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야. … 사람은 사전이라는 배를 타고 어두운 바다 위에 떠오르는 작은 빛을 모으지. … 만일 사전이 없었다라면 우리는 드넓고 망막한 바다를 앞에 두고 우두커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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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말을 모으고 뜻풀이를 하고 정의를 내려도 사전에 진전한 의미의 완성은 없다. 한 권의 사전으로 정리했다고 생각한 순간, 말은 다시 꿈틀거리며 빠져나가서 형태를 바꿔 버린다. …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살아 있으면 반드시 공복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잡고, 또 잡아도 마치 실체가 없는 것처럼 말은 허공으로 흩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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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말을 가능한 한 정확히 모으는 것은 일그러짐이 적은 거울을 손에 넣는 것이다. 일그러짐이 적으면 적을수록 거기에 마음을 비추어 상대에게 내밀 때, 기분이나 생각이 깊고 또렷하게 전해진다. 함께 거울을 들여다 보고 웃고 울고 화를 낼 수 있다.
“말이 갖는 힘, 상처 입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고 누군가에게 전하고 누군가와 이어지기 위한 힘을 자각하게 된 뒤로, 자신의 마음을 탐색하고 주위 사람의 기분과 생각을 주의 깊게 헤아리려 애쓰게 됐다.”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말이 필요하다. 기시베는 문득 먼 옛날 생물이 탄생하기 전에 지구를 덮었다고 하는 바다를 상상했다. 혼돈스럽고, 그저 꿈틀거리기만 할 뿐이었던 농후한 액체를. 사람 속에도 같은 바다가 있다. 거기에 말이라는 낙뢰가 떨어져 비로소 모든 것은 생겨난다. 사랑도, 마음도, 말에 의해 만들어져 어두운 바다에서 떠오른다"
“일본에서 근대적 사전의 효시가 된 오쓰키 후미히코의 <언해>. 이것조차도 결국 정부에서 공금을 지급하지 않아 오쓰키가 평생에 걸쳐 개인적으로 편찬하여 사비로 출간했습니다. 현재도 국어사전은 공공단체가 아니라 출판사가 제각기 편찬하고 있죠. … 공금이 투입되면 국가의 위신을 걸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생각을 전하는 도구로서가 아니라 권위와 지배의 도구로서 말을 이용할 우려도 있습니다.
말이란, 말을 다루는 사전이란, 개인과 구너력, 내적 자유와 공적 지배의 틈새라는 항상 위험한 장소에 존재하는 것이죠."
"죽은 이와 이어지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들과 어어지기 위해 사람은 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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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를 만들었다. 태고부터 미래로 면면히 이어지는 사람의 혼을 태우고, 풍요로운 말의 바다를 나아갈 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