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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 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
  • 남충식
  • 21,600원 (10%1,200)
  • 2025-08-29
  • : 3,61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거의 인연과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순간은 묘한 설렘을 준다. 내 기억 속에 좋았던 책을 다시 펼쳐보는 것도 그런 감정과 닮아 있다. 10년 전, 정사각형 판형으로 출간되었던 『기획은 2형식이다』는 당시 바리스타 겸 로스터로 일하던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단순히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읽는 동안 좋은 기운을 주었던 책이라 기억 속에 오래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커피, 요트, 부동산 등 여러 분야의 자격을 취득하고 일을 하다가 새로운 일을 궁리하는 지금, 생일 선물처럼 다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현재 나는 ‘기획을 업으로 삼는 곳’에 몸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 막연한 아이디어만 있고, 현실적인 조건이나 구체적 실행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상태다. 경제활동이 중단되니 마음은 더 급해지고,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그럴 때 다시 만난 『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는 과거의 책과 달리 지금의 나에게 더욱 절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저자는 기획을 아주 단순하게 정의한다. “기획은 문제(P)를 정의하고, 해결책(S)을 제시하는 2형식 구조”라는 것이다. 기획서의 화려한 구성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올바른 문제를 규정하고 그에 맞는 해법을 제시하는 태도가 기획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10년 전에도 그 단순명료한 구조에 감탄했지만, 실생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해 기억 속에서 잊고 지냈다. 이번에 책을 다시 읽으며, 내가 그간 여러 업종을 경험하며 ‘익숙한 방식’에 의지했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가 강조하는 “기획은 재능이 아니라 태도”라는 말은 특히 마음에 남았다. 기획은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문제를 똑바로 보고 성실하게 해결책을 찾으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는 뜻이다. 익숙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편하기 때문에 붙잡고 있는 방식이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지금 내 상황과도 깊이 겹친다. 과거의 방식이 도태되는 것을 많이 보아왔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들도 경험했다. 이제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시각으로 문제를 꿰뚫어 보고, 시간을 들여 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서 소개된 윤종신의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 사례도 인상 깊었다. 기존 앨범 발매 구조의 한계를 문제로 정의하고, 매달 새로운 곡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획의 2형식 구조가 얼마나 명확하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단순한 형식이 실제로는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깨닫게 해준 사례였다.

  책의 장점은 가독성이 뛰어나고, 기획을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사고의 틀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10년 전에도 ‘느좋’—느낌이 좋은 책으로 기억에 남았던 이유가 단지 판형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번에 새로 나온 판본은 제본 방식이 달라져 한층 읽기 편했고, 최신의 트렌드가 반영된 듯했다. 덕분에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에서도 세월의 흐름과 현재의 감각이 함께 느껴졌다.


  『다시, 기획은 2형식이다』는 마케터, AE, 기획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유익하다. 시장 조사, 캠페인 설계, 클라이언트 응대, 혹은 일상 속 문제 해결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획을 특별한 재능의 산물이 아니라 태도의 결과로 본다는 점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함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책을 덮으며, 기획은 대단히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문제와 해법을 끝까지 직시하려는 태도의 산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10년 만에 다시 만난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좋은 기억을 불러일으킨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 내게 꼭 필요한 통찰을 준 귀한 인연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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