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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서재
  • 디스 이즈 미국 서부 This Is Western US...
  • 제이민.민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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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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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여행, 첫째 날(2026.9.23.)

— 대전에서 LA로, 옥스퍼드팰리스, 북창동순두부, 그리피스 천문대

1. 캐리어 세 개를 끌고, 인천공항으로

미국으로 떠나는 날이다. 항공권은 지난해 11월에 일찌감치 예매해 두었다. 하지만 아들의 시험 일정 때문에 취소하고 다시 예매하는 소동을 겪었다. 예약을 바꾸면서 추가로 들어간 돈이 1,152,900원이다. 출발하기도 전에 백만 원이 넘는 돈이 더 들었다. 미국 땅은 밟아 보기도 전에 여행 경비부터 늘었다. 그래도 취소와 재예매를 거쳐 잡은 출발일이 드디어 왔다.

이날 출발하는 사람은 마님과 딸,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다. 아들놈은 시험 일정 때문에 일단 낙오다.

캐리어는 28인치 두 개에 25인치 하나다. 사람 셋에 큰 캐리어가 세 개니 일반 택시 한 대로는 어림없다. 정부청사 선사유적지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타고 갈 벤티를 예약했다.

그런데 기사님이 목적지로 정류장을 잘못 찍었다고 알려주셨다.

“아아, 그럼 제대로 가 주세요.”

기사님께 제대로 된 정류장으로 가 달라고 부탁드렸다. 미국 가는 길에 첫 번째로 바로잡은 것이 동네 버스정류장이다. 태평양 건너갈 사람이 집 근처 정류장부터 잘못 찍었다. 시작부터 이러니 헛웃음이 난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떠 있다. 익숙한 대전의 거리를 지나 정류장에 도착했다. 벤티 요금은 25,400원. 이제 캐리어 세 개를 버스에 싣고 인천공항으로 가면 된다.

오후 1시 15분, 중부고속 우등버스에 올랐다. 목적지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다. 세 사람의 버스 요금은 78,300원, 예상 소요 시간은 2시간 59분이었다.

고속도로에 오르니 승용차와 화물차가 길게 늘어선 구간이 보인다. 버스전용차로 옆으로 차량 행렬이 이어진다. 차창 밖을 내다보며 인천으로 향했다.

한참을 달려 바다와 갯벌이 보이고, 공항으로 들어가는 안내표지판이 나타났다. 오후 3시 56분,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했다. 대전에서 출발한 지 2시간 41분 만이다. 명절 연휴 시작 전이라 좀 밀릴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18분 일찍 왔다. 길에서 시간을 잡아먹을까 하던 걱정을 내려놓으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2. 면세점에서 마련한 은혼식 선물

캐리어를 끌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수속하는 곳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큰 짐들을 부치고 출국 절차를 마쳤다.

면세점에서는 은혼식 기념 선물을 샀다. 결혼한 지 25년이다. 마님에게는 목걸이, 나에게는 몽블랑 브램 스토커 만년필이다. 만년필과 함께 잉크도 마련했다.

결혼 25년이라는 숫자를 다시 생각해 본다. 벌써 그렇게 되었나 싶다. 여행길에 은혼식 선물까지 마련하고 나니,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도 조금 특별해진다.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사고 잠시 쉬며 탑승 시간을 기다렸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LA로 가는 대한항공 KE011편. 출발 예정 시각은 오후 7시 40분, 탑승구는 233번이다.

저녁이 되자 탑승구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전광판에 ‘탑승 중’이라는 안내가 뜨고, 우리도 줄을 따라 비행기에 올랐다. 자리에 앉으니 앞의 화면에 ‘탑승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공항 청사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그런데 예정된 출발 시각이 지나도 비행기는 바로 떠나지 않았다. 결국 오후 8시 10분경 출발했다. 예정보다 30분쯤 지연이다.

공항까지는 예상보다 18분 일찍 왔는데, 비행기에서 다시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11월에 처음 예매했던 미국행 항공권을 취소와 재예매 끝에 이제야 쓴다.(내꺼만)

3. 태평양을 건너

태평양을 건너 북미로 가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에는 2주 동안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 요세미티를 찾았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갔다. 밴쿠버와 로키산맥, 옐로나이프를 둘러본 2주간의 가족여행이었다.

미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때는 샌프란시스코, 이번에는 LA. 두 번 모두 캘리포니아로 입국한다. 미국은 서부만 오는구만.

세 번째 태평양을 건너지만 새로운 곳으로 간다는 설렘은 여전하다. 출장으로 갔던 미국과 가족이 함께 가는 미국은 또 다를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풍경과 일을 만나게 될까.

기내식으로 나온 야채죽과 과일을 먹으며 태평양을 건넌다. 한참 뒤 기내 화면을 보니 도착까지 한 시간 남짓 남았다. 지도 속 비행기는 미국 서부 해안 가까이 와 있다.

창밖으로 긴 해안선이 보인다. 바다와 육지가 나뉘고, 반듯하게 구획된 땅과 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자 낮은 주택들과 넓은 지붕의 건물들이 점점 또렷해진다. 도로를 따라 시가지가 멀리까지 펼쳐져 있다. 지도에서 보던 LA가 이제 창밖에 있다. 그 넓은 도시 안으로 우리도 들어간다.

4.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냐

10시간 15분 남짓 비행한 끝에 LA 국제공항, LAX에 도착했다. 현지 시각으로 9월 23일 오후 2시 26분이다. 한국에서는 저녁에 출발했는데, 여기서는 아직 같은 날 오후다. 한국에서 시작한 하루를 미국에서 계속 보낸다.

우리는 맨 앞쪽 좌석에 앉아 있어 비행기에서 일찍 내렸다. 덕분에 입국심사도 비교적 빨리 받을 수 있었다.

마님과 딸, 나, 셋이 함께 심사대 앞으로 갔다. 한 사람씩 따로 받는 것이 아니라 셋이 한꺼번에 심사를 받았다. 이렇게 같이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질문이 많다. 하나를 대답하면 또 묻고, 대답하고 나면 다시 묻는다. 얼른 통과해서 나가고 싶은데 문답이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급기야 현지 여행투어를 얼마에 예약했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예약하면서 결제야 했지만, 여러 투어의 금액을 그 자리에서 어떻게 다 기억하나. 나도 모르게 한국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이런, 그걸 어떻게 기억허냐.”

혼잣말로 중얼중얼하고 있는데, 심사관이 여행 잘하라며 들여보내 주었다. 그렇게 우리 셋의 입국심사가 끝났다. 질문에 답하느라 붙들려 있던 마음도 그제야 풀린다. 이제 짐을 찾고 호텔로 가면 된다.

5. 옥스퍼드팰리스, LA 여행의 전초기지

짐을 찾아 우버를 불렀다. 목적지는 한인타운에 있는 옥스퍼드팰리스 호텔. 우리 LA 여행의 전초기지다.

오후 3시 8분, 공항에서 우버 블랙 SUV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 파란 하늘과 키 큰 야자수들이 보인다. 넓은 도로 위로 차들이 오가고, 영어로 적힌 도로표지판과 상점 간판들이 지나간다. 공항 밖으로 나와 길을 달리니 미국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 저 야자수와 넓은 도로를 보려고 긴 비행을 견뎠나 보다.

호텔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4시 2분. 공항에서 54분 걸렸고, 우버 요금은 116.14달러였다. 여기에 팁으로 20달러를 더 준 것 같다. 내가 미쳤지. 차비도 만만치 않은데 팁까지 떠올려 보니 첫 이동부터 돈을 제법 썼다.

호텔은 좀 구식이다. 꿉꿉한 냄새도 나고, 엘리베이터도 그렁그렁 소리를 낸다. 주변 동네까지 둘러보니 우리나라 시골 읍내 같은 분위기다. 마님에게 이런 데 숙소를 잡았느냐고 쿠사리를 먹었다. 긴 비행 끝에 도착한 숙소인데 첫인상이 이러니 나도 썩 흡족하지는 않다. 예약한 사람이 나니 달리 할 말도 없다.

그런데 지내보니 여기가 엄청나게 편리하다. 영어를 쓸 일이 없다. 파리바게뜨도 있고, 순두부집도 있고, 갈비탕집도 있다.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열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미국까지 왔는데, 대천 시내에 나온 기분이다. 낯선 나라에서 말과 밥 걱정을 덜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편한지는 금방 알겠다.

6. 첫 저녁은 북창동순두부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목적지는 북창동순두부다.

호텔 복도를 지나 밖으로 나오니 아직 하늘이 파랗다. 길에는 주황색 메트로 버스가 다니고, 상가에는 한글 간판들이 붙어 있다. 보석점과 전당포 간판을 지나 조금 더 걸으니 ‘명동교자 주차’라는 안내판까지 나온다.

다만 거리는 깔끔하지 못했다. 길에는 쥐가 죽어 있기도 했다. 좀 거시기한 냄새가 나는 곳도 있었다. 마리화나를 피워서 나는 냄새인가 싶었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다. 쓰레기통을 뒤져 남은 음료수를 마시는 홈리스도 보았다.

말이 통하고 먹을 것이 익숙한 편리함과는 별개로, 거리를 걸으며 받는 첫인상은 썩 좋지 않았다. 죽은 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쓰레기통 속 남은 음료수를 마시는 사람의 모습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파란 하늘과 야자수만 보고 좋아하기에는 발밑의 거리가 영 깔끔하지 못했다.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보도를 따라 마님, 딸과 함께 걸었다. 길가에는 분홍색 꽃이 핀 나무도 있다. 그렇게 북창동순두부에 도착했다. ‘BCD TOFU HOUSE’ 옆으로 ‘북창동순두부’라는 한글이 나란히 붙어 있다.

자리를 잡으니 김치와 반찬들이 놓이고, 생선도 한 마리씩 나온다. 이어 빨간 국물의 순두부찌개와 흰쌀밥이 상에 올랐다.

미국에서 먹는 한국 음식이다. 첫날부터 밥과 순두부찌개를 먹으니 좋다.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뜨끈한 국물과 함께 먹는다. 한인타운에 숙소를 잡은 편리함을 첫 저녁부터 누린다. 첫날부터 한국 음식을 먹는 것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먼 나라까지 와서도 익숙한 밥 한 상 앞에 앉으니 마음이 놓인다.

밥을 먹고 나와 다시 우버를 불렀다. 이번 목적지는 그리피스 천문대다. LA에 도착한 첫날, 야경까지 보고 들어갈 참이다.

7. 돌아서 올라간 그리피스 천문대

오후 6시 21분, 식당 앞에서 우버에 올랐다. 시가지를 지나 천문대 쪽으로 향하는 도중에 할리우드 간판도 보았다. 산 위에 서 있는 그 글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화면으로 보던 할리우드 사인이 정말 저 산에 있다. 호텔과 거리를 보며 조금 시들했던 여행 기분이 다시 살아난다.

그런데 천문대로 올라가는 길이 순탄하지 않다. 처음 가던 길로 쭉 올라갔는데 앞에서 길을 막는다. 무슨 행사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량을 일방통행시키고 있었다.

차를 돌려 다시 내려왔다.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 다른 길로 돌아서 천문대로 향했다. 우버 이동 지도에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 동선이 남았다. 다 와 가는 줄 알았더니 다시 돌아가야 한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아, 천문대 한 번 올라가는 데도 일이 제법 생긴다.

천문대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7시 3분. 식당에서 출발한 지 42분 만이다.

천문대 주변에도 사람이 무척 많았다. 건물 앞과 전망을 볼 수 있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하늘에는 아직 주황빛 노을이 남아 있고, 그 아래로 LA의 불빛이 펼쳐진다.

난간 쪽으로 다가가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곧게 뻗은 도로를 따라 불빛이 길게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를 건물과 집들의 불빛이 채운다. 멀리에는 높은 건물들이 모여 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도시의 윤곽이 불빛으로 드러난다.

참 넓다. 저 불빛은 대체 어디까지 이어지는 것인가. 낮에 차를 타고 지나올 때도 넓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내려다보니 도시의 크기가 새삼스럽다. 곧게 뻗은 불빛의 줄을 따라가다가, 다시 멀리 모여 있는 높은 건물 쪽으로 눈을 돌린다. 바라볼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고개를 돌리면 돔을 얹은 천문대 건물이 있고, 하늘에는 달도 떠 있다. 노을이 남은 쪽과 이미 어두워진 쪽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노을이 사라진 뒤에도 도시의 불빛은 멀리까지 이어졌다.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한쪽을 보고 나면 다른 쪽이 눈에 들어오고, 하늘빛이 달라지니 조금 전 보았던 풍경도 다시 보게 된다.

올라오는 길에는 통제 때문에 한 바퀴 돌아왔고 사람도 많았지만, LA 야경은 제대로 보았다. 올라오길 잘했다. 낮에 거리에서 느꼈던 실망과는 또 다른 감탄이 나온다. LA에 도착한 첫날 저녁에 이 광경을 보고 있으니, 이제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기분이 든다.

8. 돌아오는 길의 ‘굿 팁’

야경은 잘 구경했는데, 이제 호텔로 돌아가는 일이 걱정이다. 버스정류장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저 많은 사람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언제쯤 탈 수 있을까 싶다. 차라리 천천히 걸어 내려가 볼까 하고 정류장을 지나 아래로 향했다.

조금 내려가니 택시 한 대가 서 있다. 몸도 노곤해 옥스퍼드팰리스 호텔까지 얼마냐고 물었다. 45달러를 달란다.

‘드럽게 비싸게 받네.’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은 이미 타는 쪽으로 기울었다.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계속 걸어 내려가기도 고단하다. 이럴 때는 돈 아끼겠다는 마음보다 얼른 들어가 쉬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다.

“그류, 갑시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도착해서 내릴 때가 되니 기사가 자꾸 말한다.

“굿 팁, 굿 팁.”

노골적으로 팁을 달라는 소리다. 45달러도 비싸다고 생각하며 탔는데, 내릴 때까지 이 소리를 들어야 하나. 피곤한 참에 슬슬 짜증이 난다.

“굿 팁?”

되물으니 돌아오는 대답도 같다.

“오, 굿 팁.”

에라, 5달러를 더 주었다. 택시비 45달러에 팁 5달러, 돌아오는 데 모두 50달러가 들었다.

호텔에 돌아오니 밤 9시 30분쯤 되었다. 몸이 고단했던 것은 분명하다. 대전에서 큰 캐리어를 끌고 나와 인천공항으로 가고, 태평양을 건너 LA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천문대 야경까지 보고 왔다.

꿉꿉한 호텔에 실망하고, 거리에서 눈살을 찌푸리고, 순두부찌개 한 상에 반가워하다가, 천문대에서는 야경에 감탄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택시비와 팁으로 또 한 번 투덜거렸다. 하루 동안 기분도 여러 번 오르내렸다.

아, 고단한 하루였다.

이렇게 LA에서의 첫날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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