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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기행 : 변경의 사람들
  • 김구용
  • 18,000원 (10%1,000)
  • 2025-07-07
  • : 306

* 인디캣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스'가 창궐했던 2003년, 나는 중국에서 어학연수 중이었다. 상황은 날로 악화됐고 중국 전역 학교에 봉쇄령이 내려졌다. 수업은 파행이었다. 학생들은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 수업을 빼먹기 일쑤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6월 중순에 봉쇄령이 풀렸고, 한 학기를 날렸다는 걸 깨달았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2학기 등록을 취소하고 돌려받은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여비 삼아 배낭여행을 떠났다. 북경을 기점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중국 국경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일정을 짰고, 종강과 동시에 길을 나섰다. 대도시를 벗어나 시골과 오지를 돌아다녔다. (p7, 프롤로그)

여행 신문 기자를 거쳐 잡지사 에디터로 일하는 저자에게 삶의 근간이 되었다는 20대 시절의 중국 일주기이다. 베이징을 기점으로 시안, 투루판, 이닝, 카슈가르, 아리, 카일라스산, 라싸, 구이린 등 중국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생소하게 느껴질 변경 지역을 여행한다.

결혼한 남편을 두고 혈혈단신으로 여행 온 홍콩 여자 샤오장와 만난 이야기, 중국 정부가 발행한 퍼밋(통행증)을 발급받고 운전기사, 차량, 가이드를 대절해야만 입장할 수 있고 그마저도 일부 지역만 돌아볼 수 있는 티베트에 입경한 이야기, 천년 전 화려한 불교미술을 꽃피웠던 전설의 왕국 구게왕국 이야기, 신체 일부에 묶어 메단 수많은 타르초(불경을 써넣은 깃발)의 모습, 맵고 얼얼한 마라 맛 만큼 사람도 매운 쓰촨성 이야기 등...

사람 냄새 풀풀 나는 것이 꼭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라 무척 좋았다. 유명한 중국 관광지가 아니라 변경 지역을 다루고 있어서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티베트에 관심이 많아서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입경하는 이야기부터 장례, 티베트 사람들의 문화, 사고관 등 여러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무도 오라 한 적 없는 곳에서 친절을 바라는 건 욕심일까? '사해동포(四海同胞)'라는 개념은 여행자의 눈을 가린다. 실상 여행은 고행이나 다름없다. 그 과정 중에 무엇을 느끼고 남길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불쾌한 경험만 남길 것인가? 아니면 그 경험을 통해 사유를 확장하려 노력할 것인가? 티베트에서는 유난히 그 선택을 자주 해야 했다. (p80)

티베트인들은 일생에 한 번은 라싸로 순례 가는 걸 꿈꾼다. 자신이 사는 곳에서부터 라싸 포탈라궁까지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오체투지로, 삼보일배하며 걷는다. 그때 만났던 티베트 사람은 "무엇을 그리 간절히 염원하는가?" 라는 질문에 "우리는 달라이라마의 귀환을 원한다."라고 대답했다. 어떤 이는 "나의 죄를 씻기 위해 걷는다"고 답했다. 이유는 각자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 간절한 염원을 가슴에 품고 장정에 올랐다. (p135)

글도 어려운 비유 표현을 쓰지 않아 쉽게 잘 읽혔다. 미리보기로 첫 장을 처음 읽었을 때 느낌이 무척 좋았는데, 기대만큼 잘 읽혀서 만족도가 높은 책이었다. 꼭 관심 분야가 아니더라도, 문장이 잘 읽혀서 작가의 다른 책이 있다면 한번 구매해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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