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로비노 자네를 자네의 위치에 바로 놓아주겠네. 만약 자네가 지쳐 있을 때, 자네의 기운을 북돋워줄 사람은 그 부하직원들이 아닐세. 자네는 상사야. 자네의 나약함은 웃음거리밖에 안 되네. 자 쓰게나……."- P-1
"쓰게나. ‘감독관 로비노는 펠르랭 조종사에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상의 처벌을 부과한다…….’ 그에 해당하는 이유와 처벌을 찾는 건 자네 몫이네."
"본부장님!"
"내 말대로 하게, 로비노. 부하 직원들을 아껴주게. 하지만 내색을 하진 말게."- P-1
하지만 일단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면, 리비에르에게 밤은 여전히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 밤은 그 은밀한 곳에 생명을 잉태하고 있었고, 리비에르는 그 생명을 지키는 수호자였다.
"날씨가 어떤가?"
그는 무선사로 하여금 승무원에게 묻도록 했다. 10초 후 답신이 왔다.- P-1
그러나 무선사는 그 얼굴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조종사가 폭풍우를 헤쳐 나가기 위해 결집시킨 그 모든 감정들, 꽉 다문 입술, 결단력, 노여움 등, 이 창백한 얼굴과 번쩍번쩍하는 짧은 섬광 사이에서 본질로써 주고받는 모든 것들을 무선사는 꿰뚫어볼 수가 없었다.- P-1
무선사는 어쨌거나 비행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조종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선사는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말의 엉덩이에 걸터앉아 이 시커먼 형체가 저기, 자신의 앞에서 물질적으로, 부담스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표현해내는 것을 음미하고 있었다.- P-1
두대의 우편기가 비행 중인 상황에서, 전화 한 통화가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 아는가? 리비에르는 언젠가 저녁불빛 아래서 전보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듣고 충격에 휩싸인 가족들의 생각이 떠올랐다- P-1
리비에르는 밤의 무게를 함께 지고 있는 이 남자에게서 깊은 우애를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전우 같은 친구군. 이렇게 함께 새는 이 밤이 우리 둘을 얼마나 하나로 긴밀히 엮어주고 있는지 저 친구는 아마 모르겠지.’- P-1
‘고작 이러려고 그동안 그렇게 일을 해댄 건 아니었잖아. 이제 내 나이 쉰인데. 오십 년이란 세월을 나는 꽉꽉 채우며 살아왔다. 나 스스로를 단련하고, 세상과 사투를 벌여오며 일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했었지. 이제 와서 이 따위 통증에 신경을 쓰면서 더 중요한 것들을 하찮게 여기려 하다니……. 정말 우습군!’- P-1
‘나의 처사는 공정한가, 부당한가?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호되게 밀어붙이면 고장은 분명 줄어든다. 모든 사람을 다스리지 못하면 결코 우리 손이 닿을 수 없는 미지의 힘 같은 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만일 내가 너무 공정하게 대했다면, 야간 비행은 번번이 목숨을 건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P-1
‘지금 내가 매몰차게 해고시킨 것은 이 노인이 아니다. 그에게는 책임이 없지만 그를 통해 나타나는 골칫거리를 베어버린 거야. 사람은 일을 지휘하고 일은 순순히 그 지휘에 응해오며, 또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법이지. 사람은 또한 완벽하지 못한 존재라서 그릇된 일도 만들어내기 마련이야. 불행이 그러한 사람들을 통해 일어날 때에는 그 사람들을 멀리 배척해야 하는 거야.’- P-1
‘나도 이 나이 먹은 친구의 얼굴을 좋아했는데…….’
그러자 그의 늙은 손이 다시 눈앞에 보였다. 그는 합장을 할 채비를 하고 있던 두 손의 미약한 움직임을 생각했다. ‘좋아, 됐네. 남게.’ 이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는 나이 먹은 이 친구의 늙어버린 손 위로 흘러내릴 눈물을 상상했다. 그리고 리비에르는 얼굴이 아닌 바로 이 늙은 두 손이 보여주게 될 그 기쁨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 공문을 찢어버릴까?’ 집에 가면 그는 조심스럽게 위신을 세울 것이다.- P-1
‘무슨 일에서든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즉시 뿌리 뽑지 않는다면 여기저기서 잇달아 고장이 나겠지. 잘못이 저질러진 원인을 발견하고도 그것을 눈감아 준다는 것은 범죄행위야. 역시 로블레는 내보내야 해.’
‘이런저런 일들이 점차 우위를 점하며 흐름을 장악한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처녀림을 뒤흔들어 놓고, 점점 이를 키워 강해지게 만든 뒤 도처에 엄청나게 큰 힘을 솟아나게 하는, 무언가 미지의 강력한 힘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리비에르는 큰 성당을 무너뜨리는 것이, 벽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담쟁이 덩굴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나는 이 사람들을 모두 사랑한다. 내가 싸우는 대상은 이들이 아니다. 나는 다만 이들 배후에 있는 악과 싸우는 것이다.’
‘삶은 모순이다. 무척이나 심한……. 그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헤쳐 나가야 한다. 하지만 견뎌야 한다. 창조해내야 한다. 자신의 덧없는 육신을 통째로 맞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