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도쿄 여행기
여행 4일차, 2025.12.27.(토요일)
물의 고향 시라이토 폭포와 구름 사이 후지산(오후편)
13. 버스에서도 계속 따라오는 후지산
시라이토 폭포를 출발한 버스는 타누키호(田貫湖)를 향해 산길을 달렸다.
창밖을 바라보는데 또 후지산이 나타났다.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고,
조금 지나면 또 눈 덮인 정상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 신칸센에서 처음 후지산을 본 뒤부터 계속 이렇다.
신후지역에서도 보고,
택시에서도 보고,
미노부선에서도 보고,
후지노미야에서 시라이토 폭포로 가는 길에도 봤다.
그리고 이제 타누키호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또 보고 있다.
오늘은 정말 후지산의 흰 머리를 질리도록 본다.
구름이 조금만 움직여도 산의 모습이 달라지고,
보는 위치가 달라질 때마다 또 다른 후지산이 나타났다.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오늘 하루 사진의 절반은 후지산이 차지할 것 같다.
14. 오전 10시 10분, 타누키호에 도착하다
오전 10시 10분경 타누키호(田貫湖)에 도착했다.
후지산 서쪽의 아사기리고원에 자리한 호수다.
동서 약 1km,
남북 약 0.5km,
둘레 약 3.3km.
크게 부담 없이 한 바퀴 걸을 수 있는 크기의 호수다.
버스가 떠나고 주변이 조용해졌다.
도쿄에서 들었던 자동차 소리와 사람들의 소음은 사라지고,
호수와 숲, 겨울 하늘만 남았다.
입구에는 TANUKIKO FUGAKU TERRACE
라고 적혀 있었다.
타누키호 후가쿠 테라스(田貫湖富岳テラス).
‘후가쿠(富岳)’는 후지산을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이다.
그러니 말 그대로 후지산을 바라보기 위한 테라스다.
이름 한번 참 제대로 지었다.
15. 호수와 후지산 사이를 걷다
호숫가 길로 들어섰다.
키 큰 삼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숲길을 지나자 타누키호가 바로 옆으로 나타났다.
겨울이라 나뭇잎은 대부분 떨어졌지만 오히려 시야가 탁 트였다.
호수는 잔잔했고,
파란 하늘에는 커다란 구름들이 빠르게 흘렀다.
낚시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타누키호는 헤라부나(ヘラブナ) 낚시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헤라부나는 일본에서 즐겨 낚는 붕어의 일종으로, 섬세한 찌의 움직임을 읽어 낚는 일본 특유의 붕어낚시 문화가 발달해 있다.
물 위에는 오리들이 떠다녔다.
도쿄에서 사흘 동안 사람에 치이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가 이런 길을 걸으니 완전히 다른 여행에 온 것 같았다.
16. 구름이 열리자 다시 후지산
문제는 구름이었다.
타누키호에 도착했을 때 후지산은 대부분 구름 뒤에 숨어 있었다.
“아이고.
여기까지 왔는디 좀 보여주지.”
그런데 호숫가를 걷다 보니 구름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얀 정상부가 다시 나타났다.
후지산이다.
이번에는 아침 신칸센에서 본 모습과 또 달랐다.
눈 덮인 산 정상 아래로 구름이 허리띠처럼 둘러져 있고, 그 아래에는 타누키호의 푸른 물이 펼쳐져 있었다.
산과 호수와 구름이 한꺼번에 한 화면 안에 들어왔다.
카메라를 들었다.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17. 손바닥 위에 후지산
마님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후지산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호수를 배경으로 둘이 셀카도 찍었다.
나도 손을 펼쳐 후지산을 올려놓았다.
마님도 똑같이 해봤다.
사진으로 보니 제법 그럴듯하다.
아까 신칸센에서 후지산 정상만 보여도 그렇게 흥분했는데,
이제는 호수 앞에 서서 후지산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놀고 있다.
하루 만에 후지산하고 많이 친해졌다.
18. 구름과 후지산의 숨바꼭질
후지산은 계속 모습을 바꿨다.
구름에 완전히 가렸다가,
정상만 빼꼼 내밀었다가,
잠시 뒤에는 거의 산 전체가 드러났다.
조금 지나면 다시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또 나타났다.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면 구름이 덮이고,
포기하고 걸어가면 다시 모습을 보여준다.
후지산하고 숨바꼭질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운이 좋았다.
완전히 가려져 보지도 못한 것이 아니라,
기다리면 계속 다시 나타나주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후지산의 흰 머리를 정말 질리도록 봤다.
그런데도 카메라는 계속 후지산 쪽을 향하고 있었다.
19. 타누키호에서 바라본 후지산
호수 건너 후지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잠시 멈췄다.
푸른 호수,
겨울빛의 갈대,
검은 숲,
그 뒤에 하얀 후지산.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 모습도 멋있었다.
완전히 맑은 날의 후지산만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구름 사이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후지산은
보일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오늘 처음 본 산인데 벌써 수십 번을 본 것 같다.
책으로 보고,
사진으로 보고,
플래티넘 #3776 만년필로 모아두었던 후지산.
그 산이 오늘 하루 종일 눈앞에 있다.
참 묘한 기분이다.
20. 모토스호는 다음에
타누키호에서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모토스호(本栖湖)가 있다.
플래티넘 후지오호(富士五湖) 시리즈 만년필 가운데 하나인 ‘모토스(本栖)’의 바로 그 호수다.
만년필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이름이니 실제 호수도 한번 보고 싶었다.
“여기까지 왔는디 모토스호도 가볼까?”
마음 같아서는 바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은 대중교통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돌아가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일정이 맞지 않았다.
아쉽지만 포기했다.
만년필 속 모토스호는 가지고 있지만 실제 모토스호는 다음 여행으로 남겨두었다.
21. 타누키호를 떠나 다시 후지노미야로
호숫가를 계속 걸었다.
뒤를 돌아봐도 후지산,
조금 걷다 고개를 들면 또 후지산이었다.
구름 사이로 하얀 정상이 보일 때마다 또 사진을 찍었다.
평생 한 번도 직접 본 적 없던 후지산을 오늘 하루에 몰아서 보는 것 같았다.
시라이토 폭포에서는 무지개를 봤고,
타누키호에서는 후지산을 질리도록 봤다.
마님과 둘이 호숫가를 걷고,
사진을 찍고,
또 후지산을 바라봤다.
멋진 하루다.
오전 11시 30분경.
이제 타누키호를 떠날 시간이 됐다.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가 후지노미야 방면 버스를 기다렸다.
잠시 뒤 버스가 도착했고 마님과 함께 올라탔다.
버스가 타누키호를 벗어나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창밖에는 또 후지산이 따라왔다.
구름에 가려졌다가,
잠시 뒤 다시 흰 정상을 보여주었다.
아침부터 실컷 보았는데 떠나는 길까지 후지산이 배웅해주는 것 같았다.
타누키호는 조금씩 멀어졌다.
이제 다시 후지노미야로 돌아간다.
22. 이제 다시 도쿄로
오전 11시 30분경 타누키호를 출발한 버스는 후지노미야를 향해 산길을 내려갔다.
아침부터 그렇게 많이 본 후지산인데 돌아가는 길에도 자꾸 창밖으로 눈이 갔다.
구름 사이로 흰 정상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주택가 지붕 너머로 보였다가 커다란 구름 속으로 숨어버리고, 조금 더 달리면 또 하얀 머리를 슬쩍 내밀었다.
아침 신칸센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의 흥분과는 조금 달랐다.
이제는 후지산이 오늘 하루의 배경처럼 느껴졌다.
버스는 산기슭을 내려와 다시 후지노미야 시내로 들어왔다.
23. 오후 12시 40분, 후지노미야에서 간단히 먹을 것을 사다
후지노미야역(富士宮駅)으로 돌아왔다.
역 앞 세븐일레븐에 들러 돌아가는 길에 먹을 것들을 샀다.
영수증 시간은 오후 12시 40분.
참치마요네즈 주먹밥과 샌드위치 등을 챙겼다.
아침부터 계속 돌아다녔지만 제대로 점심을 먹을 만한 시간은 없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런 날도 있다.
맛집 찾아 앉아서 천천히 먹는 날이 있는가 하면, 기차시간 맞추느라 편의점 주먹밥 하나 들고 뛰는 날도 있다.
오늘은 후자다.
24. 오후 12시 49분, 미노부선으로 후지역까지
후지노미야역 전광판에는 미노부선(身延線) 후지역(富士駅) 방면 열차가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가 탈 열차는 오후 12시 49분 출발 후지역행 보통열차.
아침에는 후지역에서 8시 6분 열차를 타고 후지노미야로 왔으니 이제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오후 12시 49분 열차에 올랐다.
아침에는 앞으로 펼쳐질 하루가 궁금해 창밖을 내다봤다면 돌아가는 지금은 조금 느긋했다.
시라이토 폭포도 봤고, 무지개도 봤고, 타누키호도 걸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후지산을 오늘 원 없이 봤다.
25. 후지역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신후지역으로
미노부선을 타고 후지역까지 돌아왔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후지역과 신후지역은 철도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아침에는 신후지역에서 후지역까지 택시를 탔고, 돌아가는 길에는 반대로 후지역에서 다시 택시를 탔다.
신후지역(新富士駅)으로 이동했다.
아침에는 하루를 시작한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지나갔던 길인데 돌아올 때는 한 번 지나온 길이라 훨씬 익숙했다.
신후지역에 도착해 도쿄 방면 신칸센 승강장으로 올라갔다.
26. 신후지역에서 먹는 늦은 점심
신칸센을 기다리며 아까 세븐일레븐에서 사온 먹을 것을 꺼냈다.
참치마요네즈 삼각주먹밥.
그리고 달걀샌드위치.
마님과 각자 하나씩 들고 사진도 찍었다.
화려한 음식도 아니고 특별한 지역음식도 아니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시라이토 폭포와 타누키호를 돌아다닌 뒤 먹으니 이것도 맛있다.
신후지역에서 마님과 주먹밥과 샌드위치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아침에도 신칸센을 타며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고, 돌아가는 길에도 다시 신칸센을 기다리며 간단하게 배를 채운다.
오늘은 참 기차여행다운 하루다.
27. 오후 1시 40분경, 다시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오후 1시 40분경.
신후지역에서 도쿄 방면 신칸센에 올랐다.
우리가 이동할 구간은 신후지에서 도쿄·시나가와까지다.
아침에는 후지산을 보러 내려왔고 이제 다시 거대한 도시 도쿄로 돌아간다.
기차에 자리를 잡으니 비로소 몸이 좀 풀렸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여기저기 갈아타며 하루 종일 돌아다녔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오늘 보고 싶었던 것은 다 봤다.
차창 밖으로 도시와 풍경이 차례로 지나갔다.
후지산 기슭의 숲과 호수는 점점 멀어지고 다시 빽빽한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8. 다시 도쿄, 그리고 시부야로
도쿄로 들어오자 다시 사람이 많아졌다.
기차에서 내리고 JR 야마노테선(山手線)으로 갈아타 시부야로 향했다.
조용한 타누키호에 있다가 도쿄역과 야마노테선의 사람들 틈에 들어오니 같은 날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며칠 동안 계속 봐왔던 도쿄인데도 오늘은 유난히 복잡하게 느껴졌다.
아침에는 마님과 둘이 호텔을 나섰지만 이제 시부야로 돌아가 아들과 다시 합류할 시간이다.
딸래미는 아직 일본 친구를 만나고 있었고, 자연을 보고 싶다던 아들은 예정대로 호텔에서 요괴워치를 잡으며 하루를 보냈다.
아들과 합류하고 나니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됐다.
29. 오후 4시 29분, 오늘 저녁도 역시 기다림
마님과 나, 아들까지 셋이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딸래미는 아직 일본 친구를 만나고 있어 돌아오지 않았다.
찾아간 곳은 스시만(すし萬).
오후 4시 29분.
가게에 도착해 웨이팅을 걸었다.
인원은 3명.
우리 번호는 137번이었고, 화면에 떠 있는 호출번호는 125번이었다.
그러니 앞에 기다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또 기다린다.
이번 여행은 먹으려면 일단 기다려야 하나 보다.
아키하바라에서 로스트비프를 먹을 때도 기다렸고, 규카츠를 먹을 때도 한참 기다렸다.
오늘 초밥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게 약 50분을 기다렸다.
오후 5시 20분경이 되어서야 가게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젠장.
밥 한번 먹기 참 힘들다.
30. 아들아, 광어가 없다
드디어 자리를 잡았다.
기다리느라 지칠 대로 지쳤지만 이제 초밥만 맛있게 먹으면 된다.
마님과 나, 아들까지 셋이 자리에 앉았다.
마님과 나는 생맥주를, 아들은 음료를 앞에 놓고 일단 한숨을 돌렸다.
자, 이제 먹어보자.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광어가 없다.
정확히는 거의 다 떨어지고 몇 개 남지 않았단다.
“뭐?
광어가 없다고?”
아이고.
50분이나 기다려서 들어왔는데 하필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광어가 거의 떨어졌다니.
오늘 하루 후지산을 보고 기분 좋게 돌아왔는데 여기서 갑자기 열이 받는다.
“아니, 초밥집에 광어가 떨어지믄 우짜자는겨.”
그래도 여기까지 기다려서 들어왔는데 다시 나갈 수도 없다.
남아 있는 광어 몇 점부터 챙겨 먹고 다른 초밥들을 주문했다.
참치도 먹고, 새우도 먹고, 이것저것 접시는 계속 쌓였다.
광어 때문에 시작은 좀 거시기했지만 마님과 나, 아들 셋이서 늦은 저녁을 잘 먹었다.
31. 다시 시부야의 밤거리로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낮의 후지노미야와는 정말 다른 세상이다.
대형 전광판에서는 광고가 쏟아지고 건물마다 불빛이 번쩍였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흘러다녔다.
그리고 우리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쪽으로 걸어갔다.
며칠 동안 시부야를 계속 돌아다녔지만 오늘 밤 사람 숫자는 또 달랐다.
32. 워매, 세계 사람들이 여기 다 모였나
스크램블 교차로에 도착했다.
워매.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맞은편 횡단보도 끝이 사람으로 꽉 찼다.
옆쪽도 사람.
대각선 건너편도 사람.
어디를 봐도 사람뿐이다.
“세계 사람들은 여기 다 모였나벼.”
진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호가 바뀌었다.
그 순간 사방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앞에서 오고, 옆에서 오고, 대각선에서도 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으면서 교차로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사람 속에 들어가 있으니 내가 길을 걷고 있는지, 사람 물결에 떠밀려 이동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 도쿄 스카이트리에서 사람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의 인파는 차원이 달랐다.
33. 수천 명이 움직이는 도쿄의 풍경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자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인도로 빠져나갔다.
잠시 뒤 자동차들이 교차로를 차지한다.
그리고 다시 신호가 바뀌면 사람들이 쏟아진다.
이 장면이 계속 반복된다.
스크램블 교차로를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많이 봤다.
그런데 실제로 그 한가운데 들어가 보니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주변을 둘러싼 거대한 전광판과 네온사인, 높은 빌딩, 버스와 자동차, 그리고 그 사이를 가득 채우는 사람들.
도쿄라는 도시가 가진 에너지를 그대로 보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에는 구름 사이로 고개를 내민 후지산을 보고 흥분했다.
낮에는 시라이토 폭포의 물소리를 듣고 타누키호의 조용한 길을 마님과 걸었다.
그리고 지금은 시부야 한가운데서 끝없이 밀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하루 사이에 이렇게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34. 후지산에서 시부야까지, 참 멋진 하루
스크램블 교차로를 몇 번이나 바라보고 사진도 실컷 찍었다.
아침부터 사진을 참 많이 찍었다.
후지산을 찍고,
시라이토 폭포를 찍고,
무지개를 찍고,
타누키호를 찍고,
마님을 찍고,
다시 후지산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의 마지막에는 사람을 찍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
아침의 주인공이 후지산이었다면 밤의 주인공은 시부야의 사람들이었다.
평생 한 번도 직접 본 적 없었던 후지산을 오늘 처음 만나 원 없이 바라봤다.
그리고 저녁에는 시부야로 돌아와 아들과 합류해 함께 밥을 먹고 밤거리를 걸었다.
광어가 거의 떨어져서 잠깐 열받은 것만 빼면 말이다.
아침 5시부터 시작한 긴 하루였다.
후지산의 흰 머리도 질리도록 봤고, 시라이토 폭포의 무지개도 봤고, 타누키호도 걸었다.
그리고 하루의 끝에는 세계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은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한가운데 서 있었다.
멋진 하루였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자.
내일은 벌써 도쿄에서의 마지막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