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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서재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모습을 지녔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불행을 안고 산다.
모스크바의 오블론스키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스티바는 아내 돌리를 두고 부적절하게 처신했다.
풀기 어려운 문제에 삶이 제시하는 해답은 그에게 하나였다.
바로 그날그날의 요구대로 사는 것이었다.
절망에 빠진 돌리 앞에 전보가 도착했다.
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스티바의 동생 안나가 다음 날 모스크바에 도착한다는 소식이었다.
집으로 와 달라는 스티바의 요청에 안나가 응한 것이었다.
스티바가 안나를 맞이하러 기차역으로 나갔다.
안나와 여행길에 마주친 브론스카야 백작 부인은 아들인 브론스키가 마중 나왔다.
안나와 청년 장교 브론스키는 역 플랫폼에서 스치듯 인사를 나누었지만,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렸다.
스티바와 여러모로 달랐지만, 어릴 때부터 친구로 지내던 레빈도 모스크바에 왔다.
용기를 내 스티바의 막내 처제인 키티에게 청혼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키티는 레빈이 아닌 브론스키의 청혼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절당한 레빈은 상심에 빠져 영지로 돌아갔다.
레빈은 고독 속에 머물렀다.
안나와 인사를 나눈 뒤로 브론스키는 그녀를 다시 만날 생각에 온통 사로잡혀 있었다.
오빠 부부를 화해시킨 안나는 검은 벨벳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나타났다.
키티는 안나의 매력이 옷차림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브론스키는 안나만 보고 있었다.
키티가 받은 상처는 컸고, 안나는 저녁을 마다하고 자리를 떠났다.
안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브론스키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기쁨과 죄책감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결연히 모스크바를 떠났다.
하지만 기차가 잠시 머문 사이, 거센 눈보라 속에서 브론스키와 마주쳤다.
그가 안나를 따라 페테르부르크행 기차를 탄 것이다.
안나는 놀라면서도 알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기차역에는 남편 카레닌과 아들 세료자가 안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나의 친구이자 브론스키의 사촌 벳시가 여는 살롱은 페테르부르크 사교계의 핵심이었다.
돌리와 스티바는 벳시의 살롱에서도 다투었고, 이들 부부와 다르게 안나와 브론스키는 서로 다시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아름답고 정결한 여인으로 칭송받던 안나의 평판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카레닌은 아내와 브론스키의 관계가 거슬렸지만 체면을 차리기 위해 애써 모르는 척했다.
부부는 거리를 두었고, 어색해졌다.
사교계에서 평판이 나빠질수록 안나와 브론스키의 감정은 깊어져 갔다.
브론스키의 사랑만 있다면, 안나는 위선과 기만으로 지켜 온 결혼 생활을 망가뜨린 죄책감과 수치심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군 복무와 사교계 말고도 브론스키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승마였다.
장교들의 경주에 브론스키도 참가했다.
안나와 카레닌, 스티바와 돌리, 벳시와 브론스카야 백작 부인을 비롯한 명문가 사람들이 승마장에 가득 모였다.
전력 질주하며 선두를 달리던 브론스키가 승리를 확신하던 순간, 말이 비틀대며 쓰러졌다.
브론스키는 다치지 않았고, 말의 허리가 부러졌다.
안나가 주저앉아 부채로 얼굴을 가리더니 가슴을 들썩이며 소리 내 울었다.
정숙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냉담한 표정으로 처신을 나무라는 카레닌에게 안나는 자신이 브론스키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 버렸다.
레빈은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았다.
풀베기를 거들며 마음의 상처를 잊어 갔다.
레빈의 청혼을 거절하고, 브론스키의 무관심에 상심했던 키티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맑고 깨끗한 영혼으로 내면을 가득 채운 키티가 레빈이 잠시 머물던 곳을 지나가면서, 두 사람은 마주쳤다.
키티의 꾸밈없는 두 눈동자를 알아본 레빈은 자신의 마음을 다시 깨달았다.
레빈과 키티는 가까워졌다.
레빈과 키티는 결혼식을 올렸다.
레빈은 자신의 행복을 믿어도 될지 두려웠다.
두 사람은 시골에 머물며 평범한 일상에 실망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했다.
레빈과 키티는 몇 번의 위기를 함께 넘기며 서로를 보듬었다.
형의 죽음 앞에 무너진 레빈을 키티가 위로해 주었고, 새 가족도 생겨났다.
안나를 벌주려는 마음과 체면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찼던 카레닌은 브론스키의 딸을 낳고 위독해진 안나와 불안에 떠는 브론스키를 용서했다.
건강을 회복한 안나는 아들까지 포기하고, 브론스키는 안나와 함께하기 위해 군 복무를 그만두었다.
안나와 브론스키는 함께하는 행복을 누렸지만, 안나는 아들이 그리웠다.
브론스키는 장교로 복무하며 자유롭게 지내던 예전의 삶이 그리워졌다.
딸을 데리고 이탈리아에서 지내던 두 사람은 러시아로 돌아왔다.
안나는 남몰래 아들을 보러 갔다.
아들을 만나는 기쁨도 잠시, 안나와 카레닌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안나는 피폐해졌다.
친구 벳시조차 등을 돌릴 정도로 아예 사교계에서 쫓겨났다.
안나는 자신을 향한 브론스키의 사랑까지도 의심했다.
브론스키는 안나의 집착과 질투로 고통스러웠다.
심한 말다툼을 벌이던 날, 안나는 브론스키에게 사과하며 매달리려 했지만 상황이 엇갈렸다.
마음 붙일 곳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안나는 기차역의 플랫폼에 서 있었다.
화물 열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 바로 저기 저 한가운데. 모두에게서 나 자신에게서 벗어나는 거야."
안나는 빨간 손가방을 내던지며 열차 밑으로 뛰어들었다.
안나가 죽고, 브론스키는 6주 동안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았다.
삶의 기쁨을 모조리 잃어버린 뒤, 세르비아 전쟁에 참전하러 떠났다.
안나가 낳은 브론스키의 딸은 카레닌이 맡았다.
부모가 된 키티와 레빈은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리며 지냈다.
레빈은 자신의 삶이, 자신의 평생이, 자신의 매 순간이 의미 있다고 믿으며, 자신 안에서 느끼는 선의 법칙을 이해하고, 신의 존재를 믿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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