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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서재
  • 도쿄 셀프 트래블
  • 김미정.백진수
  • 16,020원 (10%890)
  • 2023-05-22
  • : 583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도쿄 여행기

여행 3일차, 2025.12.26.(금요일)
백제의 흔적을 지나, 긴자와 도쿄타워의 불빛 속으로(오전편)

1. 애들과 함께하는 여행의 아침은 느긋하다

아침 9시경 기상.

마님과 둘이 여행을 왔으면
벌써 한참 전에 호텔을 나섰을 시간이다.

그런데 애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은 다르다.

어제도 하루 종일 그렇게 돌아다녔으니
아침부터 서두를 이유도 없다.

느긋하게 씻고 준비를 마친 뒤
오전 9시 40분쯤 호텔을 나섰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비가 하루 종일 내렸고,
어제 스카이트리에 올라갔을 때도 밤이 되면서 다시 비와 안개가 몰려왔는데,
오늘 아침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맑았다.

자.

도쿄여행 3일차도 시작해보자.


2. 오늘 아침도 역시 스타벅스

오전 9시 50분경.

시부야의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해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도쿄에 와서 스타벅스를 참 자주 간다.

첫날에는 비 내리는 청의동굴 앞에서 커피를 마셨고,
오늘 아침도 스타벅스에서 시작한다.

이쯤 되면 스타벅스가 우리 도쿄여행의 쉼터이자
중간중간 위치를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다.

커피 한잔 마시고, 샌드위치로 배를 채웠다.

오늘도 걸어야 할 길이 만만치 않다.


3. 유라쿠초역에서 내려 도쿄역으로

아침을 먹고 시부야역으로 향했다.

오늘 첫 번째 큰 목적지는 도쿄역 일대.

정확히는 딸래미가 낮 12시로 미리 예약해둔
초밥집을 찾아가는 길이다.

전철을 타고 유라쿠초역(有楽町駅)에서 내렸다.

유라쿠초역은 도쿄역 바로 남쪽에 있는 역으로,
도쿄국제포럼(東京国際フォーラム)과도 가까운 곳이다.

역에서 나와 도쿄역 방향으로 걸었다.

도쿄국제포럼과 철길을 옆에 두고 걷다 보니
고가 위로 열차와 신칸센이 계속 오갔다.

어제 그렇게 헤맸던 도쿄역을 오늘 또 찾아왔다.

그래도 오늘은 목적지가 확실하다.

딸래미가 예약해둔 초밥집이다.


4. 딸래미가 예약해둔 오늘의 점심

오전 11시 50분경.

예약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식당에 도착했다.

오늘 점심은

아사쿠사 스시바 히나토마루 도쿄역 중앙점
(浅草寿司場 ひなと丸 東京駅中央店).

예약시간은 낮 12시.

어제 아키하바라에서는
로스트비프를 먹으려고 한참 줄을 서고 기다렸는데,
오늘은 딸래미가 미리 예약해둔 덕분에 편하다.

창밖으로 도쿄역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초밥이 나왔다.

야에스 스시(八重洲寿司) 2인분에
참치 5조각 주먹밥, 가리비, 광어, 찐 새우,
다시 국물 계란말이까지 이것저것 푸짐하게 주문했다.

참치부터 여러 종류의 초밥과 미소시루가 함께 놓였다.

마님 앞에는 생맥주가 놓이고, 내 앞에는 콜라가 놓였다.

나는 콜라.

일본에 왔으니 초밥도 한번 제대로 먹어줘야지.

한 점 한 점 집어 먹는데 맛이 좋았다.

딸래미가 식당 하나는 잘 골랐다.

그렇게 네 식구가 맛있게 먹은 점심값은 모두 14,980엔.
4명으로 나누면 1인당 3,745엔이었다.

아침에는 커피와 샌드위치, 점심에는 초밥.

오늘도 한참을 돌아다녀야 하니
배부터 든든하게 채워놓았다.


5. 다이마루 도쿄점에서 잠깐 아이쇼핑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왔다.

곧장 우에노로 간 것은 아니다.

도쿄역에 붙어 있는
다이마루 도쿄점(大丸東京店)에 들어가
잠시 아이쇼핑을 했다.

매장은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식품과 의류, 잡화, 생활용품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우리는 이것저것 구경하며 천천히 매장을 돌아봤다.

식품매장에서는 생와사비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흔히 보는 튜브 와사비가 아니라
뿌리째 놓여 있는 진짜 와사비였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띈 것이
헬로키티 모양의 어묵이었다.

분홍색 포장 안에
헬로키티 캐릭터가 그려진 어묵이 들어 있었는데,
일본답게 이런 평범한 식품에도 캐릭터를 입혀놓은 것이 재미있었다.

결국 생와사비와 헬로키티 어묵도 사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관광지만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현지 백화점이나 식품매장을 구경하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6. 교바시역에서 우에노로

이제 우에노공원으로 갈 시간이다.

도쿄역 일대에서 교바시역(京橋駅)까지 걸었다.

오후 1시 30분경.

도쿄메트로 긴자선(東京メトロ銀座線)
교바시역(G10)에서 전철을 탔다.

목적지는 우에노역(上野駅, G16).

오후 1시 40분경 우에노에 도착해
우에노공원(上野恩賜公園) 산책을 시작했다.

이날 우에노공원에서 걸은 거리는 약 3.0km.

한 시간 남짓 공원 곳곳을 돌아봤다.

그리고 오늘 이곳에서 내가 특히 보고 싶었던 것은 왕인박사비였다.


7. 우에노에서 다시 만난 교토의 기억

우에노공원을 걷다가 기요미즈 관음당(清水観音堂)을 만났다.

1631년에 세워진 건물로, 교토의 기요미즈데라(清水寺),
우리에게 익숙한 청수사를 본떠 만들었다.

‘기요미즈’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오래전 내 첫 해외여행이 떠올랐다.

내 생애 최초의 해외여행지가 바로 오사카와 교토였다.

그때 교토역에서 버스를 타고 찾아갔던 곳 가운데 하나가 청수사였다.

처음 청수사에 도착해 건물을 보았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남아 있다.

“우와…….”

산비탈에 저렇게 거대한 목조건축물을
어떻게 만들어 놓았을까.

특히 절벽 쪽으로 내민 기요미즈의 무대와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수많은 목재 기둥을 보면서
참 많이 감탄했다.

자리 또한 기가 막혔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교토 시가지와
산자락에 자리 잡은 절의 풍경이 어우러져 있었다.

내 첫 해외여행에서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청수사를
세월이 흘러 도쿄 우에노에서 다시 떠올리게 될 줄은 몰랐다.

물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교토의 청수사가 아니다.

에도 사람들이 교토의 기요미즈데라를 본떠 만든
우에노의 기요미즈 관음당이다.

교토에서 처음 만났던 일본의 기억이
도쿄 한복판에서 다시 이어졌다.


8. 도쿄 한복판에서 만난 왕인박사

그리고 내가 오늘 우에노공원에서 특히 보고 싶었던 곳에 도착했다.

왕인박사비(王仁博士の碑).

일본 도쿄 한복판, 그것도 우에노공원에서
왕인박사의 이름을 만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왕인(王仁)은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학문과 문화를 전한 인물로 전해진다.

일본의 『고사기(古事記)』와 『일본서기(日本書紀)』에도
왕인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일본서기』에서는 왕인이 백제에서 건너온 시기를
오진천황(応神天皇) 때로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대체로
백제 아신왕(阿莘王, 재위 392~405) 무렵의 인물로 설명된다.

왕인이 『논어』와 『천자문』을 일본에 전했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왕인의 정확한 활동연대와 『천자문』 전래 문제 등은
사료의 성립 시기와 연대 문제 때문에 오늘날에도 그대로 역사적 사실로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고대 사서에 백제에서 건너온 학자로 왕인이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비석 앞에는 일본어와 영어뿐 아니라 한글로 된 설명도 마련되어 있었다.

한참을 읽어보고 왕인박사비 앞에서 사진도 남겼다.

어제는 에도성에서 일본의 역사를 따라 걸었고,
오늘은 우에노에서 그보다 훨씬 오래전
백제와 일본이 교류했던 흔적을 만났다.

도쿄 한복판에서 만난 우리와도 이어지는 역사였다.


9.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우에노공원 스타벅스

공원을 걷다 보니 또 하나 내가 찾아보고 싶었던 곳이 나타났다.

스타벅스 커피 우에노온시공원점
(スターバックス コーヒー 上野恩賜公園店).

사실 이 스타벅스도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넓은 우에노공원 안에 자리 잡은 매장이라
도심 한복판의 스타벅스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여기서 커피 한잔 마시면 좋겠구만.”

그런데 자리가 없다.

사람이 가득하다.

결국 매장을 둘러보고 사진만 열심히 찍은 뒤 나왔다.

아침에 이미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으니
오늘은 구경한 것으로 만족하자.


10. 붉은 도리이에서 떠오른 이누야마성

공원을 계속 걷다가
붉은 도리이가 줄지어 이어진 길을 만났다.

하나조노이나리신사(花園稲荷神社) 쪽이다.

도리이(鳥居)는 일본 신사의 입구에 세우는 문으로,
신성한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경계다.

붉은 도리이가 연달아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곳은
교토의 후시미이나리가 아니었다.

작년 1월 겨울여행 때 갔던 이누야마성(犬山城)이 생각났다.

이누야마성으로 올라가는 길에서도 붉은 도리이가 좍 이어져 있었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 도리이 사이를 지나 성으로 올라갔던 기억이 우에노에서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이곳에서 마님과 애들이 아주 신났다.

도리이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서로 장난도 치고,
이쪽에서도 한 장,
저쪽에서도 한 장.

사진을 겁나게 찍었다.

유명한 건축물이나 역사적인 장소도 기억에 남지만
가족여행에서는 이런 순간들이 또 오래 남는다.

붉은 도리이 사이에서 가족 넷이 실컷 웃고 놀았다.


11. 겨울의 시노바즈 연못

붉은 도리이를 지나 시노바즈노이케(不忍池) 쪽으로 내려갔다.

겨울의 연못은 여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연꽃이 무성했을 자리는
말라버린 줄기와 잎으로 갈색빛을 띠고 있었다.

연못 가운데에는
시노바즈노이케 벤텐도(不忍池弁天堂)가 자리하고 있었다.

물 위에는 오리배가 떠다니고, 새들도 모여들었다.

그리고 나무 사이 멀리
도쿄 스카이트리(東京スカイツリー)가 보였다.

어젯밤 비와 안개 속에서 올라갔던 바로 그 스카이트리다.

오늘은 맑은 겨울 하늘 아래 우에노에서 멀리 바라보고 있다.

하루 사이에 같은 건물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만났다.


12. 우에노에서 만난 ‘라스트 사무라이’

우에노공원 산책의 마지막에는
사이고 다카모리(西郷隆盛)가 기다리고 있었다.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서 있는
우에노공원의 유명한 사이고 다카모리 동상이다.

사이고 다카모리는 사쓰마번(현재 가고시마현) 출신으로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고 메이지유신을 이루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진 메이지 정부와 갈등한 끝에 정부를 떠났고, 1877년 세이난전쟁(西南戦争)에서 사쓰마의 옛 사무라이들을 이끌고 정부군과 싸웠다.

그리고 마지막 격전지였던 가고시마 시로야마(城山)에서 생을 마쳤다.

그래서 사이고 다카모리는 일본에서 흔히
‘마지막 사무라이’의 상징적인 인물로 이야기된다.

여기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다.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

톰 크루즈가 출연했던 2003년 영화다.

영화에서 와타나베 겐이 연기한
사무라이 지도자 가쓰모토 모리쓰구는
사이고 다카모리를 그대로 옮긴 실존인물은 아니지만,
그의 삶과 세이난전쟁에서 영향을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영화 마지막, 죽어가는 가쓰모토는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며 말한다.

“Perfect. They are all perfect.”

완벽해. 모두가 완벽해.

영화 초반부터 이어져 오던
‘완벽한 벚꽃’에 대한 그의 생각이
죽음의 순간에 완성되는 장면이었다.

그러니 우에노공원에서 사이고 다카모리 동상을 보고
《라스트 사무라이》가 떠오르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동상에서 눈에 띄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사이고 옆에 서 있는 개다.

사이고 다카모리는 실제로 사냥을 즐기고
개를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에노의 동상도 사냥하러 나선 사이고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옆에 함께 서 있는 개까지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요소가 되었다.

메이지유신을 이끌었던 사람이 결국 자신이 만드는 데 힘을 보탠 새 정부와 싸우다 죽었다.

막부를 무너뜨린 혁명의 주역이면서 근대화 과정에서 사라져가던 사무라이의 상징이 된 사람.

그의 삶은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가 떠오를 만큼 극적이었다.


13. 오후 2시 50분, 이제 긴자로

오후 2시 50분경.

약 한 시간 동안의 우에노공원 산책을 마치고
다시 우에노역으로 향했다.

오늘 일정은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

다시 도쿄메트로 긴자선에 올랐다.

다음 목적지는 긴자(銀座).

오전에는 시부야에서 출발해 도쿄역으로 갔고,
점심을 먹은 뒤 우에노에서 에도와 백제,
그리고 메이지 일본의 흔적까지 둘러봤다.

이제 도쿄에서도 가장 화려한 거리 가운데 하나인 긴자로 간다.

아직 오후 3시도 되지 않았다.

오늘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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