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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서재

핼러윈 데이 축제에서 진짜 귀신을 본다면 어떨 것 같아요? 이런 질문을 제 친구들이나 지인들한테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그러다 어느 건물 옆 구석에 있는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어떤 여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붉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자는 다른 요란한 분장도없었어요. 그저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에 한줄기 피눈물뿐이었는데, 분장인데도 왠지 처연해 보이더군요. 게다가 곧 사라질 것만 같은 분위기까지 느껴졌죠.
‘와, 나랑 같은 피눈물인데 분위기 쩌네........ 배우인가?"
진짜 귀신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그 심각성과 공포를 모르고 내뱉는 말일 뿐입니다. 저는 그때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등줄기가 오싹하고 손이 떨려 옵니다. 아니, 공포와 두려움에 치를 떨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북적거리는 제 주변과 달리, 그 여자 주변으로는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거든요. 저도 발을 돌리려던 그때, 여자가 제 쪽을 쳐다봤고 눈이 마주쳤습니다.
여기가 한국 맞아?"
갑자기 영화 속에 떨어진 것 같은 비현실적인 마을, 그곳에 좀비와 귀신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사람들 사이를 마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꺼림칙한 느낌을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저는 아는 척까지 하고 말았죠. 쉬는 걸 들켜서 그런가 싶어 저는 웃어 보이며 사진 좀 찍겠다는 의미로 제 핸드폰을 가리켰습니다. 그리고 뒤돌아서 그 여자가 제 배경에 나오도록 셀카를 찍었습니다.
진짜 이상함은 그때부터였습니다. 가는 동안 어떤 시선이 느껴졌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돌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와 더불어 뼈를 에는 듯한 한기가 한 번씩몸을 스치는데, ‘감기 기운이 있나?‘ 싶을 정도로 오한이 드는 겁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속삭이는 음성 같기도 한 게 희미하게 들려왔어요.
"보인다......."
"찾았다..
솔직히 들어갈까 말까 살짝 고민했는데요. 안 들어간다고 했다가는 쫄보로 낙인찍혀서 졸업할 때까지 고생할 것 같아 차마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옆에서 제 팔을 홱 잡아당겼습니다. 그런데 붙잡힌 팔에서, 아까 오면서 느꼈던 뼈에 사무치는 한기가 옷을 뚫고 느껴지는 겁니다. 그때야 비로소 깨달았어요.
‘아, 이거 사람 아니다!"
화들짝 놀란 저는 팔을 뿌리치며 고함을 쳤습니다.
잡고 있던 줄도 놓치고 말았어요. 승재 커플도 제가 떨어져 나간 걸 알았는지, 다급히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넘어짐과 동시에, 누군가 저의뒷덜미를 잡아끄는데 반항할 틈도 없이 질질 끌려갔습니다. 제가 80kg이 넘는데 말이죠.
도저히 못 가겠다, 더 이상은 죽어도 못 간다!‘ 하시는 분은 머리 위로 손을 X자로 들어 주시면, 저희 직원이 안내를 도와드립니다."
뒷덜미를 붙잡고 있는 건 아까 벤치에서 본 그 붉은색 원피스의 여자였습니다.
그때,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서릿발 낀 목소리가 제 귓가에 꽂히듯 들렸습니다.
"봤잖아. 나 봤잖아."
"나랑 가! 넌 나랑 가야 해!"
그 소리에 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말을 안 듣는 지경이 되어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으아아아악!"
"넌 내 거야! 내 거야! 내 거야!"
제 코앞에서 기괴하게 웃으며 소리치는 그 여자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저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호러 하우스 밖에 나와 있었고, 승재 커플과 호러 하우스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절대 핼러윈 분장을 하지도, 핼러윈 축제를 가지도 않습니다.
아까 그 여자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생각났거든요. 되찾은 제 핸드폰에서 사진을 찾아본 저는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습니다. 분명 첫 번째 사진에서 여자는 배경처럼 제 뒤쪽에 멀리 있었는데, 불과 1초도 안 되는 시간 뒤에 찍은 두 번째 사진에서는 그 여자가 제 어깨 바로 뒤에 와 있었습니다.
별명은 ‘마라탕 중독자‘입니다. 언제부터였더라. 6~7년쯤 된 것 같네요. 저놈의 음식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게 말이에요. 요즘처럼 마라탕이 유행하기 몇 년 전,
그날 이후부터 저는 마라탕에 미쳐 있습니다.
마라탕이 마라탕 맛이지 뭐 별다를 게 있겠냐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그 마라탕 맛을 본 사람이라면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겁니다. 아, 같이 먹어 본 제 동료는그날 이후로 마라탕의 ‘마‘자도 보기 싫다고 아예 끊어 버렸네요.
평소에도 매운 음식을 좋아하던 저는 스트레스도 풀 겸 주말마다 매운 음식으로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야근이 확정된 어느 날, 중국 유학 시절에 쓰촨성에 가서 먹어 봤던 마라탕이 생각났습니다.
중국에서 먹었던 마라탕보다 맵기는 덜했지만 훨씬 입맛에 맞았습니다.
쓰촨성에서 먹었던 그 맛이 날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죠. 한 40분쯤 지났을까, 배달 기사가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주문하려고 배달 앱을 켤 때마다 ‘준비 중‘ 상태인 겁니다. 하루, 이틀...... 일주일이 넘게 먹고 싶은 걸 못 먹으니 그건 그것대로 스트레스더라고요.
그날 이후부터 이상할 정도로 그 마라탕이 자꾸 생각났습니다. 무슨 강력한 마약이 들었나 싶을 정도로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전에 먹었던 마라탕 집 찾아가 볼 건데 같이 갈래요?"
"오~. 마라탕에 고량주 한잔?"
"콜!"
그런데 줄 서서 먹는다는 후기와 달리 홀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아직 영업시간이었는데 말이죠. 들어가 보니 안내하는 종업원도 하나 보이지 않았어요. 심지어 주방쪽은 어두컴컴했습니다.
깜짝 놀란 우리는 조용히 귀를 곤두세웠어요. 칼날을 긁는 듯한 괴이한 소리가 이어졌고, 저는 그 쇳소리에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아 몸서리를 쳤습니다.
인적마저 사라진 관악산 어귀 근처까지 가서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하는 안내 멘트가 나오는 겁니다.
잘못왔나 싶어 짜증이 나려던 찰나, 그 구옥에 간판이 있었는지 불이 반짝 들어왔습니다. 상호도 없이 ‘마라탕‘이라고만 쓰인 간판이 깜박이다 곧 꺼지더라고요.
"영업 안 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갈까요?"
"문 다 열려 있었잖아요. 여기까지 왔는데....... 일단 앉아 있어 보죠."
어두컴컴한 주방을 둘러보니, 대형 가마솥이 얹힌 화덕이 있었고 그 주변에 촛불이 몇 개 켜져 있었습니다. 이상한 건 가마솥 위쪽 벽에 부적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등이 구부정하고 기력이 없어 보이는 어떤 아저씨가 혼자 서 있었는데, 양손에 네모난 중식도를 하나씩 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홀의 조명이 불길하게 깜박거리기 시작했고, 두둑두두둑 뼈 부러지는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습니다. 그 순간 주방 안을 보던 동료가 입을 틀어막는 거예요. 주방 안을 다시 돌아봤죠.
부러지는 소리는 아저씨의 등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구부정하던 척추를 하나하나 펴듯이 기괴하게 꺾다가 고개를 확 젖히자 등이 일자로 펴지는 겁니다. 게다가 덩치가 아까보다 훨씬 커진 것 같았어요.
아저씨가 가마솥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중얼중얼하더라고요. 자세히 들어 보니.
"부족해...... 아직도 부족해......."
절대 소리를 내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그 뒤에 이어진 아저씨의 행동에 우리는 기겁하고 말았습니다. 중식도를 내팽개친 아저씨는 울컥울컥 새빨간 피가 흐르는 팔뚝을 그대로 가마솥 위로 가져가는 겁니다. 그러고는 주르륵 흐르는 피를 그대로 가마솥 안으로 떨어트렸습니다.
‘빌어먹을.......
재빨리 일어서는데, 먼저 문 앞에 도착한 동료가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문을 흔들어 댔습니다. 문이 밖에서 잠겨 있었던 겁니다!
그건 강령술에 쓰이는 부적이고, 제 입에서 훼손되면서 그 기운이 저에게 스며들었다는 겁니다.
그 이후로 가끔 정신을 잃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집에 마라탕 재료가 잔뜩 쌓여 있거나 마라탕을 끓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요리를 할 줄 모르는데말입니다. 결국 그때 살려 냈던 부적을 들고 무당을 찾아갔습니다. 무당은 저를 보자마자 호통을 치더라고요.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노란 뭉치를 꺼내더니 발악하는 제 입에 쑤셔 넣으며 흉측한 얼굴로 고함을 질렀습니다. 마치 저주하는 것처럼요. 그가 내뿜는 악의에 죽을 것같아 저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만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직접 만들어 보고자 온갖 마라탕 레시피를 섭렵해서 따라 만들어 보고, 부적을 태운 재도 넣어봤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 맛을 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건 정말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강령술로 만들어진 마라탕인 걸까요?
시선 쪽을 바라보니 아니나 다를까, 맞은편 왼쪽 끝에 앉은 남자가 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30대 후반쯤으로 보였는데 퀭한 눈에 거무튀튀한 안색이었고, 검은 후드티에 후드까지 뒤집어쓰고 검은 바지에 검은 신발...... 온통 시커먼 차림이었어요. 눈이 마주치면 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눈을 부릅뜨고 아주 뚫어져라 쳐다보지 뭐예요.
2014년 5월 2일.
저에게 그날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것 같거든요. 대낮에, 그것도 다수가 이용하는 지하철에서2026.08.30 오전 8시 12분14%문에 있는 유리창으로, 아까 그 검은 후드 티의 남자가 저를 따라 이쪽 칸으로 걸어오는 게 보이는 거예요!
칸을 지나오는 동안 어느 누구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여기까지는 그냥 ‘오늘 정말 재수가 없구나 할 수 있는데, 정말 이상한 건 이때부터였어요. 늦진 않겠지 하며 핸드폰 시계를 힐끗 봤어요. 그런데........
시간이 왜 아직도 3시 13분일까요? 제가 10분쯤에 탄 것 같은데?
생각할수록 등골이 오싹해지던 그때, 제 등 뒤로 누군가가 몸을 바짝 붙이고 서는 거예요. 유리창에 비친 걸 보니, 뒤에 있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다 사라졌고 그 검은 후드티의 남자가 제 뒤에 붙어 있었어요.
"이번 역은 이 열차의 종점인 상왕십리, 상왕십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종점이라니요? 이 전철은 순환선인데....... 저는 성수역까지 가려고 분명히 순환선을 탔는데? 뭔가 잘못됐다 싶었던 저는 기도만 했어요.
"흐흐흐.
넌 죽을 거야."
‘이게 무슨!‘
반사적으로 돌아서서 남자를 밀치고 소리를 지르려다가 저는 그 자리에 꼼짝없이 굳어 버리고 말았어요. 열차 칸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로 하나같이 저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거예요.
아무리 해도,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도망갈 수가 없자, 절망보다는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수많은 손들이 저를 덮치려는 찰나, 악을 써 대며 검은 후드티의 남자에게 미친 듯이 발길질을 했어요. 그 순간, 번쩍 눈이 떠졌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멀쩡한 눈의 승객들이 저를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보고 있는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어요. 몽유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손끝이 차갑게 식어가는 그때, 안내 방송이 들려왔어요.
"이번 역은 상왕십리, 상왕십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알고 보니 열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뒤에서 다른 열차가 들어와 미처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은 거였어요. 제가 타고 있었던 열차, 그 마지막 칸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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