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다. 내게는 낯선 작가의 이름이었지만 동명의 영화가 있었다(우리나라 제목으로는 '처녀 자살 소동'). 아역 때부터 관심을 가졌었지만 요즘은 그때에 아쉬운 커스틴 던스트가 한창일 때 주연한 영화라 호기심이 생겨 소설을 읽기 전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다. 그래서 소설과 영화의 비교로 글을 적어보려 한다.
『버진 수어사이드』의 줄거리는 1970년대 미국 중산층 교외를 배경으로, 리즈번가의 다섯 자매가 겪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이야기의 화자는 이름 없는 동네 소년들로, 그들은 리즈번 자매들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소설은 메리의 자살 장면으로 시작하고, 영화는 리즈번 가문의 막내딸 서실리아가 첫 번째 자살을 시도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그녀의 죽음은 가족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기며, 부모는 자매들에게 엄격한 통제를 가하게 되나 이로 인해 자매들은 점점 더 고립되고, 결국 다섯 자매 모두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며 끝을 맺는다.
영화와 원작의 차이점으로는 원작 소설은 화자인 소년들의 집단적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들은 리즈번 자매들의 삶과 죽음을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하며, 작품 전체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반면 영화에서는 이런 역할이 축소되고, 각 캐릭터의 감정과 행동에 더욱 초점을 맞춘 듯하다. 이는 관객들이 리즈번 자매들과 더 가까이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영화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데뷔작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 몽환적인 음악, 그리고 정교한 세트 디자인으로 리즈번 자매들의 고립된 세계를 생생히 전달하는 듯했다. 원작 소설이 언어를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면, 영화는 시각과 청각을 통해 감각적인 몰입을 제공한다.
영화는 제한된 러닝타임으로 인해 원작 소설의 일부 디테일을 생략했다. 예를 들어, 리즈번가의 부모가 가진 종교적 신념이나 동네 사람들의 세부적인 반응은 영화에서 간략하게 다뤄진다. 대신 영화는 자매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장면을 추가하여 그들의 감정 변화를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한 것 같다.
평소 소설을 많이 읽지 않지만 영화와 원작을 오가며 몰입감 있게 읽었던 시간이었다. 만약 아직 『버진 수어사이드』를 접해보지 않은 독자라면, 원작 소설과 영화를 함께 즐겨보면 좋을 듯하다. 두 매체를 비교하며 감상하면,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 안에 담긴 비극적 아름다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전하며 리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