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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바람님의 서재
  • 파도의 아이들
  • 정수윤
  • 12,600원 (10%700)
  • 2024-06-27
  • : 2,054

도마뱀이 살기 위해서 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듯 몸의 일부를 자르는 심정으로 탈출한 청소년들을 보니 마음이 먹먹하다. 그 꼬리는 제 몸보다 더 소중한 엄마, 아빠, 언니, 친구이기도 했다. ‘살기 위해서’라는 말이 눈물겹다. 어디에서 태어났는가에 따라 누구는 살기 위해 제 몸을 잘라내야 하는 고통을 겪는다.

살면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건, 사람만이 가진 특권이면서 사람만이 가진 고통같다는 설이의 말에 공감된다. 그 결정에 생사가 달려있고 모든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뒤엎는 일이라면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기어이 강을 건너는 결정을 내리고 힘차게 새로운 길을 개척한 우리의 주인공들이 너무나 대견하다.

소니(손흥민)의 활약을 보고 그를 모델링 삼아 꿈을 키우던 광민이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강을 넘게 되었고 이후에는 스스로 용감하게 길을 찾는다. 벽장 속에서만 지내다가 더 넓은 세상 밖으로 나온 여름이는 두 번, 세 번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또 강을 건너 자유를 찾는다. 몽골로 강제 인신매매 당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 탈출하는 용감한 기상을 보인 설이는 누구에게라도 강렬한 기운을 전해준다. 이들에게 건너야 할 강은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것만큼이나 엄청난 경계이다.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인데 생사를 넘나드는 마음으로 건너야 한다니, 다시금 고착된 분단의 현실이 한탄스럽다.

“거기서 처음부터 네 인생을 새로 쓰면 돼” 주인공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이제까지의 삶은 프롤로그였다.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새로운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얼마나 가슴 벅찬지, 바다를 처음 본 사람처럼 두근거리며 설렌다. 이들이 목숨 걸고 넘어온 것이 강이라면 바다는 온 세계를 연결하는 경계 없는 열린 무대이다. 세상 모든 물을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우리의 주인공들도 너른 품에서 환대받으며 마음껏 헤엄치기를 바란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주인공들의 앞날을 무한 응원한다.


"거기서 처음부터 네 인생을 새로 쓰면 돼"
"형, 그거 알아요? 도마뱀은 도망칠때 자기 꼬리를 자른다는 거. ~~~ 나중에는 와락 눈물이 쏟아졌어요. 이 작고 귀여운 도마뱀도 이토록 살고 싶어 하는구나. 살아야겠다고 아우성을 치는구나"
"살면서 무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건, 사람만이 가진 특권이면서 사람만이 가진 고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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