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엄마가 보인다. 그래봐야 대단한 효녀로 거듭날 것도 아니지만.
딸들은 영원히 딸이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애틋하고. 근데도 여전히 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슬프고 아렸다. 내가 철이 들고(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엄마는 늙어가는데. 자식의 시간과 부모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는데. 나는 끝까지 딸, 엄마는 끝까지 엄마일 거라는 게, 그 간극이 모녀지간의 보편적 운명이라는 게 슬펐다. 나만 이런 게 아니다, 내 친구들도 그렇다, 이 책의 딸도 그렇다, 원래 자식은 다 그렇다 변명하고 싶다가도. 이 책 속 엄마가 또 우리 엄마라서 드물게도 엄마 편에서 책이 읽힌다. 근데도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자식의 본성인 건지. 나는 자식 낳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게 된다. 자식은 정말 다 쓸데없나보다.
예전엔 몰랐고 안 보였던 것들이 이제는 좀 보이듯, 시간이 지나고 나도 엄마가 되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겠지. 엄마니까, 엄마라서 당연했던 것들이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도, 그 때 우리 엄마가 지금 내 나이였다는 것도, 내가 이러하듯 엄마도 어리숙하고 처음이었다는 것도. 그 때가서 우리 모녀에게 새롭게 알게된 것들을 나눌 시간이 있을까 두렵다. 우리의 시간이 같은 속도로 흐를 수는 없겠지만 부디 그녀가 몸 건강히 최대한 오래 내 옆에 머물러주기를. 우리 사이의 시간이 최대한 많이 포개지기를. 그녀의 안부를, 행복을 기도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