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대장정 서재
  • 유럽 도시 기행 3
  • 유시민
  • 17,010원 (10%940)
  • 2026-07-09
  • : 125,535
유시민의 눈을 따라 다시 유럽의 도시를 걷다
― 『유럽도시기행 3』을 읽으며

나는 유시민의 글을 오래 읽어왔다. 학생운동가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국회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되던 시절부터 그의 직설적인 화법을 좋아했다. 자신의 생각을 에둘러 말하지 않고 분명하게 드러내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한때는 유시민이 자기 생각과 편견에 지나치게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아 그의 글에서 조금 멀어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다시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고, 지금도 새 책이 나오면 거의 빠짐없이 읽고 있다.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문장으로 풀어내는지는 늘 궁금하다.

『유럽도시기행』 1권과 2권도 처음에는 종이책으로 구입해 읽었다. 읽는 동안에는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책의 깊이가 아주 깊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한 번 읽은 뒤 계속 책장에 두고 자료처럼 다시 찾아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두 권 모두 중고로 팔았다. 그래서 3권이 나왔을 때는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기다렸다가 구입했다. 어차피 앞선 두 권도 책장에 남아 있지 않았고, 요즘은 전자책이 필요한 단어나 지명을 검색하기에도 훨씬 편하다.

그렇다고 내가 유시민의 책을 소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청춘의 독서』를 비롯해 예전에 나온 그의 책들은 대부분 종이책으로 가지고 있다. 유시민을 오래 좋아해왔고, 그의 책 역시 적지 않게 읽고 모았다. 다만 최근에 나온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럽도시기행』처럼 책에 따라서는 읽고 난 뒤의 활용도와 소장 가치를 따져 종이책으로 남길지 전자책으로 읽을지를 달리 선택하고 있다.(얘네들은 중고책으로 팔았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정수일 교수의 책은 처음부터 종이책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두 분의 책은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다시 펼쳐보게 되는 자료의 성격이 강하다. 책꽂이에 권별로 나란히 꽂혀 있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크고, 이미 종이책으로 모으기 시작한 시리즈를 계속 채워가는 맛도 있다.

물론 책을 모으는 즐거움과 출판 방식에 대한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유홍준의 일본 답사기 5권이 나왔을 때 나는 새로운 내용인 줄 알고 목차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덥석 구입했다. 그러나 막상 받아보니 앞서 나온 3권과 4권의 교토 관련 내용을 발췌해 작은 판형으로 다시 엮은 책이었다. 기존 내용을 재구성한 책이라는 사실을 독자가 분명히 알 수 있게 밝혔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일로 한동안 유홍준과 창비출판사를 사기꾼이라 마음속으로 욕하며 살기도 했다. 반면 제주편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권의 표지만 바꿔 낸 감귤 에디션은 기존 7권과 같은 내용이라고 미리 알렸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도 소장용으로 다시 샀다. 같은 책을 또 사는 것은 독자의 선택이지만, 같은 책인지 모르고 또 사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유럽도시기행 3』을 읽기 시작하며 알라딘 북플에 올라온 여러 독자의 리뷰도 읽어보았다. 생각보다 악평이 많았다. 저자가 짧은 기간 동안 유명 관광지만 둘러봤다는 지적, 현지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는 지적, 역사 설명이 인터넷 검색 수준이라는 비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지나치게 많이 담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일부 지적에는 공감할 만한 부분도 있었다. 나 역시 이 시리즈가 깊이 있는 역사서나 장기 체류형 여행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까지 낮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나는 애초에 이 책에서 현지인의 삶을 깊이 취재한 기록이나 새로운 역사 연구의 성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유시민의 눈을 따라 도시를 바라보고, 그가 어떤 장소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함께 따라가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는 이유였다.

사람마다 여행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골목과 시장을 찾아다니고, 누군가는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긴다. 또 누군가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중심으로 여행하고, 누군가는 역사 유적을 따라 도시를 걷는다. 어느 하나만이 올바른 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행기를 쓰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록한다.

김용택의 시를 읽으며 왜 섬진강과 시골 이야기만 하느냐고 말하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그것이 바로 김용택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유시민의 책을 읽으며 왜 역사와 정치 이야기를 하느냐고 비판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유시민은 원래 역사와 정치, 국가와 시민사회의 문제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 관점이 지나치게 반복되어 도시 자체가 가려졌는지를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치 이야기가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책의 단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유시민이라는 저자의 개성에 가깝다.

물론 저자의 개성과 책의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다. 『유럽도시기행』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나 정수일 교수의 문명교류 관련 저술처럼 한 장소와 문명을 깊고 촘촘하게 파고드는 책은 아니다. 깊이에서는 분명 아쉬운 점도 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이 책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유럽을 공부하려는 것이 아니라, 유시민이라는 한 사람이 바라본 유럽을 함께 걸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좋아하는 작가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유홍준에게서는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안목을 얻고, 정수일 교수에게서는 문명이 만나고 이동한 길을 배운다. 유시민에게서는 그가 바라본 역사와 도시의 풍경을 만난다. 작가마다 걷는 길이 다르고, 독자는 그 길 가운데 자신이 가보고 싶은 길을 함께 걸으면 된다. 자기 취향과 맞지 않는 길이라면 다른 책을 읽으면 된다. 모든 여행기가 모든 독자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아직 『유럽도시기행 3』을 읽는 초반이지만, 지금까지의 느낌은 앞선 두 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깊고 방대한 역사서를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유시민이라는 한 사람의 시선을 따라 유럽의 도시를 함께 걷는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나는 그의 판단에 모두 동의하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한 사람의 시선을 빌려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히 즐거운 독서다.

여행에는 정답이 없고, 여행기에도 하나의 정답은 없다. 유홍준의 답사와 유시민의 도시기행은 애초에 출발점이 다르다. 바로 그 차이 때문에 여러 작가의 여행기를 읽는 재미가 생긴다. 『유럽도시기행 3』은 깊고 묵직한 자료집은 아닐지라도, 유시민의 눈으로 도시의 역사와 풍경을 함께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나는 그 길을 따라 걸으며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하나씩 비교해보고 싶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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