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작가님의 '이제야 언니에게'는 문학3이라는 웹진에서 '이제야 누나에게'라는 이름으로 2017년에 연재되었던 작품을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이다.그 작품을 올해 2월에 처음 읽고 언제쯤 이 소설을 책으로 읽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7개월만에 새 내용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제야 누나에게 라는 작품이 제목만 조금 달리하여 책으로 출간된 줄 알았으나 '이제야 누나에게'에서는 승호와 제야의 편지 형식으로 글이 진행되었다면 '이제야 언니에게'에선 제야의 일기 형식으로 글이 구성되어 있다.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서술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했고
이전에 이제야 누나에게는 짧게 연재가 되어서 제야의 내밀한 심리를 엿보기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제야 언니에게'는 책으로 출간되면서 앞뒤 상황의 부가적인 추가, 그리고 제야의 내면심리가 더 구체적으로 표현되었다.
네 불행은 네 탓이라는 시선. 그 일이 일어나고 내가 배운 시선들이지. 배우고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든 시선들. 나에게 나는 피해자이자 가해자고 때로는 무참한 방관자야.
그러니까 제니야, 이게 다 무슨 말이냐면, 나는 살고 싶다는 말이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고 싶단 말이 아니야. 그런 일이 있었던 나로, 온전한 나로,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내 편에 서서, 제대로 살고 싶단 말이야.
-이제야 언니에게 224p-
작가님이 하고자 하는 말이 이 페이지에 제일 함축적으로 잘 담겨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읽을 세상의 모든 '이제야'가 자신의 불행을 (이걸 불행. 사전적 의미로 행복하지 아니한 일이라고 제3자가 쉽게 말하는 것도 실례이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피해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모든 범죄의 피해자는 온전히 화살의 방향을 가해자에게 돌려야 한다는 것.
이 작품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내가 감히 이 글을 쉽게 읽을 수 있을까. 감히 이 글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들이었다.
'이제야 언니에게' 작품을 쓴 작가님마저도 이 글의 사건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는데 한낱 책을 읽는 사람에 불과한 내가 제니와 승호, 그리고 제야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말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작품에 대해서 쉽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깨달은 것들은 무수히 많았는데, 내가 제야와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에게 은연중에 모종의 2차가해를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단순한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는지, 그랬다면 나의 행동을 반성하고 뉘우쳐야 한다는 것. 그런 것들과 같은 자기반성을 하게 되었다. 너는 피해자야 단정지어 판단하거나 혹은 피해 사실을 왜곡하여 그 사람을 틀에 가둬버림으로써 무너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세상에는 여전히 그런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상처받고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는 거겠지...?!
어느 것보다 가장 중요한 건 세계의 모든 이제야들은 자기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 그걸 사람들이 지켜줄 의무와 권리가 동시에 작용한다는 것.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 가장 의미 있는 생각거리들이었다.
이 책이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단순히 내용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작가님이 사건을 풀어내고, 그 사건의 피해자이자 글의 주인공인 제야의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살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입은 상처에 대해 위안과 위로, 그리고 상처를 극복할 힘을 어느 정도 실어준 점들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