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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 시가 나를 지켜주었다
  • 이재익
  • 17,550원 (10%970)
  • 2025-10-15
  • : 55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로 시작하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문득 떠오르게 하는 책 제목에 끌렸다. '지켜주었다'라는 표현까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시를 놓지 못하고는 있었음을 알기에... 이 책은 저자가 대학시절 배웠던 영시들을 우선적으로 추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대학에 가서 시를 접하며 오히려 외국시는 가까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원어 보다 번역을 통해 접하기 때문에 한국시와 다르게 다가오는 이질감과 그 스타일을 제대로 살려 쓰는 것이 힘들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직접적으로 읽고 와닿는 게 많았던 것은 많았기에 아쉬움으로 한편에 남겨둔 것 같다. 이 책은 그 아쉬운 외국시 가운데 영시에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듯했다.


  책은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그래도 살 만한 인생' 크게 2부로 구성된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이제는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나이였기에 소개되는 시들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 담긴 씁쓸함도 공감하게 된다. 저자에게 영시는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며 그 추억과 이미지들을 아마 일을 하며 활용했던 것은 아닌가도 생각을 해본다. 1부에서 처음 소개되는 시부터 내겐 낯설지만 '낭만주의'에 걸맞은 시라는 것은 읽으며 알 수 있었다. 시인의 삶이 안타깝지만 시와 시인의 삶이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았음에 위안을 삼아야 할까?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하우스먼의 짧은 시는 앞서 소개된 시들과 결을 달리하나 시인은 시인이구나 하는 것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키츠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책에서 소개되는 시와 그의 이야기는 과거 우리에게 익숙한 '젊은 천재'의 이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이어지는 바이런과 바이런의 딸을 보면 천재들이 많이 몰리는 시기에 세상이 급변하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을 해보게 한다. 저자와 다르게 워즈워스의 시에 아직 동경이 남은 것은 서울에서만 자라온 내 유년 때문일까? 하지만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서울이라 해도 시골과 비슷하게 흙을 파며 놀던 시절이 많았는데 점차 개발이 되면서 그 시절의 일들이 꿈처럼 사라져 버린 것 같다.

  브라우닝 부부의 사랑을 들으며 그들의 업적도 알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도 소네트지만 저자가 과거 대학에서 했다던 연극의 경험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은 나도 스텝이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존 던의 글을 보며 훗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제목에 영향을 준 작품에 시선이 가는 것은 아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영어와 담을 쌓은 것은 오래된 일이나 익숙한 것들에 대한 괜한 친밀감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1부의 시인들의 이름이 익숙한 것은 어디선가 그들의 작품을 접했기 때문이었음도 확인하게 된다. '낭만과 현실의 사이'는 내 인생에도 많이 적용되는 문구라 읽는 동안 더 집중했던 것 같다.

  2부는 아직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거리감을 두려 했으나 로세티의 시는 내가 좋아하던 시였기에 시대적인 설명이 앞서나 후에 소개되는 시인의 배경은 시인으로서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부터 좋은 시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비록 그 죽음은 안타깝더라도... 한국 소설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됐던 에드거 앨런 포의 명시가 제목만 익숙한 것은 그의 스타일을 내가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앞서 2부에 거리감을 두려 했던 생각은 로세티에서 무너지면서 내가 그나마 가장 많이 암송했던 영미 시인들의 시들을 계속해서 접하게 된다. 오히려 2부의 시들에 더 익숙한 현실을 만난다. 그렇기에 내가 조금은 회의적이면서도 쉽게 절망에 빠지지 않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부록으로 있던 '영미 문학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역사 이야기'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워낙 역사나 세계사를 어린 시절부터 즐겼고, 작품을 즐기려면 아무래도 시대적인 배경 등도 알아두는 게 유용하기에 흥미를 더 키우며 독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나이 들어가며 메말라 가는 감성을 시가 지켜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상하게 감성이 메마른 듯한 시기 시집이 끌리는 것은 그런 이유일까? 물론, 영미시 보다는 국내시를 더 찾게 되지만... 이 계절 시와 함께 삶을 돌아보기 좋은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익숙한 이름의 영미 시인들의 작품을 작품과 그들의 스토리와 함께 접할 수 있었고, 내가 알지 못하던 부분까지도 살펴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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