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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서재
[총평] 내가 읽은 아야츠지 유키토 ‘관 시리즈’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아니라 집을 의심하며 읽게 되는 미스터리.”

그리고 지금까지 일곱 채의 관을 지나오며 얻은 교훈도 하나 생겼다.

“나카무라 세이지가 지은 집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마라. 초대장이 와도 가지 말고, 상속받아도 팔아라.”

『기면관의 살인』에서 시작해 『십각관』, 『수차관』, 『미로관』, 『인형관』, 『시계관』, 『흑묘관의 살인』까지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이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은 탐정도 범인도 아닌 ‘관’이라는 사실이다.

나카무라 세이지가 만든 건축물은 단순히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무대가 아니다. 어떤 관은 사람의 이동을 속이고, 어떤 관은 시간을 뒤틀며, 어떤 관은 기억과 인식을 흔든다. 『십각관』에서는 서술이 독자를 속이고, 『시계관』에서는 시간이 상식을 무너뜨리며, 『흑묘관』에 이르면 관 하나가 아니라 지구 반대편의 두 건축물이 서로 거울상이 되어 장소 자체를 속여버린다. 관의 구조와 작품의 트릭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아야츠지가 독자에게 반드시 거짓말을 해야만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정적인 사실을 감추면서도 필요한 단서는 곳곳에 놓아둔다. 특히 『흑묘관』에서 나는 작가가 한 번도 여름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홋카이도의 여름이라고 믿었다. 진상을 알고 되돌아보면 단서는 이미 있었고, 작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독자가 자신의 상식으로 빈칸을 채우게 만든 것이다. 이런 ‘공정한 속임수’가 제대로 성공했을 때의 쾌감이 내가 관 시리즈를 계속 읽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반면 모든 작품의 살인동기와 인물 서사가 관의 설계만큼 정교했던 것은 아니다. 놀라운 건축 트릭을 풀고 나서 정작 “그래서 사람을 죽인 이유가 이것인가?”라는 생각이 든 작품도 있었다. 『흑묘관』은 그 차이가 특히 컸다. 장소 트릭에는 완전히 당했지만 히카와의 살인동기에는 끝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관이 너무 훌륭하게 지어져 오히려 그 안에서 벌어진 살인이 초라해 보이는 경우까지 생긴다.

시시야 가도미, 곧 시마다 기요시 역시 이 시리즈를 이어주는 흥미로운 존재다. 그는 경찰처럼 범인을 체포하는 사람이 아니라 관에 갇힌 진실을 밖으로 끌어내는 사람에 가깝다. 그래서 진실을 밝혀놓고도 범인의 법적 책임에는 한발 물러서는 태도가 반복되는데, 나는 그 부분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범인을 잡는 탐정’보다 ‘관의 수수께끼를 해체하는 사람’이라는 그의 위치는 이 시리즈와 잘 어울린다.

일곱 권을 읽고 나니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죽은 건축가의 존재감도 더욱 커졌다. 그는 대부분의 사건이 벌어질 때 이미 그곳에 없지만, 자신이 남긴 건축물을 통해 계속 사건에 개입한다. 새로운 관에 들어갈 때마다 먼저 드는 생각도 결국 하나다.

“이번에는 세이지가 이 집에 무슨 짓을 해놓았을까.”

결국 관 시리즈를 읽는 재미는 “범인이 누구인가”만을 쫓는 데 있지 않다. 이번에는 이 집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도면 어디가 수상한지, 벽과 방과 계단이 무엇을 속이고 있는지 의심하면서 읽게 된다. 그래서 책을 한 권씩 넘길수록 범인보다 먼저 나카무라 세이지를 경계하게 된다.

그런데 독자로서는 또 다음 관의 문을 열어보고 싶다.
그게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가 가진 가장 무서운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작품별 100자평]


1. 『기면관의 살인』

가면을 쓴 얼굴, 훼손된 지문, 단절된 동선. 신원을 확인하는 모든 수단을 하나씩 무너뜨린 끝에 ‘누가 죽였는가’가 아니라 ‘도대체 누가 죽은 것인가’를 묻게 만든다. 관 시리즈를 처음 접한 나를 단숨에 아야츠지의 세계로 끌어들인 작품.


2. 『십각관의 살인』

외딴 섬의 십각관과 육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두 개의 이야기. 그리고 단 한 줄의 문장이 지금까지 믿었던 모든 것을 뒤집어버린다. 관이라는 폐쇄공간과 서술 트릭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처음부터 제대로 보여준 신본격의 대표작.


3. 『수차관의 살인』

1년 전의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오가며 같은 공간에서 벌어진 두 개의 시간을 겹쳐놓는다.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하나씩 맞춰가다 보면 수차관의 기묘한 구조와 인간의 욕망이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십각관』의 섬과 육지 교차와는 또 다른 시간의 교차가 재미있었던 작품.


4. 『미로관의 살인』

지하에 만들어진 거대한 미궁, 그리스 신화의 이름들,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작가들의 살인게임. 도면을 들여다보며 인물의 이동경로를 따라가는 재미는 관 시리즈에서도 손꼽힌다. 다만 피해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죄는 미로관에 초대받은 것뿐이었습니까?”


5. 『인형관의 살인』

다른 관들이 건축 자체로 사람을 가뒀다면, 인형관은 인간의 기억과 인식을 하나의 관으로 만들어버린다. 교토라는 실제 도시와 인형으로 가득한 기괴한 공간이 겹치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흔든다. 관 시리즈 가운데 가장 이질적이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한 편.


6. 『시계관의 살인』

수많은 시계가 시간을 가리키지만 정작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은 ‘시간’ 그 자체였다. 구관과 신관, 고립된 취재팀과 바깥의 시시야를 오가며 시간과 공간을 함께 조작한다. 여기에 시마다 스님의 ‘현실과 악몽’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져, 트릭을 넘어 관 시리즈의 세계관까지 생각하게 만든 작품.


7. 『흑묘관의 살인』

8월, 폭풍, 흠뻑 젖은 사람들, 에어컨. 나는 작가가 한 번도 여름이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홋카이도의 여름을 만들어냈다. 아유타가 누구인지는 의심했지만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끝까지 의심하지 못했다. 살인의 이유에는 실망했지만 관의 트릭에는 완패했다. 아야츠지는 살인사건보다 관을 더 잘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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