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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baella ♥
  • 첫눈, 고백
  • 기 드 모파상
  • 19,000
  • 2025-12-18
  • : 115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공교롭게도 기 드 모파상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 그동안 읽어보지 못한 작가를 하나의 작품이 아닌 여러 단편으로 만나본다는 생각에 설렘이 먼저였고 그동안 굶었던 포식자처럼 달려들어 읽어내렸다. <첫눈, 고백>은 ‘사랑’을 주제로 한 단편집이었는데 모파상이 그려낸 사랑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이상적이나 낭만적이라기보다는 욕망과 위선, 모성, 환상, 상처, 집착, 이기심, 연민, 자기기만의 형태로 우리 앞에 내놓고 신랄하게 비웃었다. 우리가 어렴풋 알고는 있지만 끝내 모른척하고 싶었던 사랑의 이면들을 <보석>, <목걸이>, <첫눈>, <봄에>, <달빛>, <소풍>, <고백>, <텔리에의 집>, <미친 여자>,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시몽의 아빠>, <쥘 삼촌>, <들에서>, <오를라>까지 총 열네 편에 짧게 담았다. 이야기는 이미 끝이 났어도 영원히 꺼지지 않을 고체연료의 불씨처럼 한참을 서성이게 만들었고, 그들을 내 안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보석>

내무부의 시청 서기로 일하면서 3500프랑을 연봉으로 받고 있는 랑탱은, 가난한 부유하게 보일 법하게 알뜰하게 살림을 꾸리는 아내와 결혼해 살고 있다. 하지만 랑탱은 아내의 두 가지 취미에 대해서는 불만을 품는다. 극장에 가는 것과 가짜 보석을 사는 것. 어느 겨울밤 오페라에 다녀온 후에 일주일 뒤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슬픔을 애도할 시간도 없이 생활고에 빠져지내던 랑탱은, 급기야 아내의 모조품을 들고 보석상에 감정을 받으러 간다. 그런데 가짜 보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모두 진짜 보석이었던 것! 아내가 이 보석을 어떻게 가지게 된 것일까? 충격도 잠시, 집에 있던 보석들을 팔기로 결심한다. 모조품이라고 생각했던 보석들을 팔고 나니 수중에 196000프랑이 생겼다. 그는 6개월 후 재혼을 했고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자신의 연봉으로는 혼자서도 먹고살 수가 없었는데, 어떻게 아내는 질 좋은 포도주와 맛있는 음식을 그에게 대접했다. 도대체 어떻게? 아내가 죽은 후 밀려오는 배신감은 아내와의 추억, 아내에 대한 그리움, 아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자신도 세상에서 소멸되고 싶었던 것을 희석시킬 정도로 큰 것이었다. 사랑은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기인하게 되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첫 단편이었다.



<목걸이>

옷과 장신구에 대한 욕망으로 가난한 마틸드는 남편이 교육부 장관 로즈루 랑 포노 부부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편이 가진 400프랑으로 새 옷을 입은 마틸드는 장신구가 없어 친구에게 다이아몬드를 빌리게 되었지만, 잃어버리고 만다. 여기저기에서 돈을 빌리고 새 목걸이를 사서 친구에게 건네주었고 다행히 친구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이후, 55. 루아젤 부인은 궁핍한 삶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용감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 큰 빚을 갚아야 했다. 그녀는 모두 갚을 작정이었다. 하녀를 내보내고 집을 옮겼으며 작은 다락방에 세를 들었다. 그런 삶이 16년 동안 지속되었다. 10년이 지나자 그들은 마침내 모든 빚을 갚았다. 고리에 복리로 불어난 이자까지 전부 갚았다. 어느 날 길에서 친구를 만나게 되었지만 그동안 빚을 갚느라 폭삭 늙어버린 마틸드를 친구는 알아보지 못했으나 상황 설명 후 친구는 곧바로 말한다. 59. “오! 불쌍한 마틸드! 내 목걸이는 가짜였어. 기껏해야 500프랑밖에 안 하는 목걸이…!”


가짜와 진짜, 진짜와 가짜. <보석>과 <목걸이>는 진짜 같은 가짜와 가짜 같은 진짜를 연기하고 있었다. 우리의 삶은, 그리고 사랑은 가짜인가 진짜인가. 그것을 구별해낼 수 있겠는가.



<첫눈>

4년 전 노르망디 출신의 신사와 결혼한 남쪽 파리에서 자란 그녀, 노르망디의 추위를 견디지 못한 그녀는 73. “나는… 나… 나는… 조금 쓸쓸해요… 조금 지루하고요.” “그리고… 나는… 나는 조금 추워요.” 남편에게 난방기를 계속해서 요청하지만 남편은 그 요청을 거절하고 묵살해버리기에 이른다. 그래서 그녀는 74. 나는 난방기가 필요해 반드시 가질 거야. 기침을 많이 해서라도 남편이 난방기를 설치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겠어.’라며 알몸으로 나가 폐렴에 걸려버렸고 난방기는 물론이거니와 남쪽으로 요양을 하러 온 상태다. 


64. “아! 행복해라.”

그녀는 분명 알고 있다. 자신이 곧 죽게 되리라는 것을, 다가올 봄을 볼 수 없다는 것을, 내년 이맘때, 산책로를 따라 지금 그녀 곁을 지나가는 이 사람들이 다시 이 온화한 고장의 따뜻한 공기를 마시러 오리라는 것을.


단편 <첫눈>을 읽으면서 지금으로부터 무려 8년 전, 처음 간 대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은 다 덥다고 하는데 나 혼자만 덥지 않은 상황이 이상하기만 했다. 기온은 높았기에 더운 것은 당연했으나 내가 더위를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은 마음이 추웠던 까닭이 아니었을까. 익숙하지 않은 추위, 소통의 부재, 냉랭한 남편으로 하여금 고의로 병에 걸리고 난방기를 가지게 되고 남쪽 지방으로 내려와 요양을 하는 것에 대해 그녀는 행복하다고 말하며 병이 낫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들 정도의 외로움이라니. 정말 지독하다.



<달빛>

99. “정말 아름다워요, 여보. 나 좀 안아줘요!”

“풍경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 포옹할 이유는 아니요.”

102. “있잖아, 언니. 우리가 사랑하는 건 종종 사람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야.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연인은 달빛이었던 거야.”


위의 단편 <첫눈>에서의 난방기가 불러낸 남편의 차가움이라든지, <달빛>의 남편의 무심함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합리화되거나 정당성이 부여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외도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배우자에게 채무불이행이 있을 수‘도’ 있다고.



<미친 여자>

이 이야기는, 적어도 내겐, 가장 강렬했던 단편이었다. 내내 마음을 음울하게 만들어 결국 나까지 미친 여자로 만들어버릴 뻔했던 이야기였으니까. 불행이 연속으로 터지면서 정신을 놓아버린 불쌍한 여자. 프로이센군 지휘관이 왔는데도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자 “혼자 옷을 입지 못하고 걸을 수도 없다면 우리가 도와드려야죠.”라는 말과 함께 어디론가 옮겨진 여자. 다시는 그 여자를 볼 수 없었고 행방 역시 요원했다. 어떻게 된 걸까. 모파상이 그려낸 뒷이야기를 읽으며 상상할수록 끔찍함이 덮쳐오는 것을 막을 수 없어 그만 울어버릴 뻔했다.




묘사가 넘치는 것은 가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모파상의 글은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묘사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있어서 읽는 내내 끝을 바라보며 읽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충분히 머무르면서 이야기에 심취할 수 있었다. 이번 단편집을 읽고 나니 모파상의 장편소설 <여자의 일생>을 읽어보고 싶어졌고, 집에 있는 <비곗덩어리>도 곧 읽어봐야지 하고 머리맡 책장으로 옮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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