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정원』, 그 이후
― 타샤가 떠난 뒤, 가족이 지키고 자연이 되찾아가는 코기 코티지
※ 이 글에서 다룬 타샤 튜더 사후의 코기 코티지 관리·공개 현황과 버몬트의 진흙철 관련 내용은 2026년 8월 현재 타샤 튜더 가족 공식 홈페이지 ‘Tasha Tudor and Family’, 비영리단체 ‘Tasha Tudor Society’, ‘Green Mountain Club’과 버몬트주 말버러 마을 공식 홈페이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하였다.
참고 자료
1. Tasha Tudor and Family-Tasha’s Corgi Cottage
https://tashatudorandfamily.com/pages/tashas-corgi-cottage
2. Tasha Tudor Society-FAQs
https://tashatudorsociety.org/faq/
3. Green Mountain Club-Mud Season & Hiking in Vermont
https://www.greenmountainclub.org/hiking/mud-season/
4. Town of Marlboro-How Do I?
https://marlborovt.us/how-do-i/
사진 속 전원생활은 참으로 낭만적이다. 꽃이 흐드러진 정원과 오래된 집,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해지고 금세라도 도시를 떠나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 1970년대 초반 시골에서 태어나 1980년대를 거쳐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낭만일 수는 있어도, 그 안에서 살아갈 때는 결코 낭만만 있는 생활이 아니었다.
여름에는 덥고 모기가 들끓었으며, 겨울에는 매섭게 추웠다. 모기를 쫓으려고 쑥부쟁이를 태워 모깃불을 피웠고, 마당에는 두엄 냄새가 퍼졌다. 밥상에는 파리가 한두 마리 날아드는 정도가 아니라 더글더글 달라붙었다. 한 손으로 파리를 휘휘 쫓아가며 다른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이 예사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까지도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말 그대로 아사리판이었다.
우리 집은 마을 한가운데 다른 집들과 옹기종기 붙어 있지도 않았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고, 집 오른쪽에는 뒷간이 있었다. 뒷간 뒤로는 곧바로 야산이 이어졌으며 그 산에는 묘지가 몇 기 있었다. 집 왼쪽 가까이에는 이른바 ‘오씨네 공동묘지’까지 있었다. 어린 나에게는 밤이 되면 집 둘레가 온통 무덤으로 에워싸인 듯했다.
그런 곳에서 밤중에 똥이 마려우면 뒷간까지 나가는 일이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컴컴한 뒷간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똥통 속에서 손이 불쑥 올라와 “파란 손으로 닦아줄까, 빨간 손으로 닦아줄까?” 하고 물을 것만 같았다. 바람에 나뭇가지만 흔들려도 간이 콩알만 해졌다.
밤중에 똥을 누고 돌아와 소에게 절을 하면 다시는 밤에 똥이 마렵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다. 나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고 소에게 절까지 했다. 그러나 어떻게 되었겠는가. 아무 효과도 없었다. 다음에도 밤이 되면 어김없이 똥이 마려웠다.
이런 생활을 직접 겪어본 까닭에 『타샤의 정원』 속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도 그 정원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많은 노동과 비용이 필요했을지를 함께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다. 타샤 튜더가 세상을 떠난 뒤, 그 넓은 정원과 외딴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1. 타샤가 떠난 뒤에도 열렸던 정원
타샤 튜더의 가족은 그가 살아 있던 2005년부터 소규모로 정원 관람을 허용했다. 책과 사진을 통해서만 코기 코티지를 보았던 독자들에게 실제 정원을 둘러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타샤는 2008년 6월 18일, 아흔세 번째 생일을 맞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가족은 곧바로 정원의 문을 닫지 않았다. 정원 공개를 이어갔고, 뒤에는 타샤가 생활하던 코기 코티지 내부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개 범위를 넓혔다.
그곳은 처음부터 박물관으로 지어진 시설이 아니었다. 타샤가 실제로 살면서 그림을 그리고 음식을 만들고 정원을 가꾸던 개인 주택이었다. 가족이 관람을 허용했다는 것은 집과 정원을 보여주는 일뿐 아니라 방문객을 맞이하고 건물과 정원을 관리하는 책임까지 맡았다는 뜻이었다.
2. 2019년 이후 닫힌 코기 코티지
코기 코티지의 정원 관람은 2019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중단된 뒤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코기 코티지 투어가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안내되어 있다.
코기 코티지는 지금도 가족이 소유한 개인 주택이자 사유지이다. 관광지나 공공 정원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의 형편과 사생활, 건물의 안전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방문객을 받을 수는 없다. 가족은 집과 부속 건물에 보수가 필요하고, 가족의 건강과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현재 코기 코티지는 아무 때나 찾아가 둘러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정원 관람이 다시 시작된다는 공식 발표도 아직 없다. 홈페이지는 계속 운영되고 있지만, 홈페이지가 운영된다는 사실과 정원이 일반에 개방되어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3. 정원을 돌보는 가족들
현재 코기 코티지와 정원을 관리하는 주체는 박물관이나 공공기관이 아니라 타샤 튜더의 가족이다. 다만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한 사람이 정원 전체를 전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족 여러 명이 집과 정원, 타샤의 작품과 관련 사업을 나누어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공개적으로 중심 역할을 하는 사람은 손자 윈즐로 튜더(Winslow Tudor)와 그의 아내 에이미 튜더(Amy Tudor)이다. 원예를 공부한 에이미는 1998년부터 타샤의 정원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1999년부터 가족 사업에 참여했다.
가족은 잔디를 깎고 잡초와 침입식물을 제거하며 타샤가 심은 식물을 돌본다. 정원에서 씨앗을 받아 보존하고, 일부 씨앗은 가족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한다. 타샤의 책과 카드, 그림을 비롯한 관련 상품을 소개하는 ‘Tasha Tudor and Family’ 홈페이지도 현재 계속 운영되고 있다.
타샤 튜더 소사이어티(Tasha Tudor Society)는 코기 코티지를 직접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단체가 아니라, 타샤의 삶과 작품을 알리고 보존하는 별도의 비영리단체이다. 기존 박물관은 2017년 소사이어티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현재 상설 전시관 대신 온라인 자료와 회원 소식지, 행사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4. 자연이 되찾아가는 ‘비밀의 정원’
현재의 정원이 『타샤의 정원』에 실린 사진 속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타샤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정원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뜻을 가족에게 전했다고 한다.
가족은 타샤가 남긴 정원을 보존하면서도 자연의 변화를 완전히 막으려 하지는 않는다. 다화장미와 마늘냉이 같은 침입식물이 화단 전체를 뒤덮지 못하도록 제거하고, 타샤가 심은 작약과 붓꽃, 양귀비를 돌본다. 접시꽃 어린 모종에는 철망을 씌워 야생동물이 뜯어 먹지 못하도록 보호한다.
그 사이 정원은 새와 야생동물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여우는 헛간 아래에서 새끼를 낳고, 호저와 밍크·피셔·너구리를 비롯한 여러 동물이 숲과 정원을 오간다. 수많은 새가 나무와 덤불 속에 둥지를 튼다.
가족은 지금의 코기 코티지가 예전보다 더욱 ‘비밀의 정원’에 가까워졌다고 표현한다. 타샤가 심은 꽃과 가족이 돌보는 화단, 스스로 자리를 넓혀가는 풀과 나무가 한 공간에서 섞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원은 타샤가 완성해 놓은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정원이라기보다, 가족의 관리와 자연의 변화가 함께 진행되는 정원이다.
5. 지금도 계속되는 버몬트의 진흙철
『타샤의 정원』에는 4월과 5월에 눈이 녹으면 코기 코티지로 이어지는 길이 진흙탕이 되어 배달 차량조차 들어오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지금은 도로가 좋아져 그런 불편이 사라졌을까.
버몬트에는 지금도 ‘머드 시즌(Mud Season)’, 곧 진흙철이 있다. 대체로 3월 말이나 4월 초부터 5월 말까지 이어진다. 봄이 되어 지표면은 녹지만 땅속은 여전히 얼어 있어 눈 녹은 물과 빗물이 지하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그 상태에서 차량이 다니면 비포장도로에 깊은 바퀴 자국이 생기고 길 전체가 진흙탕으로 변한다.
코기 코티지가 있는 말버러에서는 지금도 진흙철의 도로 문제가 반복된다. 말버러 마을 공식 홈페이지는 네 명의 도로관리 인력이 약 65마일의 도로를 맡고 있으며, 진흙철에는 가장 심한 진창 구간이 어디인지 대체로 파악하고 현재 도로 상태에 관한 주민들의 제보를 받는다고 안내한다.
따라서 타샤가 살던 시절 책에 묘사된 진흙철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코기 코티지로 들어가는 사유지 진입로가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지금도 4월과 5월에 배달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확인된 사실처럼 단정할 수 없다.
사진에서는 숲속으로 이어지는 흙길도 낭만적인 풍경이 된다. 그러나 그 길에서 실제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식료품과 우편물, 난방 재료와 수리 장비가 오가는 생활도로이다. 길이 진흙탕이 되면 불편한 정도를 넘어 일상생활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6. 아름다움을 보존하는 데 필요한 것
타샤의 전원생활은 누구나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소박한 시골살이와는 거리가 있었다. 넓은 토지와 작가로서 거둔 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삶이었다. 그러나 그런 바탕이 있었다고 해도 그 정원과 집을 다음 세대가 계속 보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원에서는 해마다 풀이 자라고 나무가 늙는다. 침입식물이 번지기도 하고, 야생동물이 어린 모종을 먹기도 한다. 집과 온실, 헛간 같은 건물은 비와 눈을 맞으며 낡아간다. 가족은 코기 코티지의 삼나무 지붕널 대부분을 새로 갈았지만, 아직도 손볼 곳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정원을 일반에 개방하려면 꽃과 나무만 돌보면 되는 것도 아니다. 건물의 안전을 점검하고 방문객의 동선을 관리해야 하며, 가족의 생활과 사생활도 보호해야 한다. 집과 정원뿐 아니라 진입로와 부속 건물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우리가 책과 사진에서 보는 아름다운 정원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꽃 뒤에는 흙을 갈고 풀을 뽑는 손이 있으며, 오래된 집 뒤에는 지붕과 벽을 고치는 노동과 비용이 있다. 타샤의 정원을 보존하는 가족들도 바로 그 현실을 감당하고 있다.
7. 두 번째 계절을 지나가는 정원
한 장의 사진은 정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골라 보여준다. 꽃이 흐드러진 화단과 초록빛 풀밭, 고풍스러운 집과 코기들이 어우러진 장면을 보고 있으면 그곳의 추위와 진흙, 벌레와 수리비까지 떠올리기는 어렵다.
내가 살았던 시골집도 지금 사진으로 보면 그리운 풍경이다. 흙담 밑에 핀 꽃과 우물, 눈 덮인 지붕과 오래된 느티나무가 먼저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서 살던 때에는 무더위와 추위, 모기와 파리, 두엄 냄새가 함께 있었다. 한밤중에 묘지 옆 뒷간까지 나가야 했던 무서움도 시골생활의 일부였다.
그렇다고 전원생활의 아름다움이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아름다움만 보고 실제 생활의 수고와 불편을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고된 생활은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공간 안에 함께 존재한다.
지금의 코기 코티지는 타샤가 살던 시절의 모습으로 멈춰 있지 않다. 일반 관람은 중단되었지만 가족은 집과 정원을 관리하고 있으며, 그 사이 숲과 야생동물도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그곳은 타샤를 기념하기 위해 고정된 전시물이 아니라, 여전히 가족의 손길과 자연의 변화 속에 놓인 사적인 집이자 정원이다.
타샤가 떠났다고 해서 정원의 시간이 끝난 것은 아니다. 『타샤의 정원』 이후에는 가족의 손과 자연의 시간이 함께 써 내려가는 두 번째 계절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 조사·정리: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