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대전현충원에 묻힌 이야기
대장정 2026/08/0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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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현충원에 묻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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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
[대전현충원에 잠들어 있는 친구들]
국립대전현충원에는 나와 인연이 닿았던 두 사람이 잠들어 있다. 한 사람은 중학교 동창인 ㅎㅇㅇ 상사이고, 다른 한 사람은 ㅅ대학교 ROTC 동기였던 ㅂㅁㅁ 중위다.
두 사람과 맺었던 인연의 깊이는 서로 달랐다.
ㅎㅇㅇ 상사는 나와 같은 중학교를 다녔지만, 솔직히 말하면 학창 시절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같은 학교를 다녔어도 특별히 가까이 지낸 사이는 아니었고, 내 기억 속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용한 친구였다.
그가 나와 같은 중학교를 다닌 동창이었다는 사실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뒤에야 알았다. 텔레비전과 신문에 그의 이름과 얼굴이 나오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로소 오래전 같은 학교를 다녔던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조용한 친구였다. 학교에서는 기억에 뚜렷하게 남지 않을 만큼 조용했던 한 사람이 훗날 서해 바다에서 나라를 지키다 전사했고, 나라가 기억하는 영웅이 되었다. 나는 살아 있을 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동창을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뒤늦게 알게 되었다.
ㅎㅇㅇ 상사는 우리 마님과도 같은 중학교 동창이다. 마님 역시 그와 특별히 가까이 지낸 것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에게 그는 같은 시절, 같은 학교를 다녔던 동창이다.
반면 ㅂㅁㅁ 중위는 전혀 다른 인연이다.
그는 ㅅ대학교 ROTC 동기 가운데서도 나와 가까웠던 친구 중 하나였다. 함께 장교가 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대학 시절을 보냈고, 서로의 성격과 사람됨도 잘 알고 지냈다.
군 복무 중 나는 연천 전곡에 있는 공병대대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저탐시설, 즉 레이더 관련 시설공사의 감독을 맡고 있었다.
어느 날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굴삭기 기사가 내게 물었다.
“ROTC 출신입니까?”
그렇다고 대답하자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고 다시 물었다.
“ㅅ대학교입니다.”
그러자 그분은 곧바로 물었다.
“ㅂㅁㅁ을 아십니까?”
“잘 압니다. 친했던 동기입니다.”
내 대답이 끝나자 그분은 청천벽력 같은 말을 꺼냈다.
“죽었습니다. 자살했다고 합니다.”
순간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친했던 동기가 죽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지만, 자살했다는 말은 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 친구는 절대로 자살할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내가 알고 있던 ㅂㅁㅁ 중위의 성격과 모습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자 그분이 말했다.
“제가 그 아이 외삼촌입니다.”
그분은 그 자리에서 자신이 ㅂㅁㅁ 중위의 외삼촌이라고 밝혔다.
친했던 동기의 죽음을 공식적인 연락이나 다른 동기의 전언이 아니라, 군부대 공사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그의 외삼촌에게서 처음 들었다. 굴삭기 소리와 공사장의 먼지 속에서 들었던 그 말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그 뒤로 세월이 흘렀다.
텔레비전에서는 ㅂㅁㅁ 중위의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ㅅ대학교 학군단 뒤편에는 그를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졌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오랜 노력 끝에 ㅂㅁㅁ 중위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그가 현충원으로 들어오던 날 여러 ROTC 동기들이 함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 가지 못했다.
친했던 동기의 마지막 길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후에 나는 대전에 사는 ㅅ대학교 ROTC 동기 한 사람과 함께 ㅂㅁㅁ 중위의 묘소를 찾았다. 그 친구는 나와도 가까웠고, ㅂㅁㅁ 중위와도 친하게 지냈던 동기였다. 젊은 시절에는 우리 세 사람이 모두 가까이 지냈다.
세 사람이 함께했던 대학과 학군단 시절은 이미 먼 과거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살아남은 두 사람이 먼저 떠난 한 친구를 찾아 현충원의 묘소 앞에 서 있었다.
그가 현충원으로 들어오던 날 함께하지 못했던 미안함을 뒤늦게나마 전하고 싶었다.
우리 부부는 평소에도 가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는다.
현충원에서는 구암사에서 나온 분들이 연중무휴로 무료 국수 보시를 하고 있다. 우리는 작은 금액이나마 시주를 하고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돌아오곤 한다.
ㅎㅇㅇ 상사는 나뿐 아니라 마님에게도 중학교 동창이다. 그래서 마님과 함께 그의 묘소를 직접 찾아가 본 적도 있다.
학창 시절에는 기억조차 희미했던 친구였지만, 묘소 앞에 서니 같은 시절,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인연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살아 있을 때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친구를, 마님과 함께 현충원에서 뒤늦게 찾아간 셈이었다.
오늘도 마님과 함께 현충원에 가서 국수를 먹고 돌아왔다.
하지만 오늘은 ㅎㅇㅇ 상사도, ㅂㅁㅁ 중위도 찾아보지 못했다.
한 사람은 학창 시절의 기억조차 희미한 중학교 동창이고, 다른 한 사람은 대학과 학군단 시절을 함께 보낸 가까운 ROTC 동기다.
살아 있을 때 두 사람은 서로 아무런 인연도 없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나와 인연을 맺었고, 서로 다른 사연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은 모두 국립대전현충원에 잠들어 있다.
현충원에 갈 때마다 반드시 두 사람을 찾는 것은 아니다. 국수를 먹고 산책을 하다 그냥 돌아오는 날도 있다. 오늘도 그랬다.
그래도 그곳 어딘가에 두 사람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은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다음에 현충원을 찾을 때는 국수만 먹고 돌아오지 말아야겠다.
ㅎㅇㅇ 상사에게는 마님과 함께 다시 찾아가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동창으로서 인사를 건네고 싶다.
ㅂㅁㅁ 중위에게는 함께 묘소를 찾았던 그 동기와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현충원에 들어오던 날 함께하지 못해 미안했다는 말을 다시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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