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기온 36도.
해가 길어 아침부터 밤까지 원없이 뛰어놀 수 있었던 나의 여름과 달리 우리 아이의 놀이터는 연이은 폭염 경보에 태양볕 아래서도 스산하다.
우리는 비가 오지 않는 장마철을 보내고 있지만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는 폭우와 홍수로 인한 큰 비극을 겪고 있다. 이전까지는 크게 와 닿지 않던, 하지만 오래전부터 아주 분명했던 사실이 책 속 한 문장을 통해 다시금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우린 모두 연결되어 있어. 너. 나. 그리고 작은 혹버섯들까지.” (178쪽)
연꽃섬의 가디언 수련생들은 두번째 테스트를 위해 현장 체험 학습을 떠난다. 새로운 섬으로 떠난다는 생각에 들뜬 것도 잠시,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보카티섬으로 배정받은 사실을 알게 된 플럼과 친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보카티섬만큼이나 평범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가디언, 마스터 엠은 보카티 숲을 보호하기 위해 작은 혹버섯을 따라다니라는 수수께끼 같은 과제를 내주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친구들은 각자 발전시킨 능력을, 플럼은 정체모를 술수를 발휘하여 보타니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서로 연결된 이 섬의 생명들, 즉 작은 혹버섯, 보카티나무, 털두루마리 벨레, 뿔새, 쇠똥 메뚜기, 해초, 홍조어, 새우, 오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현장 체험 학습에 들뜬 것도 잠시, 플럼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스쳤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확신하는 순간, 섬의 안개가 걷히고 아이들 앞에 누군가 날카로운 칼로 잘라낸 듯한 보카니나무 그루터기가 나타났다.
<1권 가디언 테스트>가 플럼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2권 그림자 안개 속으로>는 플럼의 특별한 정체성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명이 닿지 않는 천혜의 자연으로 그려지는 보카티섬, 그곳에서 보카티나무를 베기 위해 윙윙 울려대는 전기톱 소리는 읽는 내내 서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한 그루, 두 그루 베어지는 보카티나무에 분노가 치민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더욱 잔혹하다. 이미 아마존의 삼림 벌채 규모가 축구장 수십만개에 달한다고 하니 말이다.
베어지는 보카티나무로 인해 위기에 처한 보카티섬. 이것은 오늘날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한 우리들의 현재와 닮아 있다. 그래서 아이가 책 속 플럼과 친구들의 상황에 동화된 틈을 타 기후변화와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하면 꽤나 잘 받아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가디언들과 수련생들의 명상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심호흡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아직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눈 높이에 맞춰 명상이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어 아이가 스스로 명상에 관심을 가지게끔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위기에 맞서는 가디언 수련생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힘을 가진 플럼. 어쩌면 이 책이야말로 지금 전 세계가 앓고 있는 수많은 어려움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해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아닐까?
연꽃섬의 수련생들의 시련은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또 플럼의 미스터리한 능력의 정체가 무엇일지, 벌써 연꽃섬의 전설 3번째 이야기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