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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다르, 자무시, 벤더스처럼 헤어조크에게도 영화는 만들어지는 것보다는 선택하는 것에 더 가까운 모양이다. 저들의 영화도 그런 면이 있었지만 이 영화는 특히 소설보다는 일기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저들은 도시를 찍을 떄 헤어조크는 왜 16세기 정글로 갔을까. 그는 잉카 제국을 점령한 스페인 군대에게서 무엇을 보았길래 그들을 선택하고 그들을 찍었을까.

  여기에는 무력하고 배고프지만 여전히 오만한 인간이 있다. 권력자에게 붙고 황제의 음식이나 몰래 훔쳐먹으면서 순진하게 복음 전파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신부가 있고, 모두가 화살을 맞고 적은 보이지도 않는데도 자신이 새 역사를 개척할 것이라 믿는 아귀레가 있다. 생선에 뿌릴 소금도 없는 주제에 일주일치 식량감을 날려먹는 황제가 있고, 자신들이 규정한 그 '미개인'에 수도없이 당하면서도 그들이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병사들이 있다.

  결국 헤어조크가 스페인 군대에 서 본 건 무력함 앞에서 우스꽝스러워지는 인간의 광기다. <처녀의 샘(1960)>에서 베르히만이 가진 인간에 대한 태도와 거의 유사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베르히만은 인간을 처량하게 보고 헤어조크는 우습게 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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