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장날
대장정 2026/08/0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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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라지는 것은 장터만이 아니었다
갈담장이든 웅천장이든 장터가 쇠퇴한 이유는 시장의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장터를 찾던 사람들이 먼저 고향을 떠났고,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서 장터의 활기도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집만 보더라도 형제들은 대전과 서울, 대천으로 흩어졌고, 사촌들 역시 모두 학업과 직장을 따라 도회지로 떠났다. 부모 세대도 이제 고향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아버지 형제분들 가운데 셋째아버지 내외분은 모두 세상을 떠나셨고, 넷째아버지 내외분과 어머니는 대천으로 옮겨 사신다. 지금 웅천 성동리에 남아 계신 분은 둘째아버지 내외분뿐이다. 자녀 세대가 떠난 뒤에도 고향을 지키던 부모 세대마저 하나둘 사라지거나 생활이 편리한 도시로 옮겨가면서, 마을은 두 세대에 걸쳐 비어 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 집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대부분 농촌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성동리는 1리, 2리, 3리로 나뉘어 있었고, 우리가 살던 성동1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마을이었다. 그러나 내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같은 동네 동갑내기 친구가 나를 포함해 여덟 명이나 있었다. 그중 다섯 명은 어려서부터 함께 뛰놀던 불알친구였고, 나머지 세 명은 안불알 친구들이었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아이들 웃음소리만큼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모두 고향을 떠났다. 둘째집 사촌여동생은 성동1리의 마지막 초등학생이 되었다. 그 아이가 졸업한 뒤에는 마을에서 더 이상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볼 수 없게 되었다. 한 아이의 졸업은 학생 한 명이 줄어든 일이 아니라, 마을의 다음 세대가 거기서 멈추었다는 뜻이었다.
인구가 줄어들면 학교가 사라지고, 학교가 사라지면 아이들이 떠난다. 아이들이 떠나면 장터도, 가게도, 마을도 조금씩 활기를 잃는다. 빈집이 늘어나고, 굴뚝에서는 연기가 오르지 않으며, 저녁 무렵 골목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어느새 기억 속으로만 남게 된다. 농촌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와 발자국, 집집마다 밝혀지던 불빛을 하나씩 잃어가며 아주 천천히 비어 간다.
과거의 인구와 장터의 활기를 다시 그대로 되돌리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길을 걸어 장을 보러 다녔는지, 어떤 풍경 속에서 서로의 삶을 나누었는지는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기록은 사라짐을 막지는 못하지만, 사라진 삶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잊히는 일은 막아준다.
이번 비교를 통해 확인한 것은 갈담장이 크냐, 웅천장이 크냐가 아니었다. 숫자로는 장세를 비교할 수 있었지만,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장터 안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갈담장과 웅천장을 돌아보는 일은 결국 장터의 크기를 따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장터를 중심으로 살아온 사람들과, 그들이 떠난 뒤 조용해진 마을을 함께 돌아보는 일이다.
성동리 골목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곳에 한때 여덟 명의 동갑내기가 함께 뛰놀았고, 여러 집의 굴뚝에서 연기가 오르고, 수많은 사람들이 장날을 기다리며 살아갔다는 사실만은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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