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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 예수 하버드에 오다
  • 하비 콕스
  • 19,800원 (10%1,100)
  • 2026-01-15
  • : 3,19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예수 하버드에 오다』라는 말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졌다. 예수와 하버드라니. 한쪽은 신앙의 상징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 엘리트 지성의 상징 아닌가. 그런데 책의 ‘들어가는 말’을 읽으며 그 어색함은 금세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하버드가 처음부터 세속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목사를 양성하기 위해 세워진 학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것이었다. 21세기에 들어, 왜 다시 예수가 하버드로 불려오게 되었을까.


  책은 단순히 예수를 신앙의 대상으로 다시 불러들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윤리적 삶, 책임, 사회적 선택이라는 질문 앞에 예수를 세운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윤리의 문제는 오히려 더 복잡해졌고, 지금 이 시대의 혼란은 그 질문을 더 절실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만나는 예수는 신앙 고백의 대상이라기보다, 랍비로서 사람들에게 삶의 방향을 묻는 존재에 가깝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과연 어떤 방식으로 예수의 가르침이 오늘의 언어로 풀릴지 궁금해졌다. ‘들어가는 말’ 이후 이어지는 세 편의 글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방향을 차분히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예수 하버드에 오다』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이 예수에 대해 한 이야기들’,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 그리고 ‘다른 이들이 예수에 대해 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다. 첫 번째 부분을 읽으며 그동안 성경을 얼마나 익숙함 속에서 흘려 읽어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특히 예수의 족보를 다루는 대목에서는, 그 안에 등장하는 내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여인들처럼 주변부 인물들이 지닌 의미를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아마도 내가 아는 것이 부족해서 보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하버드 학생들이 만든 《크림슨》에 실린 한 기사와, 그것을 둘러싼 신학적 상상은 꽤 인상 깊었다. 무염시태와 연결 지어 사유하는 방식은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가톨릭 신앙 안에 오래 머물러 있었기에, 그런 비교 자체를 떠올리지 못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저자는 분명히 그 둘이 동일선상에서 비교될 수 없음을 짚어준다. 성모 마리아는 엘리트도, 지성의 중심에 있던 인물도 아니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선택되었고, 신앙 안에서는 공경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그 이후 이어지는 설명들은 비교적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었다. 성경 본문 자체가 낯설지 않았기에 독서의 속도도 자연스럽게 붙었다. 특히 희년에 대한 언급은 최근의 신앙 경험과 겹쳐져 더 깊이 다가왔다.

  두 번째 부분에서 예수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상과 현실, 신앙과 삶 사이의 간극이 또렷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수의 가르침은 여전히 단호하고, 그 기준은 쉽게 완화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로서, 하나의 삶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의 나는 신앙생활과 현실 생활을 분리하려 애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신앙이 삶의 중심에 있었고 사회생활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그 방식이 현실을 더 힘겹게 만들었는지, 어느 순간 불만과 좌절이 더 컸다.

  그래서 요즘에는 방향을 조금 바꾸어 보았다. 신앙과 현실 중 하나를 희생하기보다는, 그 사이 어딘가의 균형점을 찾는 쪽으로. 그 균형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예수 하버드에 오다』는 그 질문을 회피하지 않게 만든다. 이 책은 답을 주기보다는, 생각을 멈추지 않게 했다.


  책을 읽으며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예수 하버드에 오다』는 신앙 서적이라 할 수 없다는 것. 인문서로 신앙이 있든 없든, 예수를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예수를 믿으라고 설득하기보다, 예수가 던졌던 질문을 오늘의 자리로 옮겨 놓는 책. 그래서 이 책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해보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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