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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신선하다.
책을 서점에서 받아들었다. 세계사라를 다루는 책이 이런 표지를 하고 있는 것부터가 신선하다.
내용 또한 신선하다. 오래전 저자의 전작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을 유쾌하게 읽은 나로서는 저자의 필력은 여전하다고 느꼈다.
처음 전개되는 내용은 지극히 에세이스럽다. 고대 유적지에 가족끼리 간 저자는 전날 술을 진창 먹고 와서 아내랑은 냉정기고, 딸은 과시용 사진찍기에 바쁘다. 그런 와중에 저자는 지금 이 유적지에 있는 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나 하고 생각하며 역사 이야기를 시작한다.
방대한 역사를 다루는 책은 대개 권위 있는 사람이 제법 무게가 나가는 볼륨감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점에서, 유럽인의 한 일원으로서 역사를 대한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견 가득한 역사 이야기인 것이다.
인상 깊었던 건 멸종 직전까지 갔던 호모 사피엔스가 '섹스' 때문에 인지혁명이 일어나 오늘날 가장 번성한 종이 되었다는 것. 마지막 닫는 글을 우리가 잘못된 역사 상식을 소개하며 끝내는 것도 인상깊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거짓말을 늘어놓고 회수하려고 했을 땐 이미 늦어버려서 지금까지 잘못 전해져 온 역사'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다 읽고 느낀 점은 가볍게 읽으면 한없이 가볍고, 진지하게 읽으면 한없이 진지한 책이라는 것.
아재 같은 수다스러움이 물씬 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