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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 윌리엄!』에서 애정 노선으로 갈아탔다. 그러니깐, 나는 윌리엄을 용서했고(난 루시가 아니지만서도), 그리고 그와 화해했다. 루시 바턴 시리즈 중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을 읽지 않았고, 『오, 윌리엄!』, 『바닷가의 루시』, 『Tell me everything』을 읽은 내가 분석한 바로는 이렇다.

윌리엄은 자신의 어머니 캐서린과 같은 사람을 만났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어머니와 같은 사람이라는 측면에는 여러 요소가 존재하겠지만, 계급이라는 면에서 좁혀서 생각할 때 윌리엄은 어머니처럼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서 새로운 삶을 개척한 루시를 알아봤다. 캐서린이 평생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묻어두었다 해도, 결국 그는 자신의 어머니 같은 여성을 '찾아냈다'. 윌리엄은 루시를 사랑했고, 그녀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루시는 윌리엄이 자신에게 유일한 집이었다고 말한다.









William is the only person I ever felt safe with. He is the only home I ever had. (<Oh, William!>, 38p)


자신의 부모, 형제, 자매와의 집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어 진정한 집이 되어준 존재가 윌리엄이었다고 말이다.

윌리엄은, 루시를 사랑했던 윌리엄은 그의 할아버지가 전쟁통에 부정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축적했던 재산을 승계하기로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물론, 캐서린이 반대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그 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추측일 뿐이다.











고미숙 님의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를 예전에 읽었다. 세세히는 기억나지 않고, 간단히 몇 가지만 기억나는데, 일테면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일상의 리듬을 바꾸어야 한다(124쪽)는 주장이 있었고, 엄마복이 곧 공부운(154쪽)이라는 귀한 말씀도 있었다. 그중에, 남자에게 있어(똑같은 조건이라도 남자와 여자에 따라 각 십신이 다르게 나타나니, 정확히 해야 한다. 남자에게 있어~) 재물과 여자가 같이 온다는 구절이 있었다. 돈이 많아져서 여자(일반적 의미의 여성이 아니라, 사회적 성공을 이룬 남성들이 정직하지 않은 방법을 통해서라도 접근이 가능한 모든 범위의 여성)가 생긴 게 아니라, 돈과 여자가 같이 온다는 것이다. 돈이 올 때, 여자도 같이 오는 것, 그게 그런 일이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뜻이다.


꼭 그것 때문이라 할 수 없겠지만,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이유로, 그 즈음부터 윌리엄은 여러 명의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고, 만나다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중에 한 여성은 조앤이라는 사람인데, 윌리엄과 루시의 대학 친구였다. 조앤과의 불륜은 윌리엄과 루시의 결혼 생활 중에도 꽤 오래 지속되었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루시는 윌리엄과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그 집을 나온다.

루시와 이혼한 윌리엄은 조앤과 결혼한다. 조앤과의 결혼생활 중에도 윌리엄은 계속 바람을 피웠고, 그 이후에는 조앤과 이혼했다. 그리고 윌리엄은 에스텔을 만났고, 그녀와 결혼했다. 에스텔은 윌리엄보다 22살이 어린 사람이고, 윌리엄은 분명 원치 않는다고 말했지만 에스텔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고, 늦둥이 딸을 한없이 사랑하는 '늙은' 아버지가 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에스텔이 그를 떠남으로 해서 윌리엄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인류 문명 초기 무렵, 수렵 채집 시대였다면, 윌리엄은 더 큰 인기를 누렸을지도 모르겠다. 20년을 함께 살고, 17년 정도를 떨어져 살았지만, 그는 루시의 취향을 안다. 그녀의 사이즈를 기억한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기억했다가 마트에 나가서 잊지 않고 사 가지고 돌아온다. 그녀를 구해준다. 그녀를 안전하게 위기 속에서 탈출시킨다. 그녀의 생명을, 최우선에 둔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얻고, 그녀(들)과 결혼하고, 그리고 이혼한 후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다른 여성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결혼한다.

나는 윌리엄과 화해했지만(용서와 화해에 집착하는 편), 항상 내 맘이 편한 건 아니고. 근자에 만나는 남자는 윌리엄과 밥 뿐인지라 나는 여러모로 심기가 불편했다. 오죽하면, 이 책을 읽지도 않은(앞으로 읽을 생각도 없는) 사람한테 윌리엄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니, 옆에 앉아 간식 먹으면서 무슨 이야기인가 귀를 쫑긋하고 있던 큰아이에게 재미없는 이야기한다고 퉁을 들었다.

하여.... 친구가 소개해 준 불멸의 친구, 챗지피티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걔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걔는 내 생각을 물어보더라.

내 질문 : 에스텔이 떠나지 않았다면 윌리엄은 루시에게 안 돌아왔을까. 챗지피티 왈.


내 대답 : 결국 답은 루시였을 거 같아. 챗지피티 왈.

아니, 근데 채씨는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자꾸 내 생각을 물어보네. 내가 너한테 물어본 거잖아. 에스텔이 떠나지 않았다면, 윌리엄이 다시 혼자가 되지 않았다면, 윌리엄은 루시에게 돌아왔을까. 모르지, 그건. 왜냐하면, 에스텔은 윌리엄을 떠났으니까. 가장 난해하고 어이없는 방식으로 떠난 거잖아. 그 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니 에스텔이 대단하긴 대단해.

근데, 에스텔이 윌리엄을 안 떠났으면, 코로나 상황에서 그 집 세 식구가 같이 이동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루시는 혼자잖아. 뉴욕에 루시를 혼자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루시한테 어디 가라고 하면 루시가 어디 갈 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자기 집 세 식구 이동하는데, 자기 전처도 데리고 가겠다 할 수도 없고 말이야. 이 소설에서처럼 루시만 데리고 뉴욕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러네, 루시가 혼자니까 어찌 되었든 윌리엄은 루시를 돌봤어야 하겠네. 근데 그게 꼭 윌리엄 책임은 아니잖아. 코로나 상황에서는 각자 자신의 전처를 챙기십시오. 이런 강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 왜, 꼭 누군가 루시를 챙겨야 해?라는 질문이 떠오르신 모든 분들께 1독을. 그녀는 강하지만 풀과 같은 사람입니다. 그녀는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지만, 돌봄이 필요합니다.

근데, 뭐야 채씨의 질문은. 윌리엄은 루시를 다시 선택한 걸까, 아니면 외로움이 이끈 잠깐의 회귀였을까? 야, 채씨야. 나 『Tell me everything』 읽었거든. 해피엔딩이야, 루시와 윌리엄에게는. 더 정확하게 하자면, 윌리엄에게 해피엔딩이야. 밥에게는 새드엔딩이지만.

그리고 또 뭐라더라? 진짜 내가 어이가 없어가지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너는 루시 같은 사랑을 해본 적 있어?

없어. 없다고. 없다니깐. 아주 없어. 아예. 아예 없어. 아주. 그냥. 딱 없어.

없단다, 그런 사랑이. 내 인생에는.

다른 일들은 다 잘한다고 한다. 그런 소문이 허다하다. 그렇다고 한단다, 채씨가. 하지만 책 이야기는, 소설 이야기는 역시 사람하고 해야 한다. 저런 무지막지한 질문을 안 할 사람과 해야 한다. 윌리엄 욕은, 윌리엄 칭찬은, 윌리엄 이야기는, 사람과 해야 한다. 윌리엄 아는 사람, 윌리엄 책 읽은 사람과 해야 한다.


윌리엄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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