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이 있는 풍경















교회에서는 원래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자녀를 위해 기도한다. 저번 주 금요일에도 똑같은 순서를 따랐는데, 나는 <1번> 나라를 위한 기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으니. 사실 나도 내 코가 석 자다. 갈 길을 모르는, 갈 바를 알지 못하는 귀한 영혼이 우리 집에도 있다. 근데 나는 내 자식을 위해, 내 아들을 위해 기도할 수가 없다. 당최. 엄청난 패악질을 일삼던 1인이 계엄을 선포해 놓고는, 찬바람에 국민들 아스팔트에 앉게 한 것도 부족해, 자기는 잘못한 게 없다고 이러는 형국이라서. 그래서 나는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데, 그다음 기도로 넘어갈 수가 없다. 찬찬히, 진지하게 나도 내 일상을 돌보고 싶다. 내 아들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싶다.

지난달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샀다. 크리스마스 카드 받아본 사람만 안다. 아! 크리스마스 카드구나~ 봉투를 열 때의 두근거림, 단정한 글씨. 따뜻한 인사와 전해지는 사랑. 받아본 사람만 안다. 그래서 결심을 했더란다. 나도 올해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야지. 카드를 샀다. 심사숙고했다. 내용과 글씨가 자신이 없으니까, 외모로 승부를 보자 해서 숙고를 거듭했다. 그러나 이놈의 패악질(현재로서는, 다 나라 탓입니다) 때문에 차분히 앉아 카드를 쓸 시간이 없었다. 고맙다는 말을, 올해 내내 고마웠다는 말을 결국 쓰지 못했다. 내년에는 꼭!을 3회 복창하였고. 올해 산 카드 내년에 보내도 되나요? 누군가에게인지 모르게 혼잣말로 물어본다.

근데 올해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많이도 만들었다. 1년 내내 너무 빡빡한 선생님 아니었나 싶어 1학년 아이들 공부 마치고 짬짬이 카드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넷에서 트리 이미지 찾아보고, 학습준비물실에서 검은 도화지랑 색종이, 별 스티커를 가져와서 이렇게 저렇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하트 만들어 달라 하면 검색해서 하트 접어주고, 흰색 바탕 카드 만들고 싶다고 하면 도화지를 접어 건네주었다. 그렇게 카드를,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었다.

우리 학교는 알라딘이 아니라 그래24를 애용한다. 거래 업체를 바꾸기에는 나는 너무 힘이 없... 아이들 선물로 줄 책을 샀다. 내 돈으로 산 거 아니지만, 내가 고른 책이라 흐믓하고. 무엇보다 책이 너무 이쁘다. 책은 자고로, 예뻐야 한다.



아기 예수님의 사랑과 평안이 알라딘 이웃님들 가정 가운데도 충만하시기를 바란다.

삶은 엉망이고, 꼬이고, 이상한 인간들을 종종 만나게도 되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그리고 내일만큼은 크리스마스의 기쁨으로 가득하게 되시기를 바란다.

내가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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