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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장
  •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 윌리엄 해즐릿
  • 15,030원 (10%830)
  • 2025-10-20
  • : 12,580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리보기로 앞부분을 조금 읽었는데, 술술 잘 읽혀서 궁금했던 책이었다. 읽어보니 정답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재미있었다. 

이 에세이집에는 진부한 비평가에 관하여, 온화한 사람의 두 얼굴, 종교의 가면, 인격을 안다는 것은,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인도인 곡예사,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에 관하여, 병상의 풍경 총 8편의 에세이가 담겨있다. 

자기주장 없이 남의 의견만 반복하는 진부한 비평가, 겉으로는 온화하고 교양 있어 보이는 온화한 사람의 이기주의, 스스로 도덕적이고 고결하다고 믿는 자들의 착각과 위선적인 모습, 가난이 불러오는 것들... 사람, 삶, 사회, 인간관계 등 우리 모두가 알고 있고 겪어 왔고 느꼈던 것에 대해 적혀있다.

'온화한 사람의 발뒤꿈치를 한번 밝아 보라. 그가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 보게 될 것이다.'(p37, 온화한 사람의 두 얼굴 중에서)

'섀프츠베리 경은 어느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온화해보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실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고. 그래서 자기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일에는 짜증을 내지 않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에는 굳이 화를 내지 않으니, 마치 인간적인 친절함으로 가득찬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p39, 온화한 사람의 두 얼굴 중에서)

'신앙인들은 종종 많은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 모습은 겸손해 보일 수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잘못에 대해 인정하거나 특정한 사건에서 자신이 틀렸다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인간의 본능적인 자기방어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욱 강화되며, 그들은 마치 법정에 선 피고인처럼 모든 비난을 부인한다. 그래서 신앙인이 위선적일 때는 가장 심각한 형태의 위선자가 되곤 한다.'(p56, 종교의 가면 중에서)

'가난은 꿈을 막지 않는다. 오히려 꿈은 더욱 선명해진다. 하지만 그 꿈에서 눈을 뜬 직후 식탁 위에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은 그 꿈조차 사치였다는 듯 우리를 조용히 무너뜨린다. 아침을 먹지 못한 사람은 음식을 구하러 나설 기력조차 없다. 거절을 감당할 여유도, 친구에게 도움을 청할 용기도 없다. 이미 바닥난 자존심을 끌어안고 결국 거리 모퉁이에서 손을 내밀게 될지도 모른다.'(p102, 돈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중에서)

나도 가난을 겪어봤고, 위선자를 보았고, 온화한 사람을 만나보았지만 이렇게 해즐릿의 글로 읽으니 '아하, 그런 것이었구나.'하고 다시금 깨닫게 되고 확 와닿는 것이 많았다. 철학적인 내용을 신랄하게 풀어나가고 있어서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다.

철학적이고, 신랄하고, 깨달음이 있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만약 미리보기로 읽어보고 잘 읽혔다면, 분명 이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하고 싶다. 여윳돈이 생기면, 이 작가의 다른 책 몇 권을 한꺼번에 사서 묵혀뒀다가 살기 힘들고 생각이 많을 때 펼쳐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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