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를 싫어한다.
수준 높고 고고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과
자기들만 이해하는 언어로 대화하는, 배타적인 비밀 소사이어티 같은 느낌 때문에.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 해서 시를 읽을 때마다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는 것도 싫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시를 싫어하게 된 건
내가 갖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차라리 싫어해버리고 마는 그런 감정이었을 거다..
이해 못하는 거 아닌데?? 내가 싫어해서 안 읽는 건데???? 이런 치졸한 감정 ㅋㅋ
그래서 올해부터는 시를 읽어보려고 한다.
어쩌면 이 책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일 것이다.
우연히 시에 입문하게 된 저자가 시를 소개하고, 나름의 해석을 일상에 녹인 에세이를 덧붙인 구성이다.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는데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에세이조차 시적이다. ㅋㅋ
수려하고 깊이 있는 문장이 매번 반복되니 살짝 피로도가 있다.
약한 잽이 반복되다가 때리는 카운터펀치가 더 강렬하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계속 카운터펀치를 때리는 느낌이랄까 ㅎㅎ
그만큼 멋진 문장들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피로함을 감수하고 계속해서 읽게 하는 흡인력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의도나 구성은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이런 책이 많이 나와서 나 같은 시 초심자들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