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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서재
  • 도쿄 셀프 트래블
  • 김미정.백진수
  • 16,020원 (10%890)
  • 2023-05-22
  • : 583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도쿄 여행기

여행 3일차, 2025.12.26.(금요일)
백제의 흔적을 지나, 긴자와 도쿄타워의 불빛 속으로(오후편)


13. 오후 2시 50분, 이제 긴자로

오후 2시 50분경 우에노공원 산책을 마치고 다시 우에노역으로 향했다.
도쿄메트로 긴자선(東京メトロ銀座線)을 타고 다음 목적지 긴자(銀座)로 향했다.

오후 3시 10분쯤 긴자역에서 밖으로 나왔다.
우에노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대형 백화점과 명품점, 유리와 금속으로 번쩍이는 건물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에노에서 오래된 일본을 보고 왔다면 긴자는 완전히 현대의 도쿄였다.


14. 마님과 딸은 쇼핑, 나와 아들은 커피

긴자에 도착하자 자연스럽게 가족이 둘로 나뉘었다.
마님과 딸은 쇼핑을 하러 가고, 나와 아들은 커피나 한잔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여자들은 쇼핑허고, 우리는 커피나 묵자.”

처음 찾아간 곳은 EXITMELSA(イグジットメルサ)였다.
건물 안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하며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드럽게 많다. 앉을 자리가 하나도 없다.

“아이고, 여기는 안 되겄다.”
결국 다시 밖으로 나왔다.


15. 긴자 식스, 츠타야 서점으로

다음으로 향한 곳은 GINZA SIX(ギンザ シックス)였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긴자 츠타야 서점(銀座 蔦屋書店)으로 올라갔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었다.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운 책과 미술·디자인 관련 서적, 각종 전시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그 안에도 스타벅스가 있었다.

“여기서는 앉을 수 있겄지.”

그런데 여기도 사람이 많다. 역시 자리가 없다.

긴자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결국 커피는 포기했다.
아들과 함께 서점을 둘러보다가 근처 의자에 앉아 마님과 딸이 쇼핑을 마칠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16. 끝없이 달리는 사람들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GINZA SIX 중앙 아트리움에 설치된 재미있는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계속 달리고 있었다.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의 단순한 선으로 표현된 사람들이 LED 화면 위를 끝없이 뛰어다녔다.

영국 현대미술가 줄리언 오피(Julian Opie)의 《Marathon. Women.》이라는 작품이었다.
여성 달리기 선수들의 움직임을 단순한 선과 색으로 표현한 영상작품이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여러 개의 화면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달리고 있으니 단순하면서도 묘하게 눈길을 끌었다.

커피는 못 마셨지만 아들과 의자에 앉아 서점도 구경하고, 달리는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17. 오후 4시 7분, 긴자에서 도쿄타워로

마님과 딸도 쇼핑을 마치고 돌아왔다.
오후 4시 7분경 GINZA SIX에서 가까운 히가시긴자역(東銀座駅, A11)으로 이동했다.

히가시긴자역에서 도에이 아사쿠사선(都営浅草線)을 타고 다이몬역(大門駅, A09)으로 향했다.
오후 4시 20분경 다이몬역에서 전철을 내렸다.

긴자의 명품거리에서 전철을 타고 불과 10여 분 이동했을 뿐인데 밖으로 나오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부터는 조조지(増上寺)를 지나 도쿄타워까지 걸어갈 차례다.


18. 다이몬을 지나 조조지로

다이몬역에서 나와 조조지 쪽으로 걸었다.
곧 길 한가운데 커다란 붉은 문이 나타났다.

다이몬(大門).

말 그대로 ‘큰 문’이라는 뜻으로 조조지로 들어가는 길목을 상징하는 문이다.
조조지의 바깥쪽 총문에 해당하는 문으로, 지금은 이 일대의 지명과 지하철역 이름에도 ‘다이몬’이라는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다.
현재의 다이몬은 에도시대의 문이 그대로 남은 것은 아니고, 옛 문을 본떠 1937년에 다시 세운 것이다.
조조지가 1598년 지금의 시바(芝)로 옮겨올 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성에서 사용하던 문을 조조지의 정문으로 내주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다이몬을 지나자 멀리 나무 사이로 도쿄타워의 붉고 흰 철골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식 빌딩 사이에 오래된 절의 문이 서 있고, 그 너머로 다시 도쿄타워가 보이는 풍경이 묘하게 어울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긴자의 명품매장과 GINZA SIX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몇 정거장 옮겼을 뿐인데 전혀 다른 도쿄가 나타났다.


19. 도쿠가와의 절, 조조지

다이몬을 지나 조조지(増上寺)로 들어갔다.
정식 명칭은 산엔잔 고도인 조조지(三縁山広度院 増上寺)로, 정토종의 대본산 가운데 하나다.

조조지의 역사는 에도 막부보다도 오래됐다.

1393년 유요쇼소(酉誉聖聰) 상인이 지금의 도쿄 지요다구 일대에 창건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에 들어온 1590년 도쿠가와 가문의 보리사가 되었다.

1598년에는 현재의 시바(芝)로 옮겨왔다.

어제 에도성을 걸으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에 막부를 세우고 이 도시를 일본의 중심으로 키워가는 이야기를 떠올렸는데, 오늘은 그 도쿠가와 가문의 절에 와 있는 셈이다.

에도시대 조조지의 규모는 지금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다.

약 25만 평에 이르는 경내에 48개의 부속 사찰과 100여 개의 학료가 들어서 있었고, 약 3,000명의 수행승이 머물렀다고 한다.

교토의 지온인(知恩院)과 함께 정토종을 대표하는 거대한 사찰이었다.

특히 조조지는 도쿠가와 쇼군들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2대 히데타다(秀忠), 6대 이에노부(家宣), 7대 이에쓰구(家継), 9대 이에시게(家重), 12대 이에요시(家慶), 14대 이에모치(家茂), 모두 여섯 명의 쇼군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

14대 쇼군 이에모치의 부인이었던 황녀 가즈노미야(和宮)의 묘도 이곳에 있다.

에도성을 정치의 공간이라고 한다면 조조지는 그 권력을 쥐었던 도쿠가와 가문의 죽음과 제사를 품은 공간인 셈이다.

어제 에도성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오늘 조조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조조지로 들어가는 산게다쓰몬(三解脱門)도 그냥 지나칠 문이 아니었다.

‘삼해탈문’이라는 이름에는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 번뇌에서 벗어난다는 불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

현재의 문은 1622년에 재건된 것이다.

높이 약 21m, 폭 약 19.5m의 거대한 2층 목조건축물로, 일본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1945년 도쿄대공습 때 조조지의 많은 건물들이 불타 사라졌지만 산게다쓰몬은 살아남아, 에도 초기 조조지의 모습을 전하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남았다.

2층에는 석가삼존상과 십육나한상, 조조지 역대 고승들의 상이 모셔져 있다고 한다.

그 문을 지나 조조지 안으로 들어서자 전혀 다른 시대의 두 풍경이 한눈에 겹쳐졌다.

앞에는 오래된 사찰의 기와지붕.
그 바로 뒤에는 붉고 흰 철골의 도쿄타워.

에도의 도쿠가와와 현대의 도쿄가 한 화면 안에 함께 들어왔다.

이 풍경이 참 인상적이었다.


20. 시바공원에서 바라본 도쿄타워

조조지를 지나 시바공원(芝公園) 쪽으로 걸었다.
오후 5시가 가까워질 무렵 도쿄타워가 시야를 거의 가득 채웠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크다.

도쿄타워는 높이 333m로 1958년에 완공됐다.
전후 일본의 성장과 함께 오랫동안 도쿄를 대표해온 상징물이다.

가족끼리 번갈아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나도 한 장 찍고, 마님과 애들도 사진을 남겼다.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도쿄타워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낮에는 붉고 흰 철골이 선명하던 탑이 점점 따뜻한 황금빛으로 바뀌었다.

어제는 도쿄 스카이트리. 오늘은 도쿄타워.

도쿄를 대표하는 두 탑을 이틀 연속 만난 셈이다.


21. 오후 5시경, 아카바네바시에서 다시 시부야로

도쿄타워 구경을 마치고 아카바네바시역(赤羽橋駅, E21)으로 내려갔다.

오후 5시경 도에이 오에도선(都営大江戸線)에 올랐다.

아카바네바시역에서 아오야마잇초메역(青山一丁目駅, E24)까지 이동했다.

아오야마잇초메역에서 도쿄메트로 긴자선(東京メトロ銀座線)으로 갈아타 시부야역(渋谷駅, G01)으로 향했다.

아침에 시부야에서 출발해 도쿄역, 우에노, 긴자, 조조지, 도쿄타워까지 돌아다닌 뒤 다시 시부야로 돌아오는 길이다.

그런데 아직 오늘의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었다.

저녁이다.


22. 숙소 코앞인데, 규카츠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오후 5시 20분경 시부야에 도착해 저녁을 먹으러 찾아간 곳은 규카츠 모토무라 시부야점(牛かつもと村 渋谷店)이었다.

시부야역 남쪽, 우리가 묵고 있는 JR EAST HOTEL METS SHIBUYA에서도 가까운 곳이었다.
밥을 먹고 숙소로 들어가기에는 위치가 딱 좋았다.

“밥만 묵고 숙소 들어가믄 되겄네.”

그런데 가게 앞에 도착하고 보니 또 줄이다.

워매.

어제는 로스트비프를 먹으려고 기다렸고, 오늘은 규카츠다.

오후 5시 20분쯤 줄을 서기 시작했다.
가게 안내에는 현재 대기시간이 약 40분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오래 기다렸다.

해는 지고 사람은 계속 늘어났다.
지하로 내려가는 좁은 계단 앞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일본 와서 밥 한번 먹기가 왜 이렇게 힘든겨.”


23. 한 시간 넘게 기다린 규카츠

오후 6시 반이 가까워져서야 드디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 작은 매장 안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뒤 규카츠 정식이 나왔다.

겉은 바삭하게 튀겨져 있었지만 안쪽은 붉은빛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테이블 위 작은 석판에 고기를 한 점씩 올려 원하는 정도로 더 익혀 먹는 방식이었다.

밥과 미소시루, 양배추, 여러 소스와 반찬도 함께 나왔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렸으니 맛이 없으면 화날 판이다.

그런데 맛있다.

한 점씩 석판에 올려 지글지글 구워 먹으니 기다린 보람은 있었다.

영수증을 보니 오후 6시 54분.
4명 식사금액은 총 14,720엔이었다.

오늘 저녁도 결국 제대로 먹었다.


24. 오늘의 마지막 스타벅스

저녁을 먹고 마님은 바로 숙소로 향하고 아이들과 나는 시부야 거리를 조금 더 걸었다. 스타벅스에 들러서 커피를 사기 위해서다

오후 7시 10분경 다시 스타벅스에 들렀다.

커피와 말차라떼를 사서 숙소로 가져가기로 했다.

오늘 아침도 스타벅스에서 시작했다.
긴자에서는 스타벅스를 찾아 EXITMELSA와 GINZA SIX 두 군데나 돌아다녔지만 자리가 없어 결국 한잔도 못 마셨다.

그런데 마지막은 또 스타벅스다.

이번에는 매장에서 마시지 않고 음료를 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25. 자연을 보고 싶다던 아들의 선택

오후 7시 50분경 숙소에 도착했다.
사온 커피와 말차라떼를 꺼내놓고 가족끼리 오붓하게 앉아 오늘 하루의 마지막 한잔을 마셨다.

오늘도 참 많이 돌아다녔다.

그런데 하루 일과가 끝나자 아들이 갑자기 불만을 털어놓았다.

“아빠, 나는 자연 같은 데도 보고 싶은데 계속 도시만 돌아다니잖아요.”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다.

이번 여행 들어 시부야, 도쿄역, 아키하바라, 아사쿠사, 긴자까지 계속 도쿄 도심을 돌아다녔다.

“좋아. 그러면 내일 후지노미야 가자. 후지산 보러.”

그러자 아들이 물었다.

“몇 시에 일어나야 돼요?”

“한 5시에는 일어나야 헐틴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못 일어납니다.”

아까 자연을 보고 싶다던 녀석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그럼 어쩔껴?”

“차라리 호텔에서 하루 종일 게임할랍니다.”

ㅠㅠㅠ.

녀석이 하겠다는 게임기는 2016년쯤 사준 지바냥 닌텐도였다.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간만에 그 게임을 실컷 하고 싶단다.

딸래미는 내일 하루 일본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고 한다.

딸래미가 빠지니 아들과 함께 셋이서 후지산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연을 보고 싶다던 아들은 새벽 5시 기상이라는 말 한마디에 후지산 대신 닌텐도를 선택했다.

그래.
놀러 왔으니 하고 싶은 것도 해봐야지.

내일은 딸래미는 일본 친구를 만나러 가고, 아들은 호텔에서 하루 종일 게임을 한다.

그리고 마님과 나는 둘이서 후지산 아래로 간다.

후지노미야(富士宮).

내일은 정말 오랜만에 마님과 둘만의 여행이다.

도쿄여행 3일차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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