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제부턴가 구름 사진은 꾸준히 찍게 된다. 사진을 취미로 하기 전부터 하늘의 구름은 내 오래된 피사체였다. 요즘도 하늘을 보며 ‘구름 때문에’ 셔터를 누르는 일이 많다 보니, 헤르만 헤세의 구름에 대한 글을 모은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열림원에서 펴낸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는 구름을 매개로 자연과 삶,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산문·시 선집이다.
책을 펼치고 첫 글 「구름」을 읽으면서 나는 문득, 그저 아름다움에 이끌려 구름을 바라보았을 뿐 한 번도 헤세처럼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더구나 시를 쓰던 시절에도 ‘구름’을 소재로 다뤄본 기억이 없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나는 단지 카메라로, 혹은 눈으로 순간의 형상을 포착하는 것에 만족했지, 그 안에 담긴 삶의 의미까지 헤아리지는 못했던 것이다.
헤세의 글은 구름을 단순한 풍경이 아닌, 변화와 무상, 그리고 영원의 상징으로 바라본다. “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라는 제목처럼, 그는 구름이 가진 자유로움과 예측 불가함 속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비추어낸다.
이 책은 줄거리나 인물 중심의 소설이 아니라, 시와 산문, 단편적인 사유의 기록들을 엮어 놓은 선집이다. 대부분의 글들은 100년 전, 헤세가 남긴 글들이다. 오래된 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의 마음에 여전히 울림을 주는 것은 아마도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시대를 넘어선 보편성을 지니기 때문이 아닐까?
책을 읽다 보면, 구름의 시작과 끝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군대 시절, 나무 위에서 하얀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올라 마치 구름이 되는 듯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그 경험이 헤세의 글을 읽으며 하나의 이미지로 되살아났다. 하지만 여전히 구름이 소멸하는 순간은 내게 명확히 남아 있지 않다. 국지성 호우처럼 갑작스러운 비가 쏟아지는 장면이 어쩌면 구름의 소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끝’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헤세의 글을 읽고 나니, 그런 불명확함조차 구름의 본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헤르만 헤세의 문장은 시적이면서도 고요하다. 그는 구름을 통해 머무르지 않음과 변화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흔히 두려워하는 변화와 불확실성은 사실 자연의 섭리이자 삶의 본질이 아닐지 생각하게 한다.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처럼, 우리의 삶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할 텐데... 나는 어디서 끊임없이 방황을 하고 있는 것인지... 하는 느낌도 들긴 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단숨에 완독하기보다, 하루 한두 편씩 천천히 음미하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와 산문이 함께 있지만 헤세의 문장은 시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구름, 바람, 햇살과 같은 자연의 이미지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나 자신의 내면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본다면, 글이 훨씬 깊게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은 후,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달라질 것 같다. 단순히 카메라에 구름을 담는 게 아니라, 그 이미지에서 느끼는 것들을 글로 조금씩 메모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진정한 구름 덕후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보며 이미지로 소비를 하는 구름이 아닌 더 깊은 사색의 순간을 마주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리뷰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