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황님께서 다행히 위중한 상태에서 벗어나셨다는 기사를 봤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라는 로마서의 성경 구절을 떠올렸다. 특이했던 것은 분명 교황님의 유일의 공식 자서전이라고 들었는데 다른 출판사에서도 공식 자서전이라고 나와 그 부분은 궁금하기도 했다.
책을 시작하며 세 개의 인용글이 맞이한다. 얼마 전 읽었던 『두이노의 비가』 저자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글도 반가웠다. 이용훈 주교님의 글을 통해 이 책이 어떤 예정이었다 희년을 맞아 공개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희년을 맞아 의미 있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주교님이 인용한 교황님의 "진정한 희망이란 어둠 속에 갇히지 않고,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으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밝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의 힘"이라는 말씀은 지금의 내게도 힘이 되는 말 같다는 생각이었는데 서문도 그 맥락으로 이어져 다가왔다.
책은 총 25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부터 스토리텔링이 잘 되어 있었다. 1장을 읽으며 어떻게 교황님의 가족들이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주님께서는 어떠한 계획을 마련하고 계셨던 것 같았다.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그리고 다시 이탈리아로 자리를 하셨던 교황님의 심경은 남다르셨을 듯하기에 글은 몰입감 있게 흘러갔다.
전쟁의 비참함은 지금도 이어지는 중이기에 내용을 읽으며 떠올리는 분쟁지역을 위한 곳을 위해 화살기도를 날려본다. 내 작은 기도를 통해 전쟁의 끝을 더 빠르게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조부모님들의 신앙은 교황님에게 이어진 것 같았다. 고국에서의 상처를 통해 교황님의 아버님께서는 이탈리아어를 쓰지 않으셨다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이탈리아에 뿌리가 있으나 단절된 시간을 돌아돌아 다시 이탈리아에서 교황직을 수행하시는 분께는 어떤 감정들이 있었을지... 조부모님들의 만남과 아버지의 탄생과 그 형제들의 비극, 부모님의 만남이 살레시오 청년회에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는 가톨릭 신앙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신앙의 전수는 방언처럼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부모님의 종교와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전수보다는 군대에서 호기심으로 시작해 학문으로 접하며 경험으로 쌓아왔던 것 같은데... 그나마 경험이 방언처럼 몸에 녹아 간 것은 아닌가도 싶었다.
자서전을 계속 읽어 나가며 교황님의 반성과 사랑 그리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삶은 계속 이어진다. 그렇기에 주님께서는 이분을 교황으로 뽑으신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남들과 다를 게 없다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이 책을 읽는 이들이라면 그 특별함을 발견하는 게 어렵지 않을 듯하다. 서품 예식을 준비하던 기간 주에 쓰셨다는 기도문을 보며 과거 냉담을 풀고 청년 주보에 투고했던 내 신앙고백 같은 글을 떠올려 보게도 한다. 교황님의 할머님의 유언과도 같은 글도 인상적이다. 왜 교황님께서 할머니의 신앙에 유독 많은 영향을 받으셨다는 것인지도 알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부모님과 다른 신앙을 가진 나는 뭔가 헛헛한 마음도 들지만 주위에 함께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어 꾸준하게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해 본다.
칠레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난 카를로스와 파울라 부부와의 이야기는 하느님의 계획을 교황님의 삶 속에서 보여주셨고, 이 책을 통해 전달이 되어 여전히 그분의 계획은 그때와 시간이 언제가 될지 모르나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 장의 마지막 문장까지도 교황님의 희망은 이어지는 듯하다. '저는 한낱 지나가는 발걸음일 뿐입니다.'라고 하셨지만 이 자서전은 그 발걸음이 헛되이 남겨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희년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하며 일상의 어려움 때문에 희망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요즘. 이 책이 다가온 이유 역시 주님의 계획의 일부는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두께가 가볍지는 않으나 읽히는 힘이 있으며 신앙을 가진 이들이라면 접하며 느낄 것들이 많은 책이었다.
처음 교황님이 선출되시고 읽었던 작은 책들에 비해 더 깊이 신앙으로 다가갈 수 있던 책이었다. 어떻게 하느님께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뽑아 세우셨는지를 교황님의 삶을 통해 알 수 있을 듯했다. 갈수록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들이 펼쳐지는 듯한 시대. 희망의 불씨가 꺼져가려 할 때에 그 불씨를 키울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첫 공식 자서전 『희망』에 대한 리뷰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