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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풍경













1. The Crash

프리다 맥파든의 10번째 책이다.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교훈을 야무지게 얻게 된다. 완벽한 가정에는 반드시 아이가 필요하다는 전제, 사람들의 그런 고정 관념이 얼마나 집요한지 보여준다. 모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어떤 여성이 어머니가 '될 만한가'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특히, 임신한 여성에 대한 규제와 규율, 온갖 잔소리가 정당성을 획득하는 과정이 세세히 펼쳐진다.

프리다 맥파든의 솜씨가 놀라운 지점은, 소설의 배경이 외부로부터 고립된 지역이고, 등장인물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설정에서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가끔 과거가 회상되기는 하지만, 중요한 사건은 오직 하나, The Crash 뿐이다. 그 사건이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등장인물들을 은인과 범인으로 만들어버림과 동시에 선인이며 악인이었음을 드러낸다. 그래서, 제목이 The Crash.









2. The Tenant

프리다 11번째 책이다. 프리다의 다른 작품과 달리 작품의 전반부는 남성 화자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감사의 말>에서 프리다도 이 부분을 언급했는데, 처음 몇 챕터를 남편에게 보여줬더니,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작은 오해로 인한 크고 작은 갈등은 끝내 증오로까지 이어지는데, 마지막에 밝혀진 건 진실이 아니라 여전히 숨겨진 비밀이다. 하나의 비밀을 발견하고, 이로 인한 실망과 아픔이 다 치유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진실이 그들을 덮쳐온다. 그래서, 그들의 마지막이 그랬던 걸까. 서로에게 생명의 은인이 되었던 두 사람은 끝내 함께하지 못한다. 마지막 비밀을 고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밀을 감춘 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3. 아메리고

아메리카에 아메리고의 이름이 붙은 까닭을 밝혀낸다. 우연과 오해, 그리고 여러 실수가 연속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으되, 새롭게 태어난 이 신대륙은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아메리고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콜럼버스에게서 그 영광을 찬탈한 것이 아니라, 여러 우연의 기묘한 조화를 통해 그 일이 그렇게 '되어 버렸음'을 츠바이크의 치밀하고 촘촘한 자료 조사와 유려한 문장이 차분히 밝혀낸다.


신세계에 대한 유럽인의 열망은 환상에 가까웠다. 그러한 환상이 조직적인 수탈에 이어 국가적인 차원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었던 이유를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유럽인들의 탐험과 정복의 야망이 어느 누구와 비견될 수 없을 정도로 탐욕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츠바이크는 베스푸치가 그 땅을 '문두스 노부스'라 부름으로써 유럽인들에게 신대륙이라는 인식을 불러왔다(179쪽)고 설명했다.

그곳은 돈이나 소유물, 권력을 위한 싸움이 인간들의 마음을 뒤흔들지 않는 땅이었다. 그곳에는 제후도, 왕도, 고리대금업자도, 강제 부역을 시키는 이도 없으며 생계를 유지하려고 손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일도 없었다. 그곳의 대지는 마치 어머니처럼 인간을 먹여 살렸고, 인간은 서로에게 영원한 적이 되지 않았다. 베스푸티우스라는 이 무명의 사나이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러일으킨 것은 아주 오래된 종교적 소망이자 메시아적 염원이었다.(58쪽)

이국적인 환경의 완벽한 외부. 제후도, 왕도, 고리대금업자도 없는 땅. 현실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곳. 풍요로운 자연의 보살핌 속에서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곳. 베스푸치가 사람들 마음속에 그려낸 '문두스 노부스(Mundus Novus)'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 가능한 곳이다. 불가능의 공간, 그곳에 붙여진 이름이 '아메리카'이다.









4. 메리

두 주 동안 읽었던 책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책이다. 4번? 아니, 5번을 읽었다. 여러 번 읽어도 즐거운 책은, 또 읽고 싶은 책은, 좋은 책이다. 읽을 때는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어제도 그카더니

오늘도 그칸다!

자꾸 그카믄

확 묶아 놓는다!



책을 많이 못 읽어서 온 세상에 죄송하기는 한데, 그래도 책을 샀다. 먼 곳에 있는 친구가 보내준 예쁜 책들은 살포시 세워 두었다. 도서관 책으로 읽은 샐리 루니 한글책을 사면서 다른 샐리 루니도 샀다. 프리다 맥파든은 킨들 사기 전에 사두었던 모양이고, 장강명도 한 권 샀다. 그래도 주인공은 손열음. 손열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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