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라는 소설집이다. 작가님에 대한 정보없이 읽게 된 책이다. 총7편의 소설이 실려있는데, 제일 재미있는 글을 고르라는 질문에 7편 다 읽어보시라 말하고 싶다. 그중 제목이랑 같은 '혼모노'는 두세 번 다시 읽어보았다.
이 책에 실린 글은 주제와 소재가 다 다양하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인 동시에, 아주 큰 사건이발생하는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겪었을 만한 감정의 이야기와 고민을 글로 타인의 이야기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마음에 와 닿는다. 사회 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어 다채롭고 또 한편 한편 읽을 때마다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첫번째 실린 단편인 '길티 클럽'에서는 주인공이 푹 빠져버린 김곤이라는 감독을 둘러싼 여러 루머와 사실,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펜클럽의 이야기이다. 골수펜의 펜클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자세히 알 수 있었고, 공인이라는 사람이 가져야 할 도덕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스무드'에서는 태극기 부대의 이야기가 이방인의 눈으로 그려져서 신선했고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아무 선입견 없이 바라보면 어떻게 비춰질 지를 그려내서 나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시각을 가진 게 아닐까라는 허를 찔리는 기분도 잠시 들었다. '혼모노'편에서는 무당, 점집, 신애기 이런 평소 잘 접하지 않던 소재가 나와서 놀랍기도 했는데 그중 30년차된 신빨이 다된 박수 무당의 삶을 들여다보며 우리 인간이 가진 내면의 욕망, 인정 욕구, 명예 그런 것들이 같이 녹아들어가 있어서 아무리 신기가 있는 무당이라도 인간일 수 있고, 그들의 삶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가짜 무당, 진짜 무당,,,그 기준은 누가 나눌 수 있나? 삶에서 진짜의 삶과 가짜의 삶이 존재하기나 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구의 집', '잉태기','메탈'... 모두 우리네 삶에서 있을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읽는 내내 눈길을 뗄수 없었다. 특히 '잉태기'편에서는 며느리와 시부의 손녀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이 손녀의 삶을 망치는 줄 모른다는 점이 안타까웠으며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누군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쏟아 일생을 사는 일은 누구를 위한 일인지 반드시 스스로에게 되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이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집착에 가깝게 누군가의 삶을 관여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무덤덤한 시선으로 우리의 삶의 여러 갈등을 다양한 소재에서 찾아내고 알려주는 소설이라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보다는 그 덤덤한 시선 속에 인간의 내면을 세밀하게 간접 경험시켜주는 소설이라 읽어보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하루에 한 편씩 읽은 터라 한꺼번에 책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읽는 몇 일 동안 내 이웃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듣고 있다는 착각도 들었다.
내 안에서 무언가 터졌다. 매캐한 연기가 사방을 감싸듯 눈앞이 뿌예졌다. 땅이 뒤흔들리는 것 같았다. 왜 이러지. 생각을 정리할 겨를 도 없이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 P57
아가, 난 말이다. 결핍이 집착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애정도 적절히 내어줄 줄 알아야 해.- P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