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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국주의와 남성성

이 책은 19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맥락에서 남성성이 정의되었던 현실을 분석하고, 여성성과의 대타성을 통해 성, 인종, 계급을 둘러싼 담론이 정교화'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외부를 발견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이러한 타자화를 내부로까지 확장하는 과정에서 최고의 수혜자는 당연히 백인 남성이다. 유럽의 백인 남성만이 제국주의의 주체이자 완전한 인간향이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피부색에 대한 백인들의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색인종의 순종성을 둘러싼 담론은 특히 흑인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유럽인을 <흰 피부>의 집단으로 설정하고 상대적으로 비유럽인 모두를 <검다>는 범주에 집어넣었던 서구의 이분법적 세계관 때문이다. 따라서 종속민의 다양한 피부색은 종종 모두 뭉뚱그려져 백인의 대타적인 이미지로서 <검은> 부류라고 설정된다. (168쪽)










예전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에서 같이 읽을 때, 버사에 대한 부분을 읽고, 나는 이렇게 써두었더란다.

작품에 딱 한 번 나온 ‘검은 피부’라는 표현은 버사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종의 구성 과정을 돌이켜 볼 때, ‘희다’는 것, ‘검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백인’이 기준이 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방송인 노아 트레버는 자랄 때 ‘백인’ 취급을 받았다. 그의 가족들은 그를 ‘백인’으로 대우했다. 학교에 다닐 때 노아는 ‘유색인’으로 분류되었고, 미국에서라면 그는 분명 ‘흑인’이다. 그는 흑인보다 하얗고, 백인보다 검다. 흑인과 있을 때 그는 백인이고, 백인과 함께 있을 때 그는 흑인이다. 백인인 로체스터가 보았을 때 버사는 ‘검은’ 피부의 사람이다. 이 ‘검은’의 의미란, 우리가 피부색으로서 흑인을 떠올릴 때의 ‘검은’이 아닐 수도 있다. 아시안인 우리의 피부와 비교했을 때 버사는 분명 ‘하얀’ 피부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체스터, 이 믿을 수 없는 사람 로체스터에게 버사는 ‘검은’ 피부의 사람이다. 이러한 버사의 가시적 이질성은 그녀에 대한 로체스터의 혐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했을 것이다. 그녀의 ‘검은 피부’가 미움과 변심의 시작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로체스터를 믿을 수 있는가>, 단발머리)

우리에게 서양인이 모두 비슷해 보이듯, 그들에게도 우리가 비슷해 보일 테지만, 그들은 전 세계의 패권을 차지했기에, 하얀, 아주 하얀 백인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흑인이 된다. 유색 인종이 된다. 검은 피부, 갈색 피부, 밝은 피부가 된다.

번역서 아닌 책이 주는 자유로움과 저자들이 첨예한 갈등의 지점에서 뒤로 숨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전면에 두고 논의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독자들의 요구로 재출간되었다는 대목이 무척이나 반갑다.

내가, 우리가, 바로 그 고마운 독자들이다.










2. Lessons Chemistry

밀린 책들 부지런히 읽는 중이다. 시작할 때 오더블과 함께 했고, 마무리하면서 오더블과 함께 했다.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이고, 재미있고 추천할 만한데, 하도 드문드문 읽어서 내용은 많이 잊어버렸다. 내가 픽한 문단은 여기.

"Madeline(주인공의 딸) wants to do things that are more suited to little boys," Mudford(학교 선생님) had said. "It's not right. You obviously believe a woman's place is in the home, what with your"-she coughed slightly - "television show. So talk to her. She wanted to be on safety patrol this week."

"Why was that a problem?"

"Because only boys are on safety patrol. Boys protect girls. Because they're bigger."

"But Madeline is the tallest one in your class."

"Which is another problem," Mudford said. "Her height is making the boys feel bad." (238p)












3. 로마서 : 절대적으로 그 무엇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21세기 최고의 책> 고를 때 마지막에 리스트에서 빼놓았던 책이 유진 피터슨 목사님의 <메시지>이다. 킹제임스버전부터 시작해 NIV를 지나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영어 성경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메시지>. 해외 시장에서 빅히트를 기록하고 한국 성경 시장에도 입성했는데, 성경 전체가 번역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조차 아쉬워 번역이 이루어지는 대로 순차적으로 출간되었다. 나는 모세오경, 시가서를 가지고 있고, 한영대역으로 신약과 예언서를, 완역되어 나온 통합본도 한글로도, 영어로도 구입했다. 성경 시장을 한국 가요계로 비유하자면(적절한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 <메시지>는 BTS 출현 전의 '서태지와 아이들' 같은 존재이다. BTS는 좀 다르게 소비되었다고 생각해서 옆으로 미뤄둔다.

아무튼 이 시리즈가 이렇게나 많은데 또 샀다. 로마서만 미니북으로 만든 책인데, 크기를 보여드리기 위해(요청한 사람 없지만서도) 일부러 사진을 찍어본다.












4. 우리에겐 논쟁이 필요하다

잠자냥님 픽 <2024년도 하반기 좋았던 책>에 빛나는 책인데, 많이들 읽어보시라 해서 읽기 시작했다(추천에 진지한 편). 논점에 다가가는 방식과 풀어가는 문장의 흡입력이 어마어마하다. 이번 주일에는 권사회 헌신 예배인지라 외부 강사 목사님이 오셔서 예배가 늦게 끝났고, 예배 후에 공동 의회가 있었고, 엄마 모셔다드리고 오는 길에 큰아이 주문(공심채&팟타이) 받아 오니 시간이 많이 늦었다. 얼른 재활용하러 가야 하는데, 욕실 청소도 해야 하고, 음쓰도 정리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바쁜 와중에도 2쪽 읽었다.

시원하고 야무지다. 마저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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