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의 소설집이다.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책의 첫번째 실린 소설인 '홈파티'를 읽는데, 그날 따라 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런 연유인지, 그들의 홈파티 장면을 두번째로 음미하면서 읽는 와중에 속이 매슥거렸다. 마치 내가 와인을 여러 잔을 들이킨 것처럼 속이 불편해졌다.어쩌면 그들이 나눈 대화때문일까. 마치 그 모임 속에 내가 있는 듯 느껴졌다.
요즘 보는 일일드라마의 상류층의 사람들이야기도 소설을 읽으며 오버랩되었다. 상류층의 사람들은 그들은 자기들만의 리그 속에서 우리와는 다르게 어떻게 살아갈까'가 막연하게 궁금한 시점이라 이 소설의 첫 작품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홈파티라는 이름의 모임에는 대표님, 병원장, 변호사 등이 모였다. 모 대학의 반년짜리 최고 경영자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를 집에 초대해서 (코로나 시절이기에)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는다고 한다.
멤버들이 멤버들인지라 서로 고급 인맥을 소개시켜주고 고급 정보를 나누는 시간으로 보였다.
이 자리에 대학 후배의 소개로 우연히 참석하게 된 연극 배우 '이연'이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그녀는 새로 맡게 된 배역을 위해 상류층들이 모임이 어떤지 경험하는 차원에서 참석했다. 하지만 결국은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이 소설에 실린 글 중 기억에 남는 편은 '빗방울처럼'이라는 작품이다. 마지막편 '빗방울처럼'을 읽는데, 가슴이 아려왔다. 뉴스에서만 보던 전세 사기 피해자의 이야기였다. 단편적인 뉴스로 보던 것과 그 사건으로 인해 형편이 어려워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의 속내를 가까이서 경험하는 것은 온전히 다르다.
주인공 지수는 남편을 저세상으로 보냈다. 젊은 둘이 전세사기 피해만 당하지 않았어도 그 둘은 이렇게 삶과 죽음으로 서로 갈라지는 비극은 없었지 않았나 싶어 마음이 아팠다.
지수가 남편을 따라 가기로 결심한 후, 그녀는 남편과 살던 이 집을 그래도 온전히 고치고 가고자 결심한다. 그 와중에 도배하는 외국인 아주머니.. 서툴지만 정직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물었던 장면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표현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구나를 느꼈다. 우리는 이런 말을 건낼 여유도 없이 남의 일이라고 무관심하고 살아가고 있는 순간이 많은 것은 아닐까 싶다.
말 한마디가 내가 만난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이 되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소설은 가볍지 않은 이야기로 우리 이웃, 혹은 우리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해준다.
그래서 읽고나면 마음이 조금 무겁다.
그리고 제목이기도한 ' 안녕이라 그랬어' 편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헤어진 사람에게 온 연락이 기억에 남는다.
"만약 지금 너를 다시 만난다면, 네가 틀렸다고, 이건'안녕'이 아니라 '암 영'이라고 고쳐주는 대신에, 그래 가만 들어보니 그렇게도 들리는 것 같다고, 콘크리트 보도에 핀 민들레마냥 팝송 안에 작게 박힌 한국어, 단순하고 오래된 '안녕'이라는 말이 참 예쁘고 서글프다 해줄 텐데"라며 작게 훌쩍였다. ...
나도 이런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해주는 대신 그렇게도 들리는것 같다고 공감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잔잔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소설집이다. 우리의 삶의 소소한 부분이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이야기를 덤덤히 그려내는데 나도 모르게 그 장면 속에 내가 처한 상황이 오버랩되는 것이 소설을 읽는 이유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설보다는 철학류나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었는데 왜 소설을 읽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는 요즈음이다.
둘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해보려 애썼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가장 많이 한 일은 무언가를 ‘기다리는‘거였다. 더불어 두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무언가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지수와 수호는 점섬 사소한 일로 다뒀다. ......- P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