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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詩
  • 어른의 말
  • 김민희
  • 18,000원 (10%1,000)
  • 2025-08-05
  • : 80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른의 어원을 알게 된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였다. 하지만 성인이 곧 어른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나이가 많아도 어른답지 않은 사람을 보았고, 나도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니었다. 결국 어른이란 나이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걸 체득하며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어른의 말』이라는 제목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인터뷰집이라는 형식도 호기심을 더했다. 짧지만 온라인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며 인터뷰를 해 본 경험이 있었다. 보도자료용 인터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때 좋은 질문이 좋은 대화를 이끌어낸다는 걸 배웠다. 그 경험은 나를 “언젠가 좋은 인터뷰어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끌었고, 그래서 이 책이 망설임 없는 선택이 되었다.


  책은 12명의 명사를 인터뷰하며 각자의 삶을 통해 ‘나다움, 일, 공부, 자유, 아웃사이더, 걷기, 자신, 시간, 무해함, 행복, 선의, 사랑’이라는 열두 가지 주제를 다룬다. 단순히 화려한 업적을 늘어놓는 자리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오며 얻은 통찰을 나누는 자리였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어른의 세 가지 조건’을 말한다.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님을 강조하며, 결국 닮고 싶은 어른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책 제목에 생략된 말이 바로 ‘닮고 싶은’이었다는 사실은,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확신을 주었다.

  이어령 선생의 ‘나다움’ 이야기는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나다움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고 다듬어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 말을 읽으며 괴테의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문장이 떠올랐다. 지금의 나는 불완전하고 애매하지만, 동시에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 그 생각이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낯선 일을 선택하며 살아왔던 내 경험도 결국은 그렇게 익숙함이 되어 온 과정이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최인아 대표의 ‘일’에 대한 인터뷰는 다시 나의 ‘쓰임’을 돌아보게 했다.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경험들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들이 내 안에 쌓이고 있다는 걸 안다. 언젠가 그것들이 내 삶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또 한동일 교수의 ‘공부’ 인터뷰에서 저자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 구절이 마음에 남았다. 폴 오스터가 말했던, “나는 나의 재능을 일찍 발견했지만 꽃피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p.98)라는 문장. 나도 내 재능을 일찍 알았는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도 시행착오 속에서 천천히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이 단순한 인터뷰 모음이 아니라 하나의 메시지로 다가온 이유는 저자의 역할 덕분이 아닐까? 그녀는 질문자이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청자로서, 인터뷰이들의 진심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한다. 덕분에 독자는 어른들의 말 속에서 삶의 방향을 찾을 작은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책을 덮고 난 뒤, 어른이란 결국 ‘나다움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남았다. 흔들리고 방황하는 순간까지도 자기답게 살아가려는 태도가 어른다움일 것이다. 『어른의 말』은 그래서 자기다움을 고민하는 20대 청년에게도, 삶의 전환기를 맞이한 중년에게도 모두 권할 수 있는 책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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