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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라파엘坤  2025/10/28 20:19
  • 손자병법
  • 손무
  • 11,700원 (10%650)
  • 2025-10-14
  • : 60,64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손자병법』을 처음 읽었던 시절을 떠올린다. 고등학교 1학년쯤이었을까. 당시 즐기던 PC 게임에서 ‘손자병법’이라는 아이템을 보며,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지력이 높아져 게임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무협지와 역사서 외에는 별다른 독서 경험이 없었고, 해설서조차 읽기 버거웠다. 한자투성이의 문장과 낯선 개념들 속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덮어버렸던 책. 그것이 나의 첫 ‘손자병법’이었다.

  그 후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번역본이나 손자병법을 소재로 한 소설을 몇 권 읽으며,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 이번에 현대지성에서 출간된 소준섭 역자의 『손자병법』은 거리감을 한층 더 좁혀준 책이었다. 책의 편집과 번역이 요즘 독서 흐름에 맞게 다듬어져 있었고, 중간중간 들어간 삽화나 이미지가 내용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어준다.


  많이들 알다시피 『손자병법』은 1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편은 전쟁의 준비에서부터 전략, 지형, 용병술, 스파이 활용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다룬다. 손무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 말한다. 그 짧은 문장 속에는 단순한 승패의 논리를 넘어, 인간과 사회의 갈등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나는 이 문장을 전쟁의 문맥이 아니라, 삶의 태도로 읽었다. 감정적 대응보다 냉철한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손무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회사에서의 경쟁, 인간관계의 갈등, 혹은 사회 속 협상에서도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힘이 아니라 ‘전략적인 사고’다. 『손자병법』은 그런 면에서 지금의 시대에도 가장 실용적인 인문 고전이다.

  손무가 살던 춘추시대의 혼란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불확실한 세상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했다. 흔히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으로 알려진 말의 원형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단순하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문장이다.

  현대지성판 『손자병법』은 과거의 문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특히 읽기 편한 책이다. 원문이 주는 무게감은 그대로 살리되, 번역자는 군사적 맥락과 철학적 의미를 함께 해석해 준다. 그 덕분에 문장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논리적인 구조로 다가온다.

  읽다 보면 “이건 예전에도 들어본 이야기인데?” 싶은 사례들이 나온다. 역사서를 즐겨 읽었기에 삼국지의 전투 장면이나 중국 고대의 외교 이야기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친숙함이 오히려 독서의 재미를 더한다. 손무의 문장 하나하나가,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현실의 문제를 꿰뚫는 지혜로 느껴진다.

  『손자병법』을 단순히 군사 전략서로 읽으면 그 깊이를 놓치기 쉽다. 손무는 승리를 위한 싸움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싸우지 않기 위한 전략, 즉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하는 판단의 힘을 말한다.

  “승자는 이겨놓고 싸우며, 패자는 싸우면서 이기려 든다”

  이 문장은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구절이다. 결국 준비된 자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실패는 상대가 강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손무의 병법은 전쟁을 넘어 삶의 기술로 읽힌다. 전략이란 싸움의 기술이 아니라 판단의 기술이라는 그의 가르침은, 오늘날 리더십과 자기 관리의 핵심에도 그대로 통한다. 빌 게이츠나 손정의, 도널드 트럼프 같은 세계의 리더들이 이 책을 참고했다는 사실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손자병법』은 리더나 경영인뿐 아니라, 스스로의 방향을 세우고 싶은 모든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싶은 사람, 감정보다 판단으로 움직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확실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읽는 방법은 천천히, 하루 한 편씩 곱씹는 것이 좋을 듯하다. 13편 모두가 짧지만, 한 문장 안에 압축된 의미가 깊다. 어떤 구절은 곧바로 이해되지만, 어떤 문장은 며칠 뒤에야 비로소 마음속에 와닿는다. 『손자병법』은 그런 책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고등학생 시절 어렵게만 느껴졌던 그 병법서가, 이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생각하게 하는 지침서로 다가온다. 결국 『손자병법』은 과거의 병서가 아니라 ‘현재를 이기는 지혜서’라 생각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오래된 전략이 아닐까 생각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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