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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풍경













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여성운동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편견은, 가부장제는 독자적인 모순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작동케 하는 구조의 일부에 불과하며, 페미니즘은 중산층 여성들의 주장이라는 것이다. 마오쩌둥, 마르크스 모두 중산층 지식인이었지만, 언제나 페미니스트만 중산층 지식인인 것이 시빗거리가된다. 이렇게 말하는 남성들도 대개는 중산층 부르주아 '지식인'인 경우가 많은데, 다른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여성운동가 중 일부가 지식인이라는 사실은 못 견뎌한다. 여성은 '어머니'이거나 '창녀'일 뿐, 지식인이나 중산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페미니즘의 도전>, 59쪽)

지식인까지 갈 건 없을 테고, 부르주아도 멀다고 했을 때, 나는 '중산층'이란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읽을 시간이 있고, 쓸 시간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일 읽는 사람도, 띄엄띄엄 읽는 사람도, 아주 길게 아니어도 자신의 생각을 한 장으로 정리해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언어를 가지고 있다'라고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중산층이라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하고 판단하는 건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다. 한가하게 책 읽고 편안히 살았으면서, 다른 사람(여성)을 돌보는 일에 무관심한 여자의 결국은 그렇게밖에 읽히지 않는다. 한가하게 책 읽고 편안히 살면서,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한 남자의 글이 예술로 둔갑하는 경우와 대비된다.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고, 귀를 막으면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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