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들 한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실패는 자꾸만 자신감을 깎아먹고, 자존감을 낮추는 일이었다. 주변 환경과 여건 탓에 여러 직종을 떠돌다 다시 구직 중인 요즘. 나이는 결국 숫자에 불과하지 않았다. 과거의 경력을 아무리 펼쳐보아도 나이를 앞서지 못했고, 내게 오는 연락은 접수하지도 않은 토지 분양 회사들뿐이었다. 이상하리만치, 내가 지원한 곳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그런 한숨만 쌓여가는 삶의 한복판에서 『나의 왼발』을 만났다. 책을 펼치자마자 마주한 것은 작가들의 숨기고 싶었을지도 모를 개인사들이었다. 실패의 고백은 쉽게 꺼내기 어려운 것인데, 이 책은 오히려 그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어떤 글은 나조차도 조심스럽게 읽었다. 내 과거, 나의 실패가 덜컥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춘문예에 떨어졌던 날들, 조심스레 나도 인정할 수 없는 등단의 순간, 그러나 스스로조차 인정하지 못했던 그 경험들. 공모전에서 입상도 하고, 창작 성가도 써왔지만 내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극적인 이직과 생존을 위한 선택들이 내 인생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었다.
『나의 왼발』은 그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만 그런 게 아니야." 이 책은 여섯 명의 작가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패를 견디고, 그 위에서 다시 문장을 세워나가는 이야기다. 반짝이는 성공담이 아닌, 실패 이후에도 살아남고자 했던 기록들. 그들의 글을 읽으며, 나 역시 지금 이 순간 '나의 왼발'로 걷고 있음을 느꼈다.
특히 반가웠던 건, 저자 중 한 명이 대학 시절 함께 시간을 보냈던 후배였다는 점이다. 등단할 때 찾아가 사진도 찍어주었고, 그의 시를 늘 응원했지만, 그 시 속에 담긴 아픔의 깊이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었다. 책을 통해 보다 진하게, 조심스럽게 전해지는 그의 고백에 나도 함께 조용히 마음을 기댔다.
실패가 익숙해지는 건 두려운 일이지만, 좌절 속에서도 꿋꿋이 제자리를 버티고 있는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누군가 말하듯 왼다리가 오른 다리보다 길다면, 그만큼 더디고 힘들겠지만, 그걸 이겨내며 나아가는 것도 나만의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왼발』은 그런 책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치열하게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글.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꺼내 보여주며 "괜찮다"고 말해주는 책. 나만 힘든 줄 알았던 이들에게 꼭 필요한, 여섯 명의 인생 분투기다.
성공은 멋질지 모르지만, 그보다 실패를 안고 다시 걷는 발걸음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나의 왼발』은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서 넘어졌지만, 여전히 일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왼발을 내디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