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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baella ♥
  • 왜 위험을 보지 못할까
  • 진현진
  • 14,400원 (10%800)
  • 2026-05-01
  • : 140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금 내가 근무하는 현장은 여러 의미로 크지만 작은 현장이다. 법적으로 선임 대상의 현장은 아니지만 자격을 갖춘 안전담당자가 있어야 한다는 발주처의 요청이 있었다. 공사기간은 짧은 기간이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 지원하여 근무하고 있다. 처음에는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볼까 싶어서 선택한 것도 사실이다. 몇 년 간 선임 안전관리자로 있으면서 배운 것도 당연히 많지만 이곳에서는 그와 별개로 또 다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 서평을 쓰는 오늘은 상대적으로 고요한 날이었다. 고요하다는 것은 크게 바쁜 일 없고 새로운 일 없이 평소와 같은 작업을 하는 날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날은 시야가 더 넓고 깊어져야 한다. 모순되게도 긴장감이 고조될 땐 모든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때문에 위험으로부터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면, 긴장감이 완화될 땐 위험을 마주하고도 대응에 멈칫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드나듦이 있었다는 것이다. 발주처의 총장님이 왔다 가셨고, 뒤이어 재해예방기술지도 담당자가 방문했다. 대체로 현장은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었지만 굴착기가 지나간 구간에 살수작업을 해두었다. 발주처에서 계약한 재해예방기술지도 담당자는 이 현장은 무결점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나는 어떠한 점검을 받을 때 내가 보지 못한 결점을, 위험을 찾아주기를 항상 바라왔다. 현장에서 완전히 없앤 것이 아니라 교묘하게 숨겨둔 위험을 누구도 아닌 내가 알고 있었고 타인의 눈을 통해 나의 취약점이 드러나기를 소망했다. 그 외에 내가 몰랐고 간과해서 놓쳐버린 위험을 마주하면서 나의 오만으로부터 벗어나 한계를 느끼면서 성장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타인에게서 듣는 무결점이라는 단어가 자랑은 아니었다. 나는 가늘게 숨을 고른다.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안전과 위험에 대해 자주 생각하며 산다. 이번에 읽은 책은 <왜 위험을 보지 못할까>는 안전이라는 직무를 직접적으로 가진 내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었다. 저자의 취지대로 이해를 올바르게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는 식의 책 읽기를 선택했다.




책에서는 사고를 일으키는 심리적 요인으로 다섯 가지를 말하고 있다.

착각 : 눈 앞의 위험을 지워버리는

군중 : 개인을 눈먼 추종자로 만드는

마음 :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결정하는

성과 : 실적 뒤에 숨은 위험

조직 : 개인을 지배하는 시스템의 힘



저자는 이 다섯 가지 요인을 쉽게 풀어내며 구체적인 실험 과정과 결과를 넣어 이해를 돕고 있다. 덕분에 안전을 잘 모르는 일반인도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다만 책을 읽으며 내가 근무했고 근무하고 있는 현장과 오버랩을 하다보니 접점이 없는 곳도 있어서 아쉬웠으나 현장이 다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책을 읽으며 몰랐던 사실들, 알면서도 간과했던 사실들을 마주할 수 있어서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 특히나 사고가 없어서 상을 주는 게 아니라 위험을 많이 찾아내서 상을 주는 구조로 바뀌어야한다.는 말은 나 역시도 무척 공감한다. ‘사고가 없다’는 말은 표면적으로는 감탄사를 내비칠 수 있는 말이겠으나, 그 속에 숨겨진 아차사고를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위험을 발견하고 드러내어 시정조치하는 유결점의 안전이 우리를 살릴 수 있다.




책에 쓰인 그대로 “나 말고도 본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 누군가 조치하겠지.” “다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걸 보니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닌가 보다.”식의 대응을 많이 보는데, 근로자들은 대체로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라 관리자가 해야하는 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근로자 스스로 조치를 해준다면 무척이나 감사한 부분이지만 개구부 위에 합판이나 라바콘을 놓는 아주 간단한 것들이 아니면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본연의 일에 충실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혹은 그걸 왜 니가 하냐 라는 등 작업팀장들한테 꾸지람을 듣는 일도 분명 있다. 그런 상황에서 근로자 스스로 안전을 책임지게 만드는 것 자체를 현실적으로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TBM 시 관리자가 현장을 돌아봐도 실질적으로 일하는 반장님들보다 시야가 좁을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을 하시다가 불편하거나 위험한 부분이 있으면 관리자에게 전달하면 즉시 조치하겠다고 말한다.




22. 우리는 안전을 위해 안전모를 써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실제 작업 현장에서 습기와 더위가 몰려오면 슬그머니 안전모의 턱끈을 푼다. 이것은 근로자가 나태해서도, 안전의식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익숙한 작업에서는 위험신호를 배경 소음으로 처리해 버리는 ‘주의력 결핍’과 ‘습관’ 때문이다. 이러한 불완전함은 교정해야 할 ‘오류’가 아니라,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그렇다고 불완전하다고, 인간의 본성 때문이라고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안전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하는 리더 또는 관리자로서 방임이자 직무유기이다. 우리가 이 불완전함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장에서 직접 근로자를 관리하다보면 그들이 이전에 어디에서 일을 했었는지가 보인다. 실제로 대기업 현장 경험이 있는 근로자들은 안전모를 벗으면 쓰리아웃, 투아웃, 원아웃까지 당하는 제재를 경험했기에 근무 중에 안전모를 벗으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이제까지의 현장 경험과 데이터에 비추어볼 때, 안전모 착용에 관한 건은 근로자가 처했던 환경과 그로 인해 축적된 안전의식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현장에서 안전모 턱끈 미착용 정도는 계도에서 끝내기는 하지만, 아예 안전모를 쓰고 다니지 않으면 근로자, 관리자, 발주처를 막론하고 즉시 퇴출을 강행하고 있다. 신규채용교육을 할 때에도 본인이 권리를 내세우려면 의무를 다해야한다고 못박으며, 현장 내의 규칙을 지키지 않을 시에는 팀 전체를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누군가에 의해 하던 일을 중단하고 교육장으로 와야하는 것은 불편하지만, 서로의 안전을 지켜주는 일에 해당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그룹에서 실시하는 TBM 활동이나 안전점검 시 안전리더가 직접 위험요소를 지적하고,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을 부여하며, 그 권한을 그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라고 제안하고 있다.

취지는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 법 체계와 건설 현장의 권한 구조를 고려하면 현실적인 실행이 쉽지만은 않다. 현재 시공사 소속인 안전관리자는 사업주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조언하는 참모 역할로 실질적인 작업중지권이 없다. 위험을 발견하고 작업을 중지하도록 지도, 조언, 권고하는 역할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현장에서 작업을 중지시키고 있다. 사규와 안전보건관리규정을 통해 안전관리자의 작업중지명령권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회사 대표나 현장소장인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권한을 위임받아 실무자로서 작업을 제지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소규모의 현장에서는 여전히 안전관리자가 작업중지를 시켰을 때 관리감독자나 현장소장과의 충돌을 여전히 피할 수 없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 또한 많이 겪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안전관리자에게도 부여되지 않는 작업중지권을 작업팀장에게 줄 수 있는 현장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실질적인 해결방안으로 검토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오히려 다른 대안으로 제시된 RTBM은 Reverse Tool Box Meeting의 줄임말로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실시하는 TBM에서 벗어나 매일 한 명의 작업자를 ‘오늘의 안전관찰자’로 지정하고 그가 현장에서 발견한 ‘평소와 다른 한 가지’를 발표하게 하는 것이 좀 더 현실성 있다. 하지만 TBM 역시 현장마다 다른데 공종마다 별도로 하는 곳, 소규모로 하는 곳, TBM을 아예 시행하지 않고 시늉만 하는 곳도 여전히 많다. 다행히 내가 있는 현장은 오전/오후 TBM을 진행하고 있어서 접근하기가 수월해서 오후 TBM 시 현장에서 가장 불안해보이는 부분에 대해 넌지시 얘기를 꺼내보았다. 하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위험에 대해 본인이 직접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3일차 물어보았을 때에야 대답하는 사람이 한둘 생겼다.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TBM과 근로자가 참여하여 답변을 이끌어내어 진행하는 TBM은 확연히 달랐다.



109.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산업현장에서 가장 무서운 경고의 메시지이다. 익숙함에 속아 위험을 ‘편안함’으로 오해하는 순간, 사고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책에도 쓰인 ‘안전불감증’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다. 최초에 누가 안전불감증이라는 국적불명의 단어를 사용해서 사회적 유행어로 고착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모순된 말이다. 안전불감증은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안전한 상태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인데 우리가 꼬집어야하는 현상은 위험한 상태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안전을 말하는 사람이라면 단어 하나, 용어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한다. 안전불감증에 대해 여러 해석을 보었는데 왜 굳이 ‘해석해야하는 단어’를 사용해야하는지 의아하다. 위험에 둔감한 상태를 꼬집는 단어는 위험불감증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근무하는 건설현장에서는 안전불감증이 아닌 ‘위험불감증’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내게 <왜 위험을 보지 못할까>는 안전관리자로서 현장의 한계를 마주하고 근로자의 심리를 이해하기 좋은 책이었다. 특히나 기업의 대표나 관리자들이 이 책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오늘도안전’이라는 말이 앵무새처럼 떠들고 흩어지는 말이 아니라 마음속에 깊이 아로새겨져 하루를 지탱해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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