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없는 사람들의 바람
가볍게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그런데 무거웠다. 텁텁하고 갑갑한 황색 표지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그려진 표지. 마치 신호라도 기다리는 양 다들 한 곳을 향해 서 있지만 시선은 옆을 돌려 책을 집은 독자를 힐끗 보고 있다. 무신경하고 무미건조한 표정. ‘틈만 나면 살고 싶다’라는 제목에는 간절함이 묻어나지만 책을 읽고 알았다. 이 사람들은 그럴 ‘틈’이란 게 없는 사람들이구나.
‘진짜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어?’ 라는 의문을 가지고 책을 덮는다. 그 의문에 답이라도 하듯 작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화임을 밝힌다. 직접 이입하기 힘든 인물들, 사연들이니만큼 그 편이 낫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 어디 있나? 근데도 이 사람들의 사연은 참 파란만장하다. 드라마로 치면 과한 설정이다 싶을 만큼. 근데 이게 현실이라니 공감도 못하겠다. 막막하다. 총 37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제대로 이입할 틈도 없이 휙휙 지나간다. 그러나 작은 에피소드들이 쌓여 이 책의 ‘결’이란 게 생긴다. ‘처음도 끝도 없는 위로로 쓴 서른일곱 명의 분투기’라고 헤드카피를 달았지만 분투는 느껴지지 않는다. 절망적인 일상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에는 처절함이랄 게 없다. 그냥 사는 거다. 틈 없어도 그냥. 딱히 희망하지도 않으면서. 그걸 체념이라고 불러야 하나? 모르겠다.
위로가 되나? 모르겠다. 희망이 있나? 그것도 모르겠다. 그렇게 책은 끝난다. ‘그래도 산다.’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것 같다. 나도 다른 사람들도 어쨌든 어떻게든 살아진다고. 기승전결 없고, 빵 터지는 어느 구간 없이도. 희망 없이도, 기대 없이도, 믿음 없이도, 기약 없이도 인생은 굴러간다고. 우린 다 살아간다고. 작가의 말에 마지막 대목으로 서평을 마무리할까 한다. ‘일단 태어나면 모두 이 길을 가야한다. 생긴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