라 거리두고 테스트 하는 모습도 현실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그런 높은자리건 낮은 자리건, 조직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한다는건 매 순간이 정글을 헤쳐나가는 긴장의 순간이쟎아요. 남주의 그런 긴장감이 보여서 좋았어요.
여주는 생활인으로서의 자세나 모습이 표현된것도 참 마음에 들었어요. 회사생활, 능력있고 똑똑한, 맏겨진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한수 앞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미리 염두에 두는 그녀 모습이 참 멋졌고 주어진 일 이후의 개인적인 삶일 때는 회사에서와는 다르게 풀어지는 모습도 귀여워 보였고요. 일 잘하는 여주들 제가 사랑하쟈나요!! 이 여주, 제 마음에 쏙들게 유능하고 똑부러지는 모습이 끝까지 유지되는것도 저를 흐뭇하게 했던 포인트예요.
이 남주, 비서에게 하는 하대와는 다르게, 여주를 마음에 들이고 구애하며 보이는 그의 반말에 제가 나름 심쿵! 했습니다. ㅎㅎ
오래전에 읽었던 권도란님의 '상어의 노래'도 상사/비서물 이지만 그 책의 캐릭터들은 소개글과 다르게 코믹으로 빠져버려서 뒤로갈수록 카리스마 없는 남주 모습이 참 밋밋하고 아쉬웠는데, 이 책은 적절히 유쾌한데 긴장감도 놓치지않아서 좋았어요.
제 징크스 인가봐요..
이 책은 오래전에 사고 바로 읽으려다가 몇페이지 못읽고 덮었어요. 그때 왜 덮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한번 덮었던 책을 다시 손대는건, 새책읽기보다 힘들어하는 제가, 이 책이 쑥쑥 잘 읽히는게 참 신기했어요. 아니 재밋어서 손에서 떼어놓기가 힘들었어요. 그땐 왜 덮은거였지? 싶으면서요...
하영님, 좋아하는 작가예요. 다들 장해서님 전남편을 더 좋아하실 때, 저는 하영님 전남편을 참 좋아했어요. 하영님 신간이라고 샀다가 읽다덮으며 '잘못샀나?ㅜ.ㅜ'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걸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적절한 긴장감과, 유쾌함이 버무려져있어서 책 한권 읽는데 즐거우면서도 찡하기도 하고 몰입이 잘 돼었어요.
글 자체가 산뜻하고 담박해서, 책을 덮고서도 개운한 느낌이 드는 마무리라 좋았습니다.
이렇게 나를 재밋게 하고 즐겁게 만드는 책을 만나면, 다음엔 또 어떤 책이 나를 기다릴까 하는 설렘이 생깁니다... 그런 역할을 해준 이책이 참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