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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퀸님의 서재
  • 다른 사람
  • 강화길
  • 11,700원 (10%650)
  • 2017-08-29
  • : 1,782

<82년생 김지영>의 뒤를 잇는 페미니즘 소설. 그러나 결이 다른 소설이다. 처음엔 좀 몰입이 힘들었다. 스스로를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주인공들은 갑갑했고, 미스터리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뚜렷한 사건이 드러나지 않아 모호했다.

장편 소설은 초반 집중력이 관건이다. 한 편의 이야기가 버스라고 하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해야 한다. <82년생 김지영>은 그 점에서 탁월했다. 보편적이고 문턱이 낮아 이입이 쉬웠다. 우리 모두가 김지영이었고, 될 수도 있었으며, 닥치지 않을 미래라 한들 현실은 다르지 않을 테니까. 김지영으로 표상되는 모두의 이야기. 반면 <다른 사람> 이 소설은 철저하게 개인으로 파고든다. 그래서 노린 효과는? 결국엔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란 것이다.

주인공 진아는 직장 상사이자 완벽한 남자친구였던 그에게 다섯 번째 폭행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가 받은 처분은 벌금 300만원. 처벌은 납득할 수 없고, 자신을 폭행한 남자친구가 직장 상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진아는 사건에 대해 인터넷에 올린다. 처음엔 그를 응원하던 이들. 그러나 진아가 데이트 비용을 한 번도 낸 적이 없으며, 명품 선물을 받기도 했다는 직장 동료의 폭로 이후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달라진다. 수많은 악의적인 댓글 속, 자신의 과거를 아는 듯 한 댓글 하나를 발견한 후 진아는 12년 전을 향해 침잠하고, '진공청소기'라는 악명으로 유명했던, 스물한 살에 교통사고로 죽은 친구 유리에 관한 기억 속으로 향한다.

진아는 트위터에 글을 올린 사람이 고향 친구이자 대학 동기였던 수진이라고 생각한다. 안진 유지의 아들로 모든 걸 갖춘 현규와 결혼한 수진. 그녀는 진아와 어린 시절을 함께해 서로의 밑바닥까지 알고, 원한과 악의를 품은 사이다. 각 장마다 달라지는 화자를 쫓아가며 소설은 퍼즐을 맞추듯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간다. 과거, 진아는 친구가 되고 싶다는 유리를 애써 모른척하고 도와달라는 마지막 요청까지 외면했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진아는 뜻밖에 유리와 수진, 그리고 자신에 얽힌 진실과 마주한다. 자신을 비롯해 모두가 유리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고, 우습게 볼 수 없는 사람

상처받지 않고 겁먹지 않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 강간당하지 않는 사람

당신은 '다른 사람'입니까?

 

중반을 넘어서면서, 어느 순간부터 가속도가 붙는 이 이야기는 ‘이야기를 끝낼 사람은 바로 너다’라는 문장을 남기고 끝난다. 내밀한 감정묘사와 치밀한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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