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리사와 책구경

이꽃님 작가의 소설이다. 2025년 8월에 나온 책이다. 읽다 보니 요즘은 이꽃님 작가님의 책을 연속해서 읽고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올해 나온 책까지 읽게 되는 구나 싶다.


놀이공원 '판타지아'를 배경으로 한 소녀가 서 있다... 이 소설은 십 년전에 동네에서 발생한, 아동 학대와 가정 폭력으로 부모의 손에 죽은 소녀 '봄'이와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봄이와 9살 무렵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이 십 년이 지난 지금 그 기억을 잊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덤덤하게 그려낸다. 어른이라고 해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어른다움을 간직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을이, 균, 유경이 세 친구는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된다. 어린 시절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세 친구들은 자기들 잘못인것 만 같다. 잊어버리고 묻고 지내라는 어른들의 이기적인 마음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큰 가시로 남겨져 자라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을 알려준다. 

어떤 일은 그냥 묻고 간다면 평생을 따라다니며 나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 비록 그런 사건을 대면하는 것이 힘들지만 조금 더 성숙한 마음으로 대면하고 온전히 그 아픔을 치유할 때 비로소 우리가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건 어린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가정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에 대한 조그만 관심이 있었다면 봄이는 죽지 않았을 텐데 우리가 남의 일에 무관심하고 어떻게 든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생각인지 알게 되었다. 타인에 대한 관심, 따뜻한 관심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가을과 처음으로 한 걸음 멀어졌을 때, 유경은 가을이 두 걸음 다가와 주기를 원했지만, 가을은 그러지 않았다. 유경은 늘 한 걸음만큼의 거리를 두었고, 가을 역시 그 거리를 애써 좁히지 않았다. 어쩌면 가을도 유경과 한 걸음 떨어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한순간에 가까워지지만 멀어지는 것도 한순간이라는 사실이 유경을 외롭게 만들었다.- P42
친구를 걱정하면 인생을 망치는 거냐고 되물으려던 유경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상대가 선을 넘었다고 해서 자신도 넘고 싶지 않았다.- P129
가을은 자신이 없던 어느 밤에 어린 봄이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했다. 그건 자신이 곁에 있어 줬더라면 봄에게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었으며, 친구를 떠나보내고 마음껏 울지 못한 그리움이었다. 밤은 어두워 아픔을 숨기기 쉽고 애쓰지 않으면 아픔은 어둠에 쉬이 가려지기 마련이니까.- P224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