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의 총격 장면을 트래비스 비클의 망상으로 간주하는 일반적인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전체는 스콜세지의 망상에 가깝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인용한 그의 명언처럼, 1976년 뉴욕에서 그가 한 번쯤 상상했을, 그리고 그 시대의 누구나 다 상상했을 망상을 스콜세지는 영화로 완성했다.
낮은 냉담하고, 밤은 추잡하다. 끝없이 낮을 외치는 사회에 맞지 않는 성질(불면증)로 결국 밤으로 추락해버린 낙오자들. 그들 중 하나인 트래비스 비클과 어쩌면 하나였을 스콜세지는 자기혐오와 자기연민으로 뒤범벅된 자신과 이렇게 만든 지독히 답답한 사회에 균열을 내고 싶어 한다. 정치적으로 누가 당선되고 어떤 정책이 시행되든, 이 쓰레기 같은 사회가 바뀔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의 총에는 아무런 사고가 깃들어 있지 않다. 냉담하고 추잡한 모든 장소에 그는 총구를 겨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것도 못 바꾼다는 걸 알기에 망상은 망상일 뿐이다. 앞서 말했듯 영화 내에서 총격 장면이 망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결국 아무것도 변화한게 없다는 점에서 공상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문제 될 건 없다. 여기서 나오는 뼈아픈 쓸쓸함이 이 영화의 전부다.
<택시 드라이버>가 나온지 50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러나 앨범 <OK Computer(1997)>가 나온지 30년이 다 되도록 라디오헤드가 '우리 시대 최고의 뮤지션'인 것처럼, 스콜세지도 여전히 '우리 시대 최고의 영화감독'이다. <택시 드라이버>의 무기력함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콜세지는 우리 시대의 모두가 갖고 있는 시대정신을 가장 먼저 포착해낸 아티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